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태 박사
(Photo : ) 고경태 박사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가 10월 1일 총신대학교에서 개최한 한국복음주의역사신학회(회장 김용국) 35차 학술대회에서 '트렌트 공의회 칭의론과 칼빈의 해독문'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크리스천투데이에서는 '새관점 학파 칭의론, 로마 가톨릭과 뭐가 다른가'라는 제목으로 논문 발표 상황을 보도했다.

 

최덕성 박사는 2015년 10월 23일 '크리스천투데이'에 '김세윤 교수의 유보적 칭의론 유감'이라는 글을 에세이 형식으로 게재한 바 있는데, 거기서 김세윤 교수의 <칭의와 성화(두란노, 2013)>에서 제시하는 칭의를 '유보적 칭의론'이라 평가했었다.

올해 들어 한국교회는 김세윤의 칭의 이해에 대해 설왕설래 하고 있다. 김세윤의 신학이 정통 기독교 신학과 바른 기독교 구원 이해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견해와, 한국교회의 긍정적 대안으로 적당하다고 주장하는 견해이다.

그런데 현재 주류 신학은 새관점 학파이다. 한국교회는 김세윤의 신학과 새관점 학파의 신학이 혼합된 형태로 만연해 있다. 그런 진흙탕 싸움에서 최덕성 박사의 '트렌트 공회의 칭의론과 칼빈의 해독문'은 확실한 종교개혁 신학을 재정립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517년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은 종교개혁의 문을 열었다. 루터는 이신칭의를 교회의 서고 넘어짐의 조항으로 확립했다. 칼빈도 그에 대해 거부하지 않았다. 루터와 칼빈은 구원 도식에 차이가 있었지만, 이신칭의에서는 동일했다.

그러나 종교개혁 신학의 칭의론에 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1999년 로마가톨릭과 루터교회가 화해를 선언했고, 2006년 감리회도 여기에 동참했다. 심지어 장로교에서 로마가톨릭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엿보이기도 한다. 개신교에서 다양한 칭의 이해가 속출하고 있었음이 증명된 것이다.

종교개혁이 거의 정착될 무렵, 로마 교황주의자들은 종교개혁에 대항할 새로운 이론 수립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은 교회 역사상 가장 긴 회의를 열었다. 그것이 '트렌트 회의(Concilium Tridentinum, 1545-1563)'였다.

트렌트 회의에서 정경 목록, 칭의, 성례 등 종교개혁에서 개혁한 모든 것을 부인하는 반(反)종교개혁을 확립했다. 1547년 1월 의화(義化) 교리(칭의교령)를 발표했다. 트렌트 회의는 종교개혁을 반(反) 종교개혁한 행태였다. 개혁 진영에서 지적한 중세 교회 1,000년의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재정립한 것이다.

최 박사는 1997년 결정한 '가톨릭 교리서(Catechismus Catholicae Ecclesiae)'와 트렌트 회의 문서가 동일함을 이번 논문을 통해 확인했다. 최 박사는 칭의교령 법규 9항 부분에서 이들이 '모든 개신교를 파문하고 저주(anathema)를 선언했음'을 밝혔다.

한국교회에서는 '천주교가 이단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개신교는 천주교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받았음'을 인지해야 한다. 개신교회는 어디서도 천주교를 이단으로 정죄하지 않았다. 신앙고백서에서 불특정하게 '거짓 교회'를 제시했을 뿐이다. 교회의 표지를 준수하지 않는 교회,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 교회, 성례를 바르게 거행하지 않는 교회를 거짓 교회라고 했다.

최덕성 박사는 트렌트 칭의교령이 개신교 전체를 저주받을 단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천주교와 대화하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점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개신교는 이단과 교류하고 협정하면 이단이라고 한다. 천주교는 이단과 교류하면서 모두를 아우르는 가슴 큰 형님, 집 나간 말썽꾸러기를 포용하는 너그러움을 자랑한다.

최 박사는 트렌트 회의의 칭의론에 대해 1567년 발표한 칼빈의 해독문(anti-toxic)으로 대응했다. 칼빈은 교회 안에 스며들 독소를 우려했다. 이는 마치 바울이 갈라디아 교회 안에 침투한 '다른 복음'에 대해 갈라디아서를 긴박하게 쓴 것과 유사하다.

(1) 트렌트 회의에서는 물세례를 의화의 도구인으로 선언했다. 이에 대해 칼빈은 칭의의 수단을 '그리스도의 피'로 제시한다. 물세례를 의화 수단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최 박사는 칼빈의 사상을 밝혀 그리스도의 은혜가 선행해야 할 세례를 밝혔다.

(2) 칭의교령 7장은 칭의에 성화를 포함시켜 동일화된 것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칼빈은 칭의를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를 살린 것으로 제시했다.

(3) 칭의교령 7장에서 믿음에 행함을 첨가시키는 것에 대해서, 칼빈은 신인협력이 부당함을 반박했다.

(4) 칭의교령 9장에서는 구원의 탈락가능성을 제시했는데, 칼빈이 해독문 186-187쪽에서 구원의 확증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복음주의역사신학회
▲지난 1일 한국복음주의역사신학회에서 논문을 발표중인 최덕성 박사(가운데).

 

그런데 위에서 제시한 트렌트의 논거들은 이상하게도, 김세윤이 주장한 내용과 유사하다. 물론 새관점 학파의 견해와도 유사하다. 최덕성 박사는 김세윤 사상을 비판적으로 전개하면서, 트렌트 교령과 동일한 내용을 파악한 것 같다. 그래서 매우 확정적인 문서 근거 자료를 한국교회에 소개해 주었다.

 

최 박사의 논문은 트렌트 회의와 칼빈의 해독문을 대조한 것이다. 논문의 결론 부분에서 김세윤 교수와 새관점 학파에 대해 언급했다. 김 교수와 새관점 학파는 트렌트 칭의교령을 반복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이다.

최덕성 박사의 논문은 한국교회에 매우 중요한 좌표를 설정해 주었다. 칭의 논쟁이 시작된 종교개혁 이후, 트렌트 공의회의 법령과 이에 대한 변호로서 칼빈의 해독문은 두 갈래의 칭의 이해가 존재함을 알려준다. 최 박사는 트렌트 공회의에 대해 종교개혁 진영에서 여러 변호가 있었지만, 칼빈의 변호를 가장 명확한 대응으로 제시했다.

물론 최 박사의 논문은 칭의 이해를 모두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트렌트 회의 의화 법령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최 박사의 매우 좋은 장점은, 복잡한 논리를 단순화시켜 제시하는 것이다. 트렌트 회의 칭의교령도 복잡하고, 칼빈의 해독문도 매우 복잡하다. 그러나 최 박사의 '리딩 다이제스트'를 통해, 학생(독자)들은 두 체계를 명료하게 이해하고 바른 논리를 구축할 수 있다.

최덕성 박사는 트렌트 회의의 결정이 현재까지도 유효하다고 제시했다. 그렇다면 개신교 진영에서 여러 칭의 이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칭의 이해는 두 가지이다. 트렌트 회의의 칭의 이해와 칼빈이 세운 칭의 이해이다. 최 박사는 한국교회에 매우 명료하게 칭의를 이해할 수 있는 매우 기본 자료를 제시해 주었다.

이제 한국교회는 칭의를 몰라서 실수했다는 핑계를 할 수 없게 됐다. 트렌트 공의회의 칭의 이해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종교개혁의 칭의 이해를 따를 것인가? 양자를 택해야 한다. 최덕성 박사의 논문 '트렌트 공의회 칭의론과 칼빈의 해독문'은 한국교회가 나아갈 명확한 이정표를 제공해 준 것이다. 누구든지 길을 찾기 어려울 때 최덕성 박사의 논문을 들어 읽어보자. 바른 구원의 길을 밝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고경태 박사(개혁신학포럼 학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