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들어진 부목사 그릇으로 담임목사까지 갑니다.”

지난 20일 열린 제2회 미주 목회자 사역 세미나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에서 “부목사는 소중한 사역이다”란 주제로 강의한 김기섭 목사는 자신의 부목사 경험을 통해 느끼고 배운 바를 진솔하게 전했다. 김 목사는 호주에서 전도사 10년,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부목사 10년을 거쳐 현재 LA사랑의교회를 개척해 10년째 담임으로 시무하고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안 해 본 게 없는 부목사 출신”이라고 소개하며 “부목사 때 만들어진 그릇이 담임목사가 되어서도 그대로 가게 돼 있다. 지금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서 자기 그릇의 100%를 넘어 120% 헌신하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더 큰 그릇을 빚어 능력과 은사를 담아주신다”고 강조했다.

제2회 미주 목회자 사역 세미나
(Photo : 기독일보) US채플린연구소와 블루 미니스트리(Bible Love Unity Edifying Ministry), ECA한인연합회 등이 제2회 미주 목회자 사역 세미나를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란 주제 아래 8월 20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사랑의빛선교교회에서 개최했다.

김 목사는 가장 먼저 ‘배우려는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솔로몬이 왕이 된 후 하나님께 구한 것도 ‘듣는 마음’(왕상3:9) 즉, 배우려는 자세였다고 전했다.

1. 부목사 때에는 교회로부터 맡겨지는 사역을 가능하면 다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특히 자신이 못하는 일, 안 해 본 사역이 주어진다면 더 적극적으로 해 봐야 한다. 그래야 담임목사가 되었을 때 교회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 부목사 때의 다양한 경험은 자신의 깊이를 만들어 준다. 김 목사는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교육, 청년, 성인 교구, 새가족, 선교, 주차, 재정 등 많은 분야를 담당했고 선임 부목사를 거쳐 나중에는 임시담임까지 했다.

2. 부목사는 성도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 목사는 “이민사회 성도들은 목사들보다 공부도 많이 하고 사회 경험도 많아 목사들 머리 꼭대기에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목사이기 때문에 우리를 존중해 주고 그 리더십에 순종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우리 목사들만 모른다. 겸손히 성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10년간 함께 사역했던 부목사만 대략 100명이 넘는다. 그는 “솔로몬처럼 들으려고 하는 부목사가 있는 부서에는 사람들이 모이지만 성도들과 싸우려 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만 관철하려는 목사로부터는 사람들이 빠져나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목사 때에는 성도들이 이런 저런 말을 많이 해 주지만, 담임이 되면 잘 안 한다. 그러니 오히려 부목사 때 밥을 사 주면서 자신에 대한 충고와 조언에 귀 기울이면 그만큼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이어 매일 매일 주인의식을 갖고 하나님께서 자신을 저울에 달아보고 계시다(단5:25-27)는 두려운 마음으로 사역하되, 마치 담임목사처럼 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다윗이 왕이 되기 전, 그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구절이 있다. 골리앗과의 싸움을 앞두고 다윗이 사울에게 ‘맹수로부터 아버지의 양을 지킨 일’을 말하는 장면(삼상17:34-35)이다”라면서 “이렇게 다윗처럼 성도 한 명 한 명을 사랑하고 지키는 자에게 하나님은 자신의 양을 맡기신다”고 말했다.

3. 담임목사와 같은 각오로 목양하고 헌신하라. 담임목사가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부목사가 죽도록 헌신하면 성도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내가 담임이라면 어떻게 할까?’ 늘 질문하라. 그리고 현실적인 계산 같지만, 나중에 다른 교회 성도들이 담임을 청빙할 때, 우리 교회에서 누가 좋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당연히 당신을 추천할 것이다.

4. 다윗처럼 평소에 최선을 다하라. 하나님께서 매일 매일 우리를 인터뷰하신다고 생각하라. 오늘이 사역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다. 부목사 때 최선을 다하지 않던 사람이 담임이 되면 갑자기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그릇은 부목사 때 만들어 놓는 것이다. 부목사 때 열심히, 그것도 좀 멍청하다 할 정도로 우직하게 사역한 사람들은 뭐가 잘 안될 것 같은데도 담임이 되면 목회를 잘한다. 그러나 재능도 있고 은사도 있지만, 부목사 때 잔머리 굴리던 사람은 담임이 되어서도 뭐가 잘 안 풀린다.

제2회 미주 목회자 사역 세미나
(Photo : 기독일보) 김기섭 목사가 세미나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 목사는 부목사들의 헌신을 강조했지만, 그에 대한 분명한 보상도 강조했다.

5. 과도한 헌신과 과도한 희생에서 목사의 권위가 나온다. 성도들이 목사의 권위를 인정해 주는 것은 우리가 목사이기 때문이 아니다. 목사의 권위는 헌신과 희생에서 나온다.

6.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면 우리에게 반드시 보상해 주신다. 만약 하나님이 죽은 하나님이시라면 할 만큼만 하면 된다. 여러분의 하나님은 살아계신 분이신가?

부목사 사역에서 담임목사 및 동료와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원만한 관계를 당부하면서 한 교회에서 사역하는 동료 목회자들과의 관계에 대해 조언했다.

7. 사역에서는 열심이 매우 중요하지만, 방향은 더 중요하다. 이 양들은 하나님께서 담임목사에게 맡기신 양이기 때문에 담임목사의 의중을 늘 물어보며 그에 발맞추어 가야 한다.

8. 성도들이 담임목사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갖도록 인도해야 한다. 그래야 담임목사의 설교에 성도들이 감동하고 변화 받는다. 담임목사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의 앞에서는 충언을 아끼지 말되, 성도들 앞에서는 담임목사를 높이고 존중하고 옹호해 주어야 한다. 안 그러면 압살롬처럼 된다.

9. 동료 부목사들은 경쟁자가 아니다. 부목사 시절은 목회를 배울 기회다. 나보다 나은 사역자가 있다면 무조건 배워라. 그들과 관계를 잘 맺어야 나중에 담임목사가 되어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목회에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

또 그는 부목사 때에 사역의 비전을 세우라고도 조언했다. 하나님께서 부르신 소명을 분명히 알고 자신이 어떤 교회를 만들어가길 원하시는지 고민하며 영성을 가꾸어야 한다. 그래야 어느 순간 하나님께서 교회를 맡겨 주셨을 때 성실히 감당할 수 있다.

10. 목회자에겐 개인의 영성은 물론 사역의 영성이 필요하다. 사역의 영성, 즉 시스템의 영성을 갖고 있지 못하면 나중에 담임이 됐을 때 교회를 이끌 수 없다. 이 시스템은 곧 목회의 그릇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데 나를 부르신 소명, 내가 해야 할 역사적 사명, 내가 만들어가게 될 교회에 대한 그림을 부목사 때 정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강의를 이렇게 정리했다.

“부목사 때에는 담임목사 같은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담임목사가 되면 오히려 부목사 같은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의 담임은 사실 예수님이고 우리는 언제나 부목사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번 사역 세미나에서는 김기섭 목사 외에도 이승종 목사(어깨동무사역원)가 “이민목회의 출구”란 제목으로, ECA 교단의 스캇 레미네이저 박사가 “하나님의 부르심과 목사 안수”란 제목으로 강의했다. 또 채플린 사역, 노인 사역, 가정 사역, 교회 개척 사역, 다문화 사역, 캠퍼스 사역의 전문가들이 선택강의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