본지는 신년을 맞이해 세대교체, 교회연합, 2세 사역, 부흥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시카고 지역 목회자 40인을 만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한인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한인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바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40인 인터뷰는 시카고 교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한 모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세, 목회자의 교단적 배경, 목회 연수 등에 관계없는 순으로 게재된다.
네번째 인터뷰는 갈릴리연합감리교회 이경희 목사다. 이 목사와의 인터뷰는 갈릴리교회에서 약 3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이 목사는 1974년 시카고 지역으로 이민와 1978년 갈릴리교회를 개척해 31년째 목회하고 있다. 그는 한국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한 후, 음악이 너무 좋아 경희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이 목사의 목회에서는 음악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는 첫 목회지인 온양 온천 근교 ‘탕정’이란 마을에서 목회할 때도 그 지역 중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며 음악을 가르쳤다. 모교인 배재고등학교에서 교목으로 사역할 때도 학생들에게 음악과 합창을 함께 가르쳤다. 시카고에 와서 이민목회를 시작하게 된 것도 가까이에 있는 동료들이 음악에 특성을 둔 ‘특화된 교회’를 개척하자고 제안한 덕이다. 처음엔 음악적인 특화를 목표로 목회했지만 자연스럽게 일반적 목회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갈릴리교회는 여전히 지역사회에서 음악적인 두각을 드러내며 특화된 교회로 인정받고 있다.
-안녕하세요. 목사님. 시카고에서 31년간 목회하셨으니 시카고 교회들의 역사나 지역 정서에 관해서 누구보다 잘 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시카고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목회가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그 일례로 많은 목회자들이 떠나고 있고 담임목회자 자리가 빈 교회만 20여개라고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글쎄요. 전 시카고라 해서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시카고가 목회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그것은 시카고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민 목회 현장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목회자들의 오류라고 봅니다.
목회란 것이 무엇일까요? 목회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투철한 소명의식, 좋은 설교 능력, 탁월한 기획능력, 풍부한 인력관리, 인내하는 능력 등을 꼽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목회란 “하나님 안에서의 관계 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첫째는 하나님의 자녀인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 안에서 자신을 깨달아 알고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섬기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나아가 그 사랑으로 다른 사람들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하나가 되고 그 사랑을 나누고 그 사랑으로 세상을 섬기는 일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목회는 “하나님 안에서의 관계 형성”이란 표현을 했습니다. 이 관계 형성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진실성입니다.
목회자 자신이 먼저 하나님 앞에서 진실된 모습과 자세를 갖추고 교인들과 관계에서 진실된 마음을 갖는 것이 관계 형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그런데 시카고가 목회하기에 어려운 고장이라는 말은 자칫 스스로가 그러한 신뢰 관계 구축에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고백적인 표현일 것입니다.
우리 이민자들이 어떤 존재입니까? 작지만 멋진 자기 나라를 두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와 풍습이 다른 남의 나라에 와서 뿌리를 드리우고 잘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개성이 강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이겠습니까? 그러면서도 생존하기 위해 어떠한 어려움이나 고난이라도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여전히 변두리 인생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 때로는 실망과 좌절 속에 외로움도 타고, 그렇기 때문에 좀더 사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고 그러다가 자칫 인격적으로까지 위기를 겪는 예민한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이민목회가 힘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속에서 목회를 하다 보니 저 자신이 그러한 약함에 빠져들어 한때는 위장에 구멍이 9개나 날 정도로 저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나약함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은 ‘역시 목회는 인간의 노력이나 인간적인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도하시는 목회, 그 하시는 일을 바로 깨달아 알고 순종하는 하나님제일주의의 목회여야 하는구나’입니다.
목회자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 앞에 진실, 교인들 앞에 정직으로 만들어지는 신뢰 형성입니다. 목회자가 그런 진실성을 갖게 될 때, 외적인 크고 작음 이전에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다운 교회가 이루어질 겁니다.
-시카고 지역은 아무래도 정서가 타 지역에 비해 보수적인데 그런 것도 이런 문제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예. 저도 다른 지역에 있는 이들로부터 시카고 지역은 퍽 보수적인 면이 강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사실 저 자신은 잘 못 느끼고 있습니다. 보수적이란 말은 다른 말로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표현도 되고 자기의 것이 변화되는 것을 주저하는 자세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이 보수적이란 말은 좋은 뜻일 수도 있고 또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신앙이란 ‘하나님 안에서의 자기 변화 또는 자기 개혁’이 따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점에서 시카고 지역이 보수적이라 한다면, 목회자는 더더욱 조심스러운 목회,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는 목회를 해야 할 겁니다. 설교 한번으로 교인들의 성품이나 생활 태도를 단번에 변화시켜 보겠다는 생각이나, 짧은 기간에 교회를 크게 부흥시켜 보겠다는 열정도 조심스러워야겠지요. 인내하며 기다리는 가운데 사랑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진실됨을 나누는 목회가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위장에 구멍이 나서 고생하셨다니 보통 힘들지 않으셨겠습니다. 어떻게 견디셨나요?
목사에게 그러한 문제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견디지 못함에서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밖에 없지요. 자기 자신의 인격적인 모자람과 너그럽지 못한 성품, 그리고 목회자적인 기본자세가 부족함에서 오는 결과입니다. 어떻게 합니까. 자기의 모자람을 고백하고 회개하는 길뿐이죠. 저는 성령의 은사를 통한 재충전을 위해 기도원에 자주 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목회자에게 가장 중요한 동역자는 목사의 아내라고 봅니다. 하나님 다음으로 기댈 수 있는 존재는 아내라는 사실을 절감했지요. 그런 면에서 저 역시 저의 아내에게 큰 감사를 하며 삽니다.
-이민교회에서 사모의 역할이 참 중요하지요?
이민교회 목사의 아내는 참 조심스럽습니다. 목사가 좋아도 그 아내가 안 좋으면 성도들이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가끔은 목사의 아내가 자기가 목회자인 것처럼 나서는 경우도 있는데 안 그래도 자기주장과 자존심이 강한 이민자들에게는 참기 어려운 모습 중 하나입니다.
저는 저의 아내에게 교회의 일이나 교인들의 문제에는 절대로 앞에 나서지 말아줄 것을 당부해 왔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교인들로부터 “왜 목사 부인이 아무 것도 안하느냐”는 불평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목사 부인이 앞에 나서서 교인들로부터 불편한 말을 듣는 것보다는 차라리 일을 안한다는 말을 들어도 뒤에서 지켜보면서 가능한 한 정확한 상황을 목사에게 알려주고 때로는 객관적인 진단도 하게 하며 조언을 하게 하는 것이 목회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목사도 인간이기에 아내로부터의 격려와 위로가 많이 필요합니다.
물론 교회마다 다릅니다. 목사의 아내가 부목사처럼 일하는 교회도 있고, 목회 비서처럼 일하는 교회도 있지만 어쨌든 깊은 지혜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민교회의 주요 고민은 2세 사역입니다. 지난 31년간 이 문제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으셨을텐데요.
그렇습니다. 우리 이민교회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이자 고민이 2세 사역이라고 봅니다. 이민 1세대가 미국 땅에 뿌리를 내리고 빠른 정착과 성장을 이룩해낼 수 있었던 힘은 신앙에 있었다고 봅니다. 우리 1세들은 이같은 신앙적 유산을 잘 전승해 다음 세대가 한인교회를 이끌고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저는 아직까지는 한인교회 2세사역이 비교적 잘 되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2세 목회자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세 교회가 아무리 성장하고 발전한다하더라도 다음세대를 이끌 지도자들이 배출되지 않는다면 한인교회는 존속되어질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미주 일본인교회 역사를 보면 알수 있습니다. 1950년대 까지만 해도 저희교회가 속한 연합감리교회 북일리노이연회 안에는 일본인교회가 여러 개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일본교회는 한 개 교회뿐입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이 교회의 담임목회자는 일본인이 아니라 미국인이라고 합니다. 일본인 교회가 쇠퇴하게 된 원인은 다음세대를 이끌 목회자가 배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국교회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한인교회의 수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대를 이을 다음세대 목회자들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한인교회들은 하나 둘 사라지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 지도자 양성이 잘 안 되는 것이 현실인데 왜 잘 안될까요?
글쎄요. 저희 교회를 볼 때 부끄럽게도 1세 목사인 저에게 먼저 문제가 있다고 봐야겠지요. 담임목사인 저 자신이 먼저 교회의 현상 유지를 위해 우선 급한 일들에 재정을 투입해 왔습니다. 그리고 2세 목회자의 양성을 위한 장기적이고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문제는 대학생 중심의 신앙공동체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음에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저희 교회를 보면 대학생들이 많지는 않아도 꾸준히 몇 명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여 동안 그들을 책임있게 지도하지 못한 것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유는 지도자 몇 분을 모셨는데 기대만큼의 좋은 목회, 책임있는 목회를 하지 못함으로 거의 2년 동안 많은 고민과 갈등 속에서 대학생들을 잃기도 했습니다.
2세 목회자는 우선 훌륭한 대학생 신앙공동체에서 발굴되어야 할 것이고 특히 이민자 1세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를 하나님께 바쳐 목회자로 키우겠다는 헌신적인 태도도 필요합니다.
-이런 문제를 교단이나 교계 차원에서 연합해서 해결해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이 일은 개교회뿐 아니라 교단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사실 젊은 목회자 부족 현상은 우리 이민교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인 교회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미국인 교회에 젊은 지도자가 부족하고 따라서 젊은이들의 신앙공동체에 공백이 생기고 있는 현상입니다. 이 문제는 우리 모든 교회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저희가 속해 있는 연합감리교회 북일리노이 연회에서는 정희수 감독님의 주도 아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과 노력을 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우리 연회가 내걸고 있는 하베스트 2020(Harvest 2020) 캠페인이 그것입니다. 2020년까지 모든 교회가 영적인 그리고 양적인 부흥을 목표로 하면서 여러가지 구체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젊은 목회자의 양성이 절실히 필요함을 강조하며 젊은 지도자의 양성을 위해 교단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교계 연합 사업들이 활성화를 되려면 어떤 방향성이 잡혀야 할까요?
글쎄요. 제 좁은 소견으로는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연합 모임에 가면 뭐랄까요? 구태의연한 권위라고 할까요? 고리타분한 형식이 주도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한마디로 편하지도 않고 은혜롭지도 않고 재미가 없습니다. 목사가 느끼기에도 지루하니 평신도들은 어떠하겠습니까?
- 모든 사업이 재밌을 수는 없는데 어떤 사업이 재밌을까요?
음악이요. 하하하. 나는 목사부부합창단에 가면 그렇게 좋습니다. 여러 교단의 목사들과 목사의 아내들이 모여 오랜 친구들처럼 편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감리교에서 자라서 장로교 목사들은 고집스럽고 답답하다 생각했는데 목사부부합창단에 나가 보니까 그게 아주 잘못된 편견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가 형성이 되니까 서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나 교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스스럼없이 나누고 의견을 듣고 위로도 받고 그럽니다. 목사 부인들도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 결코 교인들과 나눌 수 없는 문제들을 서로 나누면서 위로도 받고 힘도 얻고 그러니까 모두들 함께 모이기를 즐기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아마 교회 연합회치고 그러한 아름다운 모임은 드물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시카고 지역 모든 교회들이 그러한 모임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갈릴리교회에서 매년 여는 갈릴리찬양축제는 지역사회 전도 축제로 지역사회의 호응이 높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도 방법도 변화해 가고 있습니다.
그렇죠. 찬송가도 부르고, 동요도 부르고, 유행가도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대중 속으로 들어가 복음을 전합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복음을 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되어야겠지요. 저희 갈릴리교회에는 음악을 전공한 두 분의 목사님이 더 계십니다. 전성진 목사님과 신정철 목사님입니다. 전 목사님은 시카고 노스웨스턴대에서 학위를 받고 여러 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신 성악가입니다. 현재는 저희 성가대와 교회 음악 전체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신 목사님은 한국 칼빈신학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전문적으로 음악공부를 했습니다. 갈릴리교회에서 찬양인도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사님들과 성가대원, 교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 교회는 시카고 지역 동포들에게 음악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전할 수 있는 갈릴리 축제를 매년마다 열수 있었습니다.
특히 전 목사님을 중심으로 음악을 전공한 목사님들이 함께 모여 작년부터 ‘찬양 콘서바토리’를 운영하며 “최고의 하나님을 위한 최고의 음악봉사자를 키우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 54명의 찬양 봉사 지원자들이 공부하고 있고 오는 2월 새 학기부터는 새로운 봉사자들이 지원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갈릴리교회는 이 일을 하나님께서 지역사회를 위해 우리에게 주신 귀한 사명으로 알고 목사와 교인들이 함께 기도하며 힘쓰고 있습니다.
금년 우리 교회의 목표는 “예수님으로 기뻐하는 교인, 그 기쁨을 나누는 교회”입니다. 세상에 기뻐할 일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는 예수님 때문에 기뻐하고 그 기쁨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한 해가 되기 위해 더욱 힘을 쏟을 것입니다. 그 일에 특히 찬양이 커다란 몫을 감당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이민교회의 사명도 목사님 말씀과 연관되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민교회의 사명은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그중에 한인 디아스포라로서의 사명이라던가, 세계선교같은 거대한 주제들도 있겠지만 그러나 금년 저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스스로가 먼저 예수님으로 인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며 기쁨을 경험하고 우리 이웃에게 다가가 사랑을 나누는 교회가 됐으면 합니다. 기도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네번째 인터뷰는 갈릴리연합감리교회 이경희 목사다. 이 목사와의 인터뷰는 갈릴리교회에서 약 3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이 목사는 1974년 시카고 지역으로 이민와 1978년 갈릴리교회를 개척해 31년째 목회하고 있다. 그는 한국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한 후, 음악이 너무 좋아 경희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이 목사의 목회에서는 음악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는 첫 목회지인 온양 온천 근교 ‘탕정’이란 마을에서 목회할 때도 그 지역 중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며 음악을 가르쳤다. 모교인 배재고등학교에서 교목으로 사역할 때도 학생들에게 음악과 합창을 함께 가르쳤다. 시카고에 와서 이민목회를 시작하게 된 것도 가까이에 있는 동료들이 음악에 특성을 둔 ‘특화된 교회’를 개척하자고 제안한 덕이다. 처음엔 음악적인 특화를 목표로 목회했지만 자연스럽게 일반적 목회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갈릴리교회는 여전히 지역사회에서 음악적인 두각을 드러내며 특화된 교회로 인정받고 있다.
-안녕하세요. 목사님. 시카고에서 31년간 목회하셨으니 시카고 교회들의 역사나 지역 정서에 관해서 누구보다 잘 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시카고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목회가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그 일례로 많은 목회자들이 떠나고 있고 담임목회자 자리가 빈 교회만 20여개라고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글쎄요. 전 시카고라 해서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시카고가 목회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그것은 시카고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민 목회 현장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목회자들의 오류라고 봅니다.
목회란 것이 무엇일까요? 목회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투철한 소명의식, 좋은 설교 능력, 탁월한 기획능력, 풍부한 인력관리, 인내하는 능력 등을 꼽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목회란 “하나님 안에서의 관계 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첫째는 하나님의 자녀인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 안에서 자신을 깨달아 알고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섬기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나아가 그 사랑으로 다른 사람들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하나가 되고 그 사랑을 나누고 그 사랑으로 세상을 섬기는 일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목회는 “하나님 안에서의 관계 형성”이란 표현을 했습니다. 이 관계 형성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진실성입니다.
목회자 자신이 먼저 하나님 앞에서 진실된 모습과 자세를 갖추고 교인들과 관계에서 진실된 마음을 갖는 것이 관계 형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그런데 시카고가 목회하기에 어려운 고장이라는 말은 자칫 스스로가 그러한 신뢰 관계 구축에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고백적인 표현일 것입니다.
우리 이민자들이 어떤 존재입니까? 작지만 멋진 자기 나라를 두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와 풍습이 다른 남의 나라에 와서 뿌리를 드리우고 잘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개성이 강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이겠습니까? 그러면서도 생존하기 위해 어떠한 어려움이나 고난이라도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여전히 변두리 인생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 때로는 실망과 좌절 속에 외로움도 타고, 그렇기 때문에 좀더 사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고 그러다가 자칫 인격적으로까지 위기를 겪는 예민한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이민목회가 힘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속에서 목회를 하다 보니 저 자신이 그러한 약함에 빠져들어 한때는 위장에 구멍이 9개나 날 정도로 저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나약함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은 ‘역시 목회는 인간의 노력이나 인간적인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도하시는 목회, 그 하시는 일을 바로 깨달아 알고 순종하는 하나님제일주의의 목회여야 하는구나’입니다.
목회자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 앞에 진실, 교인들 앞에 정직으로 만들어지는 신뢰 형성입니다. 목회자가 그런 진실성을 갖게 될 때, 외적인 크고 작음 이전에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다운 교회가 이루어질 겁니다.
-시카고 지역은 아무래도 정서가 타 지역에 비해 보수적인데 그런 것도 이런 문제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예. 저도 다른 지역에 있는 이들로부터 시카고 지역은 퍽 보수적인 면이 강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사실 저 자신은 잘 못 느끼고 있습니다. 보수적이란 말은 다른 말로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표현도 되고 자기의 것이 변화되는 것을 주저하는 자세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이 보수적이란 말은 좋은 뜻일 수도 있고 또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신앙이란 ‘하나님 안에서의 자기 변화 또는 자기 개혁’이 따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점에서 시카고 지역이 보수적이라 한다면, 목회자는 더더욱 조심스러운 목회,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는 목회를 해야 할 겁니다. 설교 한번으로 교인들의 성품이나 생활 태도를 단번에 변화시켜 보겠다는 생각이나, 짧은 기간에 교회를 크게 부흥시켜 보겠다는 열정도 조심스러워야겠지요. 인내하며 기다리는 가운데 사랑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진실됨을 나누는 목회가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위장에 구멍이 나서 고생하셨다니 보통 힘들지 않으셨겠습니다. 어떻게 견디셨나요?
목사에게 그러한 문제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견디지 못함에서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밖에 없지요. 자기 자신의 인격적인 모자람과 너그럽지 못한 성품, 그리고 목회자적인 기본자세가 부족함에서 오는 결과입니다. 어떻게 합니까. 자기의 모자람을 고백하고 회개하는 길뿐이죠. 저는 성령의 은사를 통한 재충전을 위해 기도원에 자주 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목회자에게 가장 중요한 동역자는 목사의 아내라고 봅니다. 하나님 다음으로 기댈 수 있는 존재는 아내라는 사실을 절감했지요. 그런 면에서 저 역시 저의 아내에게 큰 감사를 하며 삽니다.
-이민교회에서 사모의 역할이 참 중요하지요?
이민교회 목사의 아내는 참 조심스럽습니다. 목사가 좋아도 그 아내가 안 좋으면 성도들이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가끔은 목사의 아내가 자기가 목회자인 것처럼 나서는 경우도 있는데 안 그래도 자기주장과 자존심이 강한 이민자들에게는 참기 어려운 모습 중 하나입니다.
저는 저의 아내에게 교회의 일이나 교인들의 문제에는 절대로 앞에 나서지 말아줄 것을 당부해 왔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교인들로부터 “왜 목사 부인이 아무 것도 안하느냐”는 불평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목사 부인이 앞에 나서서 교인들로부터 불편한 말을 듣는 것보다는 차라리 일을 안한다는 말을 들어도 뒤에서 지켜보면서 가능한 한 정확한 상황을 목사에게 알려주고 때로는 객관적인 진단도 하게 하며 조언을 하게 하는 것이 목회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목사도 인간이기에 아내로부터의 격려와 위로가 많이 필요합니다.
물론 교회마다 다릅니다. 목사의 아내가 부목사처럼 일하는 교회도 있고, 목회 비서처럼 일하는 교회도 있지만 어쨌든 깊은 지혜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민교회의 주요 고민은 2세 사역입니다. 지난 31년간 이 문제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으셨을텐데요.
그렇습니다. 우리 이민교회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이자 고민이 2세 사역이라고 봅니다. 이민 1세대가 미국 땅에 뿌리를 내리고 빠른 정착과 성장을 이룩해낼 수 있었던 힘은 신앙에 있었다고 봅니다. 우리 1세들은 이같은 신앙적 유산을 잘 전승해 다음 세대가 한인교회를 이끌고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저는 아직까지는 한인교회 2세사역이 비교적 잘 되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2세 목회자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세 교회가 아무리 성장하고 발전한다하더라도 다음세대를 이끌 지도자들이 배출되지 않는다면 한인교회는 존속되어질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미주 일본인교회 역사를 보면 알수 있습니다. 1950년대 까지만 해도 저희교회가 속한 연합감리교회 북일리노이연회 안에는 일본인교회가 여러 개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일본교회는 한 개 교회뿐입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이 교회의 담임목회자는 일본인이 아니라 미국인이라고 합니다. 일본인 교회가 쇠퇴하게 된 원인은 다음세대를 이끌 목회자가 배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국교회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한인교회의 수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대를 이을 다음세대 목회자들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한인교회들은 하나 둘 사라지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 지도자 양성이 잘 안 되는 것이 현실인데 왜 잘 안될까요?
글쎄요. 저희 교회를 볼 때 부끄럽게도 1세 목사인 저에게 먼저 문제가 있다고 봐야겠지요. 담임목사인 저 자신이 먼저 교회의 현상 유지를 위해 우선 급한 일들에 재정을 투입해 왔습니다. 그리고 2세 목회자의 양성을 위한 장기적이고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문제는 대학생 중심의 신앙공동체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음에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저희 교회를 보면 대학생들이 많지는 않아도 꾸준히 몇 명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여 동안 그들을 책임있게 지도하지 못한 것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유는 지도자 몇 분을 모셨는데 기대만큼의 좋은 목회, 책임있는 목회를 하지 못함으로 거의 2년 동안 많은 고민과 갈등 속에서 대학생들을 잃기도 했습니다.
2세 목회자는 우선 훌륭한 대학생 신앙공동체에서 발굴되어야 할 것이고 특히 이민자 1세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를 하나님께 바쳐 목회자로 키우겠다는 헌신적인 태도도 필요합니다.
-이런 문제를 교단이나 교계 차원에서 연합해서 해결해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이 일은 개교회뿐 아니라 교단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사실 젊은 목회자 부족 현상은 우리 이민교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인 교회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미국인 교회에 젊은 지도자가 부족하고 따라서 젊은이들의 신앙공동체에 공백이 생기고 있는 현상입니다. 이 문제는 우리 모든 교회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저희가 속해 있는 연합감리교회 북일리노이 연회에서는 정희수 감독님의 주도 아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과 노력을 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우리 연회가 내걸고 있는 하베스트 2020(Harvest 2020) 캠페인이 그것입니다. 2020년까지 모든 교회가 영적인 그리고 양적인 부흥을 목표로 하면서 여러가지 구체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젊은 목회자의 양성이 절실히 필요함을 강조하며 젊은 지도자의 양성을 위해 교단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교계 연합 사업들이 활성화를 되려면 어떤 방향성이 잡혀야 할까요?
글쎄요. 제 좁은 소견으로는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연합 모임에 가면 뭐랄까요? 구태의연한 권위라고 할까요? 고리타분한 형식이 주도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한마디로 편하지도 않고 은혜롭지도 않고 재미가 없습니다. 목사가 느끼기에도 지루하니 평신도들은 어떠하겠습니까?
- 모든 사업이 재밌을 수는 없는데 어떤 사업이 재밌을까요?
음악이요. 하하하. 나는 목사부부합창단에 가면 그렇게 좋습니다. 여러 교단의 목사들과 목사의 아내들이 모여 오랜 친구들처럼 편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감리교에서 자라서 장로교 목사들은 고집스럽고 답답하다 생각했는데 목사부부합창단에 나가 보니까 그게 아주 잘못된 편견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가 형성이 되니까 서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나 교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스스럼없이 나누고 의견을 듣고 위로도 받고 그럽니다. 목사 부인들도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 결코 교인들과 나눌 수 없는 문제들을 서로 나누면서 위로도 받고 힘도 얻고 그러니까 모두들 함께 모이기를 즐기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아마 교회 연합회치고 그러한 아름다운 모임은 드물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시카고 지역 모든 교회들이 그러한 모임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갈릴리교회에서 매년 여는 갈릴리찬양축제는 지역사회 전도 축제로 지역사회의 호응이 높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도 방법도 변화해 가고 있습니다.
그렇죠. 찬송가도 부르고, 동요도 부르고, 유행가도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대중 속으로 들어가 복음을 전합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복음을 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되어야겠지요. 저희 갈릴리교회에는 음악을 전공한 두 분의 목사님이 더 계십니다. 전성진 목사님과 신정철 목사님입니다. 전 목사님은 시카고 노스웨스턴대에서 학위를 받고 여러 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신 성악가입니다. 현재는 저희 성가대와 교회 음악 전체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신 목사님은 한국 칼빈신학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전문적으로 음악공부를 했습니다. 갈릴리교회에서 찬양인도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사님들과 성가대원, 교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 교회는 시카고 지역 동포들에게 음악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전할 수 있는 갈릴리 축제를 매년마다 열수 있었습니다.
특히 전 목사님을 중심으로 음악을 전공한 목사님들이 함께 모여 작년부터 ‘찬양 콘서바토리’를 운영하며 “최고의 하나님을 위한 최고의 음악봉사자를 키우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 54명의 찬양 봉사 지원자들이 공부하고 있고 오는 2월 새 학기부터는 새로운 봉사자들이 지원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갈릴리교회는 이 일을 하나님께서 지역사회를 위해 우리에게 주신 귀한 사명으로 알고 목사와 교인들이 함께 기도하며 힘쓰고 있습니다.
금년 우리 교회의 목표는 “예수님으로 기뻐하는 교인, 그 기쁨을 나누는 교회”입니다. 세상에 기뻐할 일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는 예수님 때문에 기뻐하고 그 기쁨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한 해가 되기 위해 더욱 힘을 쏟을 것입니다. 그 일에 특히 찬양이 커다란 몫을 감당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이민교회의 사명도 목사님 말씀과 연관되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민교회의 사명은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그중에 한인 디아스포라로서의 사명이라던가, 세계선교같은 거대한 주제들도 있겠지만 그러나 금년 저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스스로가 먼저 예수님으로 인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며 기쁨을 경험하고 우리 이웃에게 다가가 사랑을 나누는 교회가 됐으면 합니다. 기도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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