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십일조○○, 어린이○○, 감사○○, 주·월정○○, 장학○○, 건축○○, 심방감사○○, 선교○○, 총회주일○○, 세례교인○○, 일천번제○○...

○○에 들어갈 단어는 무엇일까? 기독교인이라면(아니라도 이정도는) '헌금'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이 밖에 각종 각종 절기 때마다 드리는 헌금을 비롯해 교회와 노회, 총회의 여러 행사에서 드리는 특별 헌금까지 더하면, 그 종류만 해도 족히 20개는 된다.

각종 헌금, 그 자체로 부담

헌금의 필요성이나 정당성을 두고 신학적·목회적 논쟁이 없지 않지만, 오늘날 거의 모든 교회에는 헌금이 있다. 헌금 그 자체를 문제 삼는 이들도 많지 않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모든 것이 하나님께 속했다고 고백한다. 두말할 나위 없이 '돈'(재물)도 그 중 하나다.

문제는 헌금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간혹 '드리는' 게 아닌 '걷는' 헌금이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곤 한다. 헌금에 대한 교회 안팎의 비판은, 이토록 세세하게 나눠진 헌금의 종류와 무관하지 않다. 때문에 "여러 종류의 헌금은 그 자체로 교인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헌금을 여러 명목으로 쪼개지 말고 '십일조'로 단순화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일부 교회에선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예배 때 헌금 봉투를 주보에 끼워 나눠주거나 헌금주머니를 돌리는 대신 헌금함을 상시 비치해 교인들이 '눈치'(?)보지 않고, 헌금을 자발적으로 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헌금의 종류, 시대와 환경의 산물

그러나 단순히 헌금의 종류가 많다는 게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헌금의 종류는 교회마다의 서로 다른 환경이나 시대적 상황 등이 반영된 결과로, 각 헌금이 그 정당성을 확보한 경우라면, 종류는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초기 한국교회에선 '월정헌금'이 대세였다고 이들은 말한다. 오히려 '십일조'가 드물었는데, 이는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적 상황이 그 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또 헌금의 한 종류로 돈 대신 쌀을 드리는 '성미'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면서 점점 십일조가 보편화 되고, 교회의 부흥과 성장도 동반되자 과거엔 없던 '선교헌금'도 생겼다. 피선교지였던 한국이 마침내 선교하는 나라가 됐다는 방증이다. '구제헌금'도 비교적 새로 생긴 헌금이다. 이처럼 시대와 환경에 따라 헌금의 유형과 종류도 변한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한 목회자는 "목회를 하다보면 십일조 외에도 특별한 명목으로 헌금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며 "교회 운영에 꼭 있어야 할 경우도 아닌데 굳이 만든 헌금이 아니라면, 십일조나 주일헌금이 외에도 다른 유형의 헌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헌금의 의무화?

또 한편에선, 아예 '회비'처럼 교회의 예산 규모를 고려해 각 교인들이 정해진 기간마다 일정 금액을 서로 나눠 내도록 헌금 제도 자체를 바꾸자는 주장도 있다. 즉 헌금의 '의무화'다. 이렇게 하면 교인들이 더 이상 헌금의 종류나 액수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등 해외에 이런 교회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엔 맞지 않는 제도인 것 같다. 지난 2013년, 예장 합동 측의 헌법 개정안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다름 아닌 "십일조 헌금을 드리지 않는 교인은 권리가 자동 중지된다"는 부분이었다. 한 마디로 십일조가 교인의 의무라는 것이다.

당시 이를 두고 "이젠 돈이 있어야 하나님을 믿을 수 있느냐" "교인이라면 마땅히 스스로 헌금을 해야 하지만 그것을 강제하는 것은 성경과 배치된다"는 등 적지 않은 비판이 있었다. 합동 측은 결국 관련 내용을 수정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