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여 의지 없어서 손 들고 옵니다 주 나를 외면하시면 나 어디가리까 내 죄를 씻기 위하여 피 흘려주시니 곧 회개하는 맘으로 주 앞에 옵니다"
- 찬송가 '천부여 의지 없어서' 1절 -
오픈도어즈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탈북민 희진(31·가명)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다음은 오픈도어즈가 소개한 그녀의 간증 내용이다.
희진씨의 할머니는 문을 잠근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매 주일마다 할머니는 작은 방으로 그녀를 불러 무릎을 꿇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기도하고 노래를 했다. 서로가 겨우 들을 수 있는 목소리였다.
그녀는 "할머니는 약 30~40분 정도 예배를 드리셨다. 우리는 먼저 찬양을 함께 불렀다. 찬양 뒤에 무언가 말씀하셨다. 당시에는 전혀 알 수가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도신경'을 외우신 것이었다.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셨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찬양할 때, 그녀도 이를 따라불렀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이라고 할 때는 눈을 감고 따라했다. 북한에서 오직 이 예배 때만 기도하고 하나님에 대해 말할 수 있었다고.
중국에서 한인 선교사를 통해 예수님을 만난 할머니에게 이 예배의 시간이 생명줄이었다는 사실을 당시의 그녀는 알지 못했다.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다시 북송되어 6개월 간 수감 생활을 했던 그녀의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손녀에게 자신이 발견한 복음에 대해 전해주었다.
희진씨는 "찬양하고 기도할 때의 할머니는 걱정과 염려가 없어보이셨다"면서 "(복음을 알게 된 후) 북한에서 금지된 이러한 찬양을 그동안 어떻게 부를 수 있었는지 놀랐다. 할머니가 불러주셨던 찬양은 어린 내게 아름답게만 들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희진씨 역시 북한에서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충분히 알 나이가 되었다. 실수로 누군가에게 '할머니가 예수를 믿는다'라고 말할 경우, 그녀를 포함한 온 가족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북한에서는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4대까지 제거된다.
어릴 때 할머니의 신앙과 찬양들이 그녀에게도 큰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찬송가 '전부여 의지 없어서'는 그녀가 처음 배웠던 찬송가이면서, 남한으로 탈북한 후 교회에서 처음 들었던 찬송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처음 한국의 교회에 도착해 이 찬송가를 들으며 정말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많은 탈북민들처럼 희진씨에게도 북한에서 겪은 일들에 대한 기억이 항상 따라다녔다. 지금도 그녀는 강압적인 세뇌와 고립, 끊임없는 굶주림과 교도소 내에서의 두려움, 90년 대 전국을 휩쓸었던 가난 등을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내 안에 그렇게 많은 고통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하나님은 이러한 찬송가들로 나의 얼어 붙어있던 마음을 녹이셨다"고 말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남한으로 탈출한 이후에도 희진씨는 여전히 하나님을 의지하는 삶을 살고 있다. 기도의 능력을 체험 중인 그녀는 신앙을 물려준 할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오픈도어즈는 "하나님은 닫힌 문 뒤에서 조용히 드리던 두 사람의 기도를 통해 희진씨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행하셨다"면서 "그분은 오늘 북한의 기독교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역사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희진씨는 "기도는 능력이 있다. 박해 중에도 할머니는 기쁜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며 정말 자주 기도를 드리셨다. 할머니가 항상 기쁨으로 충만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려움 중에도 할머니는 한 번도 희망을 놓치신 적이 없었다. 하나님은 아주 조용하게 드린 할머니의 기도도 들으셨다. 내가 계속 살 수 있는 길을 느낀다"고 간증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을 더 알고 싶고 삼촌이 심각하게 반대할 때도 할머니가 그렇게 많이 기도하셨던 이유도 알고 싶다. 내가 지금 기도할 수 있는 것도 할머니의 기도의 응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