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Photo : 기독일보)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하나님의 간섭과 인도 속에 시작한 바울의 2차 선교 여행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감옥도 가고, 연속적인 소동(행17:8,13)도 만나 급히 도피합니다. 하나님 뜻에 순종한 길에도 고난과 아픔이 있을 수 있습니다. 데살로니가에 이어 베뢰아에서도 소동을 만나 뱃길로 도망을 가서 아테네에 도착합니다. 아마도 피레아스 항구를 거쳐 아테네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아테네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맹주로서 번성했던 도시이며 지금은 그리스의 수도입니다. 현존하는 도시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입니다. 역사 시대가 개막한지 3,400년에 이릅니다. 아테네는 고대 헬라 문화의 요람이라고 보아도 과하지 않는 대표적인 헬라 도시였습니다.

아테네라는 도시 이름은 도시의 수호신 '아테나'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아테네의 수호신이 되기 위하여 전쟁과 지혜의 신인 아테나와 바다와 자연의 신인 포세이돈이 경쟁했습니다. 인간에게 더 유용한 것을 주는 자가 수호신이 되기로 했는데, 아테나는 평화와 풍요를 상징하는 올리브 나무를 선물하고, 포세이돈은 말과 샘을 선물했습니다. 결과는 아테나의 승리였고, 그래서 도시는 아테네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답니다.

아테네에 들어서면 아크로폴리스가 시선을 압도합니다. 헬라어로 '아크로'는 '높은'이라는 의미이고. 폴리스는 도시국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도시를 의미합니다. 도시의 언덕 혹은 도시의 중심지라는 의미입니다. 원래 헬라문화권에 있는 도시마다 아크로폴리스가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아크로폴리스하면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의미합니다. 파르테논 신전을 위시한 여러 신전들이 들어선 아크로폴리스는 헬라문명의 상징입니다.

아크로폴리스는 도시의 성소이자 시민들의 정신적 위안소요 피난처였습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아크로폴리스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서울 시청 앞 광장이 아크로폴리스가 되었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서울대학교에 아크로폴리스광장이 있습니다. 이런 용례에서 아크로폴리스는 민주주의 요람이나 민주광장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아고라 광장이 더 가깝습니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언덕아래 아고라 광장이 있습니다. 원래 헬라어로 아고라의 의미는 '모이다'입니다. 아고라도 고대도시마다 있었던 '시민들의 회의 장소'였습니다. 이 아고라광장에서 도시 회의는 물론 간단한 운동 시합이 있었고, 국가나 왕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광장이었습니다. 후기 그리스 시대에는 상인들의 노점이 들어서고 아고라 둘레에 고정된 상가들이 들어서서 공공 시장의 기능을 하기도 하는 시민들 삶의 중심지였습니다.

바울은 아크로폴리스 언덕을 거닐며 우상 신상들을 보았고, 아고라 광장을 거닐며 아테네 시민들과 철학자들과 더불어 대화했습니다. 바울이 전하는 메시지 덕분에 아테네는 들끓었습니다. 바울을 만났던 아테네의 철학자들은 바울을 '아레오파고스'에 세웠고, 바울은 아레오파고스에서 복음을 전합니다. 아레오파고스는 아테네 대법원이었습니다.

아레오파고스의 기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옵니다. 전쟁의 신 아레스가 자신의 딸(알키페)을 겁탈하는 포세이돈의 아들(할리로티오스)을 현장에서 살해합니다. 당시 제우스에 버금가는 힘을 가졌던 포세이돈은 아레스를 살인죄로 고발합니다. 그래서 올림푸스 열두 신들이 이 언덕에 모여서 재판을 합니다. 문헌에 나타난 역사상 최초의 재판입니다. 이런 사건을 통해 이 언덕을 '아레스의 언덕'이라는 의미로 '아레오파고스'라고 불렀습니다.

아레오파고스는 로마의 원로원처럼 고대 그리스의 귀족들이 사법적인 결정을 했던 장소요 기관이었습니다. 아레오파고스는 아크로폴리스 언덕과 아고라 광장 중간에 위치해 있습니다. 신전이 즐비하게 늘어선 아크로폴리스 언덕과 인간 군상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절묘한 곳에 인간들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재판정이 있었습니다.

고대 역사가(歷史家) 헤로도토스(Herodotos)는 자신의 '역사(ἱστορία)'에서 아레오파고스를 언급합니다. 페르시아 군이 침략했을 때 아레오파고스를 점령했다고 전합니다. B.C. 5세기경 솔론이 아테네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아레오파고스는 민주주의를 실험하는 장소로 지정 되었습니다. 아테네 시민들이 경청과 배려를 연습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아레오파고스는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아테네 시민 법정 기관의 이름이었습니다. 사도바울이 아테네를 방문했던 시기에 아레오파고스는 모든 종교적, 정치적 사건을 재판과 교육감독도 했습니다. 새로운 종교나 사상의 도입을 아레오파고스에서 필터링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부활의 복음을 전했던 바울의 메시지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바울은 아레오파고스에 초청강사가 되어 설교합니다. 아테네 철학자들이 바울을 붙들어 아레오파고스로 가면서 말합니다. "네가 말하는 이 새로운 가르침이 무엇인지 우리가 알 수 있겠느냐?(행17:19)" 바울에게 아레오파고스에서 설교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바울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설(설교)를 할 기회를 잡습니다. 바울의 아레오파고스 설교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연설문입니다. 복음과 바울의 헬라문화에 대한 소양이 아테네를 정복하는 장면입니다. 바울의 아레오파고스 설교는 기독교 역사는 물론 인류문화사에 찬란히 빛납니다. 하나님의 섭리와 시대적 문화의 산물인 이 설교 내용은 다음 주에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