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명
(Photo : ptsa.edu) 이상명 박사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기독일보 창간 1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기독일보는 2004년 1월에 창간되어 이제껏 한인 이민교회와 사회에 ‘말길’과 ‘글길’을 열어주어 교회와 교회, 교회와 세상 사이를 잇는 대표적 언론으로 성장했습니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급속한 변화와 발전에 현기증이 일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21세기를 지식정보사회라고 부르지만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지 불과 십수 년 만에 우리 사회는 이미 스마트 시대에 들어서고 지능정보화로 특징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가히 ‘속도의 혁명’이라 부를 만큼 변화와 혁신 가치를 중요시합니다.

이 변화는 선형적 속도가 아닌 기하급수적 속도로 전개 중입니다. 지능정보사회는 연결과 지능을 기반으로 합니다. 정보에 지능이 결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미래사회를 예고합니다. 인간만이 아니라 인간과 사물이 함께 지능을 가지고 주도하는 사회입니다.

우리는 이제 초연결, 초지능으로 특징짓는 미래사회에서 엄청난 변화의 속도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만들 미래사회 속 기독교 언론의 운명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현재 기독교 언론의 낙후성을 감안하면 위기에 처해 있다 판단합니다. 그러나 ‘위기’란 단어는 ‘위험’과 함께 ‘기회’란 의미도 내포합니다.

21세기는 ‘문화전쟁’의 시대입니다. 기독교적 가치와 전통과 문화가 세속화의 거센 도전 앞에 조롱받으며 무너지고 있습니다. 전파를 타고서 곳곳으로 방출되는 저속한 메시지와 감각적 영상에 세상은 현혹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복음적 가치와 기독교적 문화를 쇄신하고 창출할 수 있는 매체로써 기독교 언론의 역할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합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기독교적 가치와 문화가 도전받고 있는 현시대에 시공간을 뛰어넘고 사회 문화적 제약에 묶이지 않으며 여러 세대와 인종과 민족을 대상으로 선교할 수 있는 언론매체로서의 기독일보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큽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기대만이 아닌 기독일보를 지켜보는 한인 교회와 사회의 바람일 것입니다.

기독교 언론을 생각할 때 화란 신학자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열 개의 머리와 백 개의 손을 가진 자”라는 칭송을 받았던 그는 다방면에 천부적 재능을 지녔던 인물로 종교개혁자 장 칼뱅의 신학을 세계화시키는 일에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쳤습니다.

그는 인본주의적, 무신론적인 국립대학에 대항하여 성경적, 신본주의적인 칼뱅 사상에 기초한 화란 자유대학을 설립하였습니다. 나아가 그는 일간지인 ‘스탠다드(Standaard)’ 지를 창간해 편집인이 되었고, 주간지 ‘헤라우트(Heraut)’ 지를 창간해 45년간 편집장으로 일했습니다. 이 신문들 모두 분명한 기독교적 관점, 그것도 철저한 개혁주의적 관점에서 화란 교회의 문제는 물론 화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종교, 전 영역의 이슈를 다룬 것으로 유명합니다.

무신론적 세속주의가 판치는 이 시대, 개혁주의 전통에 근거한 카이퍼의 정신을 되살려야 합니다. 무엇보다 기독교 언론은 카이퍼의 다음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성경의 총체적인 진리를 종교의 영역을 넘어서 삶을 통해,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정신으로 밝히 드러내는 것이다." 카이퍼의 외침은 비단 기독교 언론만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도 해당됩니다.

각 사람의 정체성은 그가 무엇을 보고 듣고 경험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도 일상 속 그가 접하는 여러 매체를 통해 정립됩니다. 그런 정체성을 확고히 세워주는 기관으로는 교회와 교단도 있지만 기독교 언론 방송사도 크게 한몫합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들을 개혁주의적 관점에서 평가 분석하여 그것에 근거해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 기독교 언론의 주된 과제입니다. 그저 교계 뉴스를 전하는 일만 한다면 성도들을 청맹과니로 만들고 교회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는 일에 일조하는 것입니다.

세속적 가치와 문화에 대항하여 기독일보가 복음의 내용과 능력을 널리 전할 수 있는 문화선교의 도구가 되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시대를 분별하고 건전한 기독교문화를 창출하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언론사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작금의 혼탁한 시대에 기독일보가 문서선교를 통해 이민교회와 사회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복음적 가치와 선교적 비전으로 저속한 세속문화에 대항하고 성도들을 일깨우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하나님의 거룩한 도구가 되어주실 것을 간구합니다. 무엇보다 개혁주의적 관점에서 교회와 세상을 비추는 하나님의 서치라이트가 되어주시길 소망합니다.

기독일보 창간 15주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교회, 4차 산업혁명 시대 플랫폼 경쟁에서 뒤지고 있어”

“반기독교 적대감 빠르게 공유되는 시대… 플랫폼 선점해야”

4차 산업혁명과 기독교 포럼

기독교인에게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

칼뱅의 그리스도 주권론

카이퍼, 올해 주목되는 기독 정치인의 ‘롤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