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는 지난달 계엄령이 내려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서 기독교인 근로자들이 한 무슬림 고용주의 도움으로 무장한 이들로부터 도망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슬람국가 추종 무장단체 진압을 위해 남부 민다나오섬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한 바 있다. 계엄령에 대한 대법원의 적법성 판결을 사흘 앞둔 지금도 민나나오섬에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단체가 20여개 이상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이들은 집집마다 돌면서 기독교인을 색출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들에게 꾸란 구절을 묻고 제대로 답하지 못할 경우 총격을 가했다고.
필리핀 민다나오섬 일리간시 근처에서 건물에 페인트칠 하는 일을 해오던 닉 앤디리그(26)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고용주가 무장한 이들과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건물 내부에 기독교인이 없다고 말했고, 그들은 결국 다음 집으로 떠났다. 그 집에서 총소리를 들었다. 이후 고용주는 집을 탈출했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좋은 무슬림이었다. 당시 그 집에는 나 외에 또 다른 남성과 임신한 여성도 있었다. 우리는 고용주가 남기고 간 음식으로 연명하다 결국 밖으로 나와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임신한 여성과 남편은 함께 도망칠 수가 없기에 집에 남기로 했다. 그는 탈출에 성공한 후 다시 와서 이들을 구해주겠다고 약속한 후 집을 빠져나왔다. 앤딜리그는 또 다른 동료인 이안 토레스(25)와 함께 13일 새벽에 풀밭을 가로질러 아고스 강에 이르렀다. 이들은 강물로 뛰어들었고 총격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다. 이후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남겨진 부부의 소식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필리핀 정부군 집계에 의하면 지난달 23일 계엄령 선포와 함께 본격적인 소탕전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총 32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지금까지 30만 9천여 명이 피난길에 올랐으며, 이 가운데 질병 등에 시달리던 난민 19명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