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제가 속으로 굳게 결심한 것이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절대 바쁘게 살지 말아야지!" 그래서 우리 교회 목회에만 전념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금년에 들어서니 더 바빠진 것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억지 춘향이 역할을 해야 할 일이 많아져서입니다. 제가 우리 교회에 직접 관계되는 목회 외에 참여하여할 영역이 몇이 더 있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가 연회이고 다른 하나는 '한인연합감리교회 전국총회와 시카고 지역 연합회'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시카고 지역 교회 협의회'입니다. 목사들에게는 이 연합회 일이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생각해보면 많은 연합회 일들이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들입니다만 직책을 맡아 수고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는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사양을 합니다.

대부분의 목사님들이 자기 교회 목회도 바쁜데 다른 곳에 시간과 힘을 쏟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입니다. 적지 않은 목사님들이 밖에 일에 수고하는 동안 자기가 담임하고 있는 교회가 침체되는 것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저도 부탁을 받을 때마다 일단 극구 사양을 해봅니다만 제가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말을 들을 때입니다. "제일 교회가 시카고 한인 동포 사회의 어머니 교회요, 장자 교회인데 그 교회 목사가 안 하면 누가 합니까?"라는 말입니다. 이 말이 저에게는 무척 부담이 됩니다. 이 말 때문에 결국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어떤 직책이나 일들을 받아들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죄송합니다만 때때로 우리교회가 '장자교회', '어머니교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에게는 이것이 무척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장형 노릇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도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한인연합감리교회 목회 개발'과 '전국연합회 총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시카고에 전국에서 20여명의 목사님들이 모였습니다. 물론 저도 꼭 참석해야 할 모임이었습니다. 이렇게 3일을 보내고 나니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밀려서 수요일 오후에는 더욱 마음이 급해짐을 느꼈습니다. 저녁에는 예배를 준비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서 생각하는 중에 힘들게 투병하시는 성도님들과 몸이 불편하셔서 장기적으로 예배에 출석하시지 못하시는 연로하신 성도님들을 생각하니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투병하며 지내고 있는데 담임목사는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그리고 우리 교회에 오신 새가족 성도님들께도 죄송했습니다. '교회에 등록한지 벌써 몇 주가 되었는데도 담임목사가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요즘 집사람으로부터 경고를 받습니다. "당신 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맞느냐?..."

지난 금요일 급하게 집을 나서며 우연히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창문에 비친 제 얼굴이 완전히 목석 같았습니다. '아니 내 얼굴 표정이 왜 이래? 나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굳어 있다니... 이런 얼굴로 가족들과 성도님들을 대하고 있다는 말인가?' 저는 차에 오르자 시동을 걸면서 차안에 있는 백미러로 제 얼굴을 보았습니다. 제 얼굴이 굳어있을 뿐만 아니라 색깔까지 바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웃어보았습니다. 저는 그 날 운전을 하면서 몇 번이고 백미러를 보면서 웃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제 얼굴이 제가 생각하는 제 얼굴로 돌아왔습니다. 굳어져 얼굴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있으니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닙니까? 요즈음 불황 때문에 마음이 굳어져서 얼굴까지 굳어지지는 않았습니까?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통하여 잃어버린 얼굴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마음까지 되찾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