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하솔왕 야빈의 연합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함으로 여호수아는 여리고에서 시작된 가나안 정복전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여호수아의 이전 모든 전쟁이 그러했듯이, 메롬 물가의 전쟁 역시 여호와께서 적들을 이스라엘 손에 넘겨주셨기 때문에 얻은 승리였다(수 11:8). 전쟁에서의 승리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허락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은 신앙 안에서 승리하는 삶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우리들에게 교훈해 준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일을 계획하며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결국 하나님의 뜻뿐이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주기도문 내용도 그런 점에 대한 강조이다. "마음의 경영은 사람에게 있어도 말의 응답은 여호와께로부터 나온다"(잠 16:1)나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다"(잠 16:9)라는 잠언의 말씀들은 모두가 궁극적인 승리가 하나님께 있음을 강조한 내용들이다. 그래서 지혜의 근본은 여호와에 대한 경외 곧 그분의 뜻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잠 1:7; 9:10).

전쟁은 하나님 손에 달려있다. 그래서 전쟁에서의 승리를 얻기 위해서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우선적인 요소이다. 여호수아의 전승도 그런 점이 강조되어 있다. 여호수아의 전략은 다른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순종하는 일이었다. 그런 순종은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물론 전쟁을 마치고나서도 철저하게 지켜졌다.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을 때에는 가혹할 정도로 무섭고 호된 결과가 뒤따랐다. 대표적인 경우가 아이성에서의 패전이었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바쳐야 한다는 명령을 어기고 몇 가지 물건을 훔친 아간 때문에 이스라엘 전체가 패전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했었다.

가나안 땅 정복을 위한 마지막 전쟁과 관련하여서는 두 가지 하나님 명령이 소개되어 있다. 하나는 전쟁을 앞둔 여호수아에게 직접 주신 명령이다.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 그들로 말미암아 두려워하지 말라. 내일 이맘때에 내가 그들을 이스라엘 앞에 넘겨주어 몰살시키리니 너는 그들의 말 뒷발의 힘줄을 끊고 그들의 병거를 불사르라 하시니라"(수 11:6). 이 명령 속에는 '두려워하지 말라'는 격려와 함께 승리에 대한 약속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특히 '내일 이맘때'라는 시간이 특정됨으로 승리에 대한 약속이 보다 더 구체성을 띄었다. 그리고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 적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도 구체적으로 지적되어 있다. 곧 이스라엘은 적들의 말 뒷발굽 힘줄을 끊고 병거를 불살라 버려야한다는 명령이다.

또 다른 하나님의 명령은 모세를 통하여 주신 율법이다. "여호수아가 그 왕들의 모든 성읍과 그 모든 왕을 붙잡아 칼날로 쳐서 진멸하여 바쳤으니 여호와의 종 모세가 명령한 것과 같이 하였으되"(수 11:12). 여기에서 여호수아가 순종한 명령은 전쟁터에서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이전에 모세를 통하여 주신 것이다. 신명기 20장에 기록된 전쟁관련 규정으로 추측되는 그 내용은 여호수아가 평생 동안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묵상해야할 거룩한 말씀을 의미한다(수 1:8). 비록 모세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받은 것이지만 여호수아는 그것을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받은 것처럼 중요하게 여겼다.

여호수아는 위의 두 가지 명령을 구별 없이 철저하게 순종하였다(수 11:15). 지금도 하나님께서는 두 가지 방법으로 우리들에게 말씀하신다. 하나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우리들이 구체적으로 실천해야할 말씀들이다. 동시에 우리들에게는 항상 가까이 두고 묵상하며 지켜야할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 있다. 전자가 구체적 상황 속에서 주어지는 '레마'로서의 말씀이라면, 후자는 기록된 계시의 말씀 곧 '로고스'로서의 말씀이다. 이 두 가지는 따로 구별되는 별개의 말씀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같은 하나님 말씀이다.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