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120년의 전통가운데 불과 20년 전만해도 '공동체'란 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원래는 사회과학자들이 사용했던 말이었는데 주님의 몸된 성도들, 즉 지체들의 유기체적 삶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로 여겨져 '공동체'라는 말을 쓰게 됐다. 처음 공동체라는 말이 나올 때는 소위 이단, 사이비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공동체적 삶을 살았기에 사람들이 '공동체'란 말을 들으면 왠지 꺼려했다"

공동체적 삶과 생명운동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그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는 다일공동체(대표 최일도 목사) 주최 제2회 공동체 영성세미나 '생명축제'에서 25일 강사로 나선 최일도 목사의 말이다. 최 목사는 이날 '자연과 영성공동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한국교회 공동체들의 역사를 고찰하면서 그 미래를 조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문 집단이나 박태선 집단은 공동체적 삶을 살지만 그들의 삶에는 십자가가 없고 예수님이 드러나지 않으므로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라 할 수 없다"며 대천덕 신부(예수원), 엄두섭 목사(동강원), 원경선 원장(풀무원), 김용기 장로(가나안농군학교), 김진홍 목사(두레공동체)를 일컬어 '한국교회 공동체 1세대'라고 지칭했다.

최 목사는 "이들 공동체 1세대들이 처음 한국교회에 드러났을 때 기존의 제도권 교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에 한국교회로부터 오랫동안 이단시되었지만 결국 대천덕 신부님을 통해 노동의 신성함을 깨닫게 되었고 엄두섭 목사님을 통해 날카로운 예언자적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며 "예수님을 따르는 그들의 아름다운 삶이 결국 한국교회로 하여금 '이단이 아니었다'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복음의 순수성과 정통성을 가지고 있으나 기존교회로부터 이단시된 교회나 공동체들을 향해 "항상 변하는 시류나 잘못된 판단들을 의식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며 "언젠가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이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단시된 교회나 공동체는 반드시 역사가 재평가한다"고 최 목사는 역설했다.

최 목사 자신은 한국교회 공동체 2세대라며 "우리보다 앞선 5~60년대 공동체의 삶을 살아왔던 선배들이 있어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공동체들이 '자연치유와 생명운동'을 통해 더욱 한국교회를 섬기고 봉사할 뿐만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존경받는 곳으로 나날이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오늘날의 생태계 위기와 환경오염은 인간의 유익을 위해 착취하고 소유하는 대상으로만 여겨 온 자연이 이제 인간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되었음을 보여준다"며 "인간과 자연은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임을 기억하고 롬8:19~25절처럼 인간의 죄 때문에 고통받는 약자로서의 자연에 대해 깊은 관심이 필요할 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공동체들이 기성교회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자칫 기존의 제도권 교회를 부정하고 '그들과 달리 우리는 재산도 포기하고 직장도 포기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다'라는 바리새인적 선민의식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며 제도권 교회들과의 활발한 교류와 하나됨을 통해 균형잡힌 신앙을 기르고 한국교회 전체를 위한 발전적 논의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최 목사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