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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라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물론 틀에 박힌 생각을 깨는 것은 일단 좋은 일이다. 그러나 마땅히 깨져야 할 관념과 아집, 선입견 등이 깨져야지, 깨져서는 안 될 가치들마저 진부한 고정관념 취급을 받아 난도질당하고 깨뜨려진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느 라디오 DJ가 '고정관념을 깨는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며 이런 주제를 제시했다.

"흥부와 놀부 중에서 누가 옳다고 생각하는가?"

흥부는 착한 사람, 놀부는 못된 사람이라는 전통적 선악 구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는 자체가 고정관념을 깨는 일이었는데, 많은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전화를 걸어 자기 생각을 털어놓았다.

각각 흥부나 놀부를 지지하는 그들의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흥부를 지지하는 쪽은 전통적 논리이므로 당연히 착하다든지, 제비 다리를 고쳐 주었다든지, 형님을 원망하지 않았다든지 하는 것이었다. 반면 놀부는 동생을 나 몰라라 하고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렸으며 욕심이 많다는 등이었다.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놀부 지지파들. 절약정신이 투철한 놀부는 자기 가족을 위해 재산을 알뜰히 모았고, 어쨌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흥부는 무능하고 게으르고 무책임하여 애만 많이 낳아 고생시키고 형에게까지 부담을 주었으며 결국 남의 도움으로 큰 보화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뉴에이지적 사고가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으로 성행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며, 그 후에는 기존 동화 주인공들을 다시 보는 등 관점 뒤집기가 봇물처럼 유행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이 모든 현상이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만연돼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고정관념을 깨는, 앞서가는 사고일까?

이런 사고방식에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취하는 맹점이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사탄의 속삭임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믿고 행하려는 우리에게, 우리의 원수가 이브에게 했던 것처럼 "정말 그렇게 말씀하시더냐?" 라고 반문함으로써,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속아 죄를 범하게 하는 그런 함정이 숨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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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변호한다 해도 놀부는 악인의 그림자이다. 사탄은 악의 결정체인 자신을 의의 사도이자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여 사람들에게 파고든다. 그러면서 고정관념을 깨라고 속삭인다.

왜 항상 악인은 악역만 하고 선한 자는 선만 행할 수 있느냐고 부추기는 것이다. 마음 착한 살인자도 있고, 못돼 먹은 자선사업가도 있지 않느냐고 우리에게 반문한다.

이것이 세상의 철학이며 '도덕적 상대주의'이다. 항상 악한 자도 없고 항상 선한 자도 없다는 것이다. 내가 악하다고 생각하면 악한 것이고, 내가 선하다고 믿으면 선한 것이다. 절대적인 기준은 필요치 않다.

이런 현상은 현대의 모든 문화에 녹아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든 관념에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다. 이는 모더니즘, 즉 계몽주의와 합리주의를 표방하는 이성중심주의 이후 관념이라는 뜻으로, 내가 좋으면 그만이고 모든 것에 이유도 설명도 없다.

'흥부는 선, 놀부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해체하는 것이다. 또 진화론은 하나님으로부터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보다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우성과 열성 개념을 합법화하여, 잘나면 다 용서된다는 식의 '관점의 혼란'을 가져왔다.

이런 관념들이 신앙과 교회에 들어오면 일반적인 철학의 관점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고, 가룟 유다의 인간적 고뇌를 옹호하게 되거나 가인과 아벨의 이분법적 구도를 인간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시도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관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설령 이해가 가지 않고 마음에 안 들어도 절대적 가치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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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가끔 하는 이야기 중에 '착한 남자는 매력 없다'는 말이 있다. 남자가 너무 착해 빠지거나 바른생활 위주로 살면 왠지 싱거워 보이고 긴장감이 떨어져서 연애하는 재미가 없다고도 한다.

그래서 범생이 같은 용모 단정하고 품행이 바른 남자보다는 사악한(?) 카리스마를 지닌 채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남자에게 여자들이 더 모이기도 한다. 이른바 '나쁜남자 신드롬'이라고나 할 수 있는 현상인데, 이것은 참으로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을 보니 재미로 남자 출연자의 인기투표를 하는데, 한 여성 출연자가 '난 나쁜 남자가 좋더라~'고 하자 남자들이 거들먹거리고 불량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른바 '나쁜 척'을 한다. 이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단면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죄성이 있기 때문에, 죄임을 알면서도 따라가거나 아예 죄라는 생각조차 못하고 끌려가는 부분이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늘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하고 탐스러워 보이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법이다.

사탄은 세상의 모든 관념을 뒤섞어 엉망으로 만들었고,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이를 용납해 왔다. 때문에 우리 모두는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잘못된 관념을 용납하는 사람은 그만큼의 대가를 치를 것이다.

금지된 장난은 재미있고 금단의 열매는 더욱 맛있어 보인다. 착한 사람은 우습게 보고 뭐든 제멋대로인 사람에게 끌리며, 늘 스릴을 느끼고 긴장하게 된다. 그러나 그 잘못된 선택의 결과 때문에 인류는 하나님에게서 멀어져 이토록 험난한 삶을 살고 있다.

당신이 찾고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또는 마음에 갈등을 느끼며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대상들은 어떤 이들인가? 마음에 둔 그 사람은 다소 재미없게 느껴져도 하나님의 뜻에 충실하려는 사람인가, 아니면 반항기가 넘치는 인간적 매력을 지닌 사람인가....

착한 사람의 내면에 있는 하나님의 본성이자 빛은 외면하면서, 눈에 보이는 파격적인 카리스마에만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자신의 관념을 하나님 앞에서 굽히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내 맘에 드는 것은 늘 독이 될 수 있지만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것을 지향하면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의 관념을 말씀에 고정하라. 하나님이 빠진 "Why not?"은 세련된 것도 앞서가는 것도 아니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www.woogy68.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