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기자회견
(Photo : 기독일보)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이민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의 성명서 발표에 참여한 목회자들

최근 발생한 한국 명성교회 담임목사 후임 문제에 대해 해외 동포들이 성명을 발표하며, 명성교회의 결정 철회와 명성교회가 속한 노회 및 총회에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이 성명은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이민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의 성명서”라는 제목으로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이민교회 목회자와 교인 일동’이 발표했다. 성명 참여자는 총 488명으로 목회자와 평신도 등 다양했으며 미주 지역 목회자 가운데에는 선한청지기교회 송병주 목사, 시카고한인교회 서창권 목사, 충현선교교회 민종기 목사, 토론토밀알교회 노승환 목사, 서부장로교회 김선익 목사, 선한목자교회 고태형 목사, 나성한미교회 신용환 목사, 다우니제일교회 안성복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노창수 목사 등 100여 이상이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성명은 송병주 목사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명성교회 후임자 결정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며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성명에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그의 페이스북 게시글이 확산되면서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메릴랜드, 텍사스, 일리노이 등 미국 전역과 캐나다, 싱가포르, 독일 등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번 성명은 “우리는 조국 교회의 아름다운 신앙의 유산을 간직하고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하지만 명성교회 세습을 보면서 깊은 자괴감과 부끄러움에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역시 죄인이며 자랑할 것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이런 현실에 침묵하고 회개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형제와 조국 교회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우리의 자녀들이 ‘그때 아버지 어머니는 무엇을 하셨느냐’는 질문에 부끄럽지 않고자 아래와 같이 마음을 모은다”고 했다.

이들은 “명성교회 세습은 윤리적, 사회적, 성경적, 그리고 선교적 차원의 어떤 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명성교회 세습은 단순한 세습을 넘어 힘 있는 교회는 공동체와 법 위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명성교회 성도들은 개교회의 근시안적 유익을 넘어 시대적 소명의식 속에서 세습 상황을 직시하고 옳은 길을 향한 의사를 적극 개진하고 최선의 모습으로 결단해 달라, 불법적 관행에 대해 노회와 총회가 교권과 금권에 굴복하여 대형교회의 불패론을 정당화시켜 온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거룩한 교회가 더 이상 가서는 안 될 길을 가는 것을 보고 침묵하는 더 큰 죄를 지을 수 없어서 이렇게 마음을 모았다”고 했다.

이번 성명은 2018년 1월 12일 캘리포니아 인터네셔널 대학교 강당에서 발표됐으며 송병주 목사 외에 이상명 총장(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권태산 목사(올림픽장로교회), 박문규 대표(LA 기윤실), 김선익 목사(서부장로교회)가 참석했다.

송병주 목사는 “세습은 한국교회가 가진 모든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표출된 사건”이라고 말하며 “(해당 교회는) 세습 반대가 일부의 사고라고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상명 총장은 “세습은 기원후 381년 제1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제정한 교회의 통일성, 거룩성, 보편성, 사도성에 반하는 행동으로 결코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근 “목회세습, 하늘의 법정에 세우라: 중대형교회의 목회세습 반박문 95개조항”이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한 민종기 목사는 “교회는 언약 집단이지 혈연 집단이 아닌데 세습은 신라시대 골품제도처럼 교회 귀족, 목회 귀족이 생겨나게 했다. 예수님의 몸 된 교회를 세습하는 일은 예수님의 몸을 도적질하고 예수님의 권위를 찬탈하는 일”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권태산 목사는 “지금 시대는 유능한 사역자보다 성직자를 원하고 있다”면서 “교회는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문규 대표는 “이번에 우리가 변화되지 않으면 다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어 김선익 목사가 “믿음의 형제됨을 붙들고 돌이킴과 개혁을 위해,” 송병주 목사가 “실망과 상처 입은 성도를 위해 ”를 대표 기도를 인도했다.

송병주 목사는 “저는 제가 속한 노회와 교단에 이번 일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 달라 요청할 것”이라면서 “여러분들도 여러분이 속한 자리에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송 목사는 이번 성명과 참여자 명단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재판국과 명성교회 정상화 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명성교회 기자회견
(Photo : 기독일보) 박문규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명성교회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이번 성명서 발표 행사를 후원한 LA 기윤실은 이번 성명과는 별도로 지난 12월에 “교회 세습에 대한 LA 기윤실의 입장”이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성명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전 교회가 자기의 모습을 성찰해야 할 때, 한국 교회에서 대형교회의 세습 문제가 사회 문제로 부각된 것은 참담한 일”이라며 “미주 한인교회는 한국 교회의 기복주의, 황금 숭배, 교회 세습이라는 잘못된 풍조를 본받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