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켄한인장로교회 이기범 목사
스포켄한인장로교회 이기범 목사

이민사회를 살면서 외로움과 그리움 못지 않게, 우리의 감정 밑바닥을 흐르는 감정이 미워하는 감정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얼마나 저에게 잘 해 주었는데, 나한테 이럴 수 있어? 힘든 상황에서도 내가 저를 위해 자존심까지 내려놓고 눈물까지 보였건만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할 수 있지? 우리에게서 행복을 빼앗아가고, 감사한 마음 대신 섭섭한 마음을 심어주며, 밝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요인이 바로 이런 미움이라는 사실을 주님은 아셨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라"고 하시면서, 너희가 너희 형제자매들에게만 인사를 하면서 지내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십니다(마5:44~47). 

하나밖에 없는 동생과 함께 뒷동산을 뛰어다니며 곤충도 잡고 물놀이도 하던 가인은 동생 아벨과 정답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부모님이 자기보다 동생을 더 사랑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곤 했습니다. 농사를 짓는 자신은 가을 수확 철이 되어야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는데, 동생 아벨은 가축을 기르면서 부모님이 원하기만 하면 아무 때나 가축을 잡아 맛있고 기름진 저녁상을 차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은 자신이 드린 제사를 거절하셨습니다. 왜 거절하셨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었지만,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하며 다시 정성을 모아 제사를 드리면 되는 것이었죠. 그러나 가인은 왠지 화가 났습니다. 섭섭한 생각이 자꾸 들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동생보다 못 생겼나? 내가 동생보다 무식한가? 나를 거부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분노는 그에게 상처가 되었고, 이런 무서운 감정은 그를 절제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느 날 동생과 들에 함께 있을 때, 동생을 돌로 쳐서 죽이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은 동생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셨지만, 내가 동생을 지키는 사람이냐고 도리어 반발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다니.......

시인 도종환은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에서, 자신의 마음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 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로웰 토마스는 "사람을 미워하면 그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인간을 미워하는 것은 생쥐 한 마리 쫓아내기 위해서 집 전체를 불태워 버리는 것과 같다고 헤리 에머슨 호스딕이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햇빛이라면 미워하는 마음은 그늘이 될 것입니다. 햇빛과 그늘을 들락날락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지만, 우리가 어둠의 자녀가 아니라 빛의 자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한 순간도 가인을 미워하신 적이 없습니다. 나를 그 누구와 비교하지도 않으시죠. 내가 미워하는 이유를 상대방 탓으로 돌리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모든 일을 사랑으로 하십시오"라고 성경은 우리에게 말씀합니다(고전16:14). -스포켄에서, 이기범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