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성 박사
(Photo : ) ▲최덕성 박사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20~21일 열린 7개 신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80여편의 관련 논문이 발표된 가운데,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가 이 자리에서 "개신교와 가톨릭의 재결합"을 주장하고 나섰다.

최덕성 박사는 지난 2013년 WCC(세계교회협의회) 부산총회를 전후해 WCC의 신학을 논하면서, 특히 로마가톨릭교회와 연대하는 모습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로마가톨릭교회의 비성경적 교리들을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종교개혁자들의 칭의론을 반박한 김세윤 박사(풀러신학교)의 소위 '유보적 칭의론'에 대응해 정통 개혁주의의 '이신칭의' 구원론 수호에 앞장서 왔다는 점에서, 최 박사의 '에큐메니칼적' 이번 논문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최덕성 박사는 20일 오후 '프로테스탄트교회와 로마가톨릭교회의 재결합을 위한 교회론적 대화: 아조르나멘토 교회론에 대한 베커와 설리번의 논쟁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제6분과 발표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와 세계 기독교계의 최대 교회론적 과제는 로마가톨릭교회와 프로테스탄트교회의 재결합"이라고 밝혔다.

최 박사는 "교회의 불가시적, 내면적 단일성은 가시적, 외형적 일치로 나타남이 바람직하다"며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의 교회를 세웠으므로, 가능하다면 프로테스탄트 신학과 교회의 본질을 내면적으로 유지하고, 외형적으로는 입헌군주제 형태의 교황 제도를 유지하는 결합을 시도해 봄직하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물론 쉽지 않다는 것도 전제한다. 그는 "재결합을 가로막는 여러가지 비성경적이고 미신적인 장애물들은 (로마가톨릭교회의) 전승론, 사도직 계승권, 교황 무류설, 마리아론, 의화론, 화체설, 희생제사론, 연옥 교리, 교황 절대권력 교리, 종교다원주의, 교파주의 등"이라며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삼위일체론과 기독론은 거의 일치하고, 인간론과 구원론에는 이해의 동일성과 상이성이 존재한다. 재결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교회론의 차이"라고 했다.

결국 재결합의 열쇠도 비성경적·미신적 '장애물'로 가로막힌 로마가톨릭교회에 있다. 그는 "로마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에서 천명한 '아조르나멘토(Aggiornamento) 정신'에 따라, 자신이 여러 형태의 '그리스도의 교회들' 가운데 하나이고 프로테스탄트교회를 형제로 여기며 참 교회로 인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어 '아조르나멘토'는 '개혁' 또는 '쇄신'이라는 의미로, 로마가톨릭교회의 쇄신과 현대 세계 적응 정신을 일컫는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전체에 나타난 개혁 또는 쇄신 사상의 흐름, 로마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행동을 오늘의 시대에도 걸맞도록 적응시키려는 정신을 말한다.

그러나 교황청은 2007년에 발표한 성명서 '교회에 대한 교리의 일부 측면에 관한 몇 가지 물음에 대한 답변과 해설'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교회에 관한 종래의 교리를 바꾸지 않았고, 교회론을 바꿀 의도도 없었다고 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아조르나멘토 정신'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종래 배타적 교회관을 포기하거나 버리지 않았으며, 쇄신되거나 열린 교회론을 천명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프로테스탄트교회는 '교회'가 아니라는 점도 다시 명확히 했다.

최 박사는 "교황청의 선언으로 말미암아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아조르나멘토 교회론, 곧 로마가톨릭교회 교회론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스캔들(Scandal)로 끝났다"며 "그러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쇄신된 교회론'에 대한 로마가톨릭 신학자 칼 베커와 프랜시스 설리반의 논쟁은, 로마가톨릭교회와 프로테스탄트교회의 재결합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한다"고 썼다.

그에 따르면,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기독교 신앙의 근본 진리와 형식을 구분하고, 교회를 새 시대의 상황에 맞게 쇄신했다. 당시 교황 요한 23세는 교회 갱신과 동방정교회, 영국국교회, 프로테스탄트교회들과의 관계를 쇄신할 목적으로 교회론 개혁에 초점을 두고 공의회를 소집, 교황청 관료 신학자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중세기적이고 반종교개혁적이고 반근대적인 정신성에 갇혀 있는 교회를 개방해, 새 시대에 부응하는 교회되게 하는 교리를 만들고 교회 체제를 쇄신시키는 발판을 마련하려 했다.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이전의 명제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가톨릭교회 안에 존재한다(교회헌장 제8조)'는 선언을 통해, 자신을 상대화해 여러 교회들 가운데 하나로 여기도록 했다. 또 교회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로 모인 백성(교회헌장 제4조)'이라고 규정함으로써, 개신교회의 교회론과 그다지 다르지 않게 했다. 종래 교회관과의 불연속성-단절을 표방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모습. ⓒcrossroadsinitiative.com

 

이후 2005년부터 시작된 예수회 소속 사제 칼 베커(Karl Becker)와 프랜시스 설리번(Francis Sullivan) 교수의 신학 논쟁은 로마가톨릭교회의 '교회관 역류와 복고운동'의 실체를 세상에 알렸다. 최 박사는 "설리번의 논박이 더 정확하고 호소력 있다고 결론지어졌다"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의도적으로 아조르나멘토 교회론을 선언했음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서들과 녹음테이프들을 검토한 결과를 토대로 한 베커의 논의 요지는, '교회헌장 8조'가 말하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다름 아닌 로마가톨릭교회이므로, 그 표현이 전통적 교회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설리번은 "공의회 회의록들과 후속 문헌들을 일일이 살펴보니 '오로지 로마가톨릭 하나만이 정당하게 교회라 불릴 수 있다'는 문안이 초안 작성 과정에서 기각됐고, 로마가톨릭교회는 그 뒤 자신의 울타리 밖에 있는 '교회 공동체들'을 '그리스도의 교회'로 인정했다"며 베커의 주장을 강력히 반박했다.

최덕성 박사는 "베커와 설리번의 논쟁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그리스도의 교회가 로마가톨릭교회 안에 존재하고, 프로테스탄트교회가 형제이며 참 교회라는 의도와 개념을 담은 '아조르나멘토 교회론'을 선언한 것이 사실이라는 데 무게를 실어준다"며 "그러나 교황청은 2007년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베커의 손을 들어줬다. 복고파의 수장 교황 베네딕트 16세가 서명 공표한 이 성명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종래 교회관을 바꾸지 않았고 바꿀 의도도 없었으며, 로마가톨릭교회만이 유일한 그리스도의 교회라고 선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성명서에 WCC나 루터교세계연맹, WCC 자매단체인 세계개혁교회연맹(WARC) 등은 불쾌한 반응을 보였고, 로마가톨릭교회 신학자들과 교회일치운동 관련자들은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로마가톨릭 신학자 캐림 쉘켄스(Karim Schelkens)도 "교황청의 해석은 교회의 요소들과 구성원에 대한 공의회의 교리를 잘못 해석한 결과"라며 "이 성명서에 긍정적 견해를 표방한 로마가톨릭 신학자가 많지 않다"고 했다.

최 박사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로마가톨릭교회 바깥의 타 교회들 안에 존재한다(subsists in other churches)'는 개념을 가졌다"며 "그러나 교황청의 성명서는 공의회 문서들의 야누스의 얼굴 가운데 고풍스런 계급주의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데 몰두해, 교회론 교리를 종래의 것으로 되돌려버렸다"고 정리했다.

논의를 마무리하면서 최덕성 박사는 "로마가톨릭교회와 프로테스탄트교회의 재결합은 진리 안에서 가능하다. 재결합 목적의 대화는 초기 기독교공동체 정신과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교회 개혁, 교회론 개혁, 교회일치 모색에서 출범함이 마땅하다"며 "그 재결합의 첫걸음은 로마가톨릭교회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아조르나멘토 교회관'을 회복하고 수용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칼 베커와 프랜시스 설리반의 논쟁은 프로테스탄트교회를 진정한 교회로 인정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아조르나멘토 교회론' 정신을 확인시켜 주며, 양 진영의 다수 신학자들이 위 공의회가 의도한 바를 바르게 이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러한 사실은 두 교회의 재결합을 향한 일말의 단서와 희망을 제공한다. 로마가톨릭교회와 프로테스탄트교회 재결합의 첫걸음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아조르나멘토 교회관을 회복, 수용하는 일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의 존재는 교황청의 성명과 교서, 공의회의 결정, 로마가톨릭교회의 권위와 교리에 달려 있지 않다. 교회는 초기 기독교의 신앙과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하나님의 법도를 따라 살아가는 신앙고백 공동체"라며 "로마가톨릭교회가 개신교회를 '교회'로 인정하느니 여부의 논의는 '수레를 말 앞에 두는 오류'처럼 잘못된 전제를 가지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라는 이름을 가진 전제군주제 형태의 관료기구를 세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수는 하나의 교회, 신앙고백공동체를 세우려 했다(마 16:17-18). 그 교회는 비성경적인 계급주의적 전제군주형태의 교계(敎階) 집단을 세우려고 하지 않았다"며 "미신적 집단의 교황이 어느 교회가 진짜 교회인지 분간할 권위와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하는 발상은 주객이 전도(顚倒)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 '교황좌 아래로 귀정(歸正)'하려는 WCC 계통의 교회연합운동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WCC계 신학자들은 로마가톨릭교회 안의 교회론 역류와 복고 그리고 스캔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로마가톨릭 교회관 복고로 말미암아 WCC를 지지하는 한국교회의 로마가톨릭교회와의 가시적 교회일치 운동은 '물 먹은 격'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그러나 교회일치운동의 파트너를 허탈한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지속해 오던 교회일치운동을 중단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WCC는 자신이 본래 의도한 것과 달리 로마가 원하는 대로 따르든지, 아니면 인간화, 해방투쟁, 평화, 정의, 인권, 피조물들의 상생 등 글로컬(glocal) 주제를 함께 논의하는 정도의 활동에 머물러야 할 처지"라며 "로마가톨릭교회의 비성경적, 미신적 교리들을 사실상 대폭 수용하면서 진행해 온 WCC의 가시적 교회일치운동은 딜레마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