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성결교회 김종민 목사.
(Photo : ) 애틀랜타성결교회 김종민 목사.

"김정은처럼 절차 없이 하는 것이 세습이고, 우리처럼 민주적 절차, 합법적 절차로 교단 법에 의해 진행된 것은 세습이 아니라 청빙이다."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모 목회자가 자신의 아들에게 교회 담임목사 자리를 넘겨주는 것이 세습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한 말이다.

하지만, 북한의 김정은도 또 세계의 어떤 독재자들도 절차적 민주주의 없이 독재를 하는 경우는 없다. 그들도 다 나름대로 절차를 거쳐 지도자로 선출되고, 그 나라의 법으로 국민을 통치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분의 말대로, 정말 교회는 민주적인가? 오랜 신자이더라도 교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리고 그 절차가 민주적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목사님은 하나님의 종이니까 어련히 잘 운영하시겠지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보면 교회 운영에서 목회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은 그렇게 많지 않다.

우선 교회는 생각보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발달되어 있다. 나라에 헌법이 있듯이 교회에도 가장 기본이 되는 교회헌법과 관련 제규정이 있다. 신앙고백, 예배규정, 신자의 생활, 포상과 징계, 자산관리, 인사규정 등 거의 모든 부분이 세세하게 법규로 규정되어 있고, 이에 관련된 서류는 무엇이 포함되는지 그리고 그 양식은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그리고 모든 결정은 목회자를 포함한 당회나 직원회, 그리고 일년에 한번 있는 교인 총회를 통해서 공개되고 최종 결정을 받아야 한다. 모든 회의에는 꼭 회의록을 작성하게 되어 있어서 어떤 의사결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졌는지와 그 책임소재도 명확하다.

이렇게만 본다면 교회는 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어서 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대로 큰 교회는 큰 교회대로,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여러 가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은 이 법과 제도가 원래의 취지대로 바르게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의 재정에 대해 예를 들어보자. 연말에 교회는 예결산에 대하여 감사위원을 선정해서 감사를 받아야 하고, 이를 교인총회에서 보고하여 교인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교인총회의 회의자료에 재정부분을 포함시키지 않고 별지로 보고하고 총회가 끝나면 다시 회수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빔프로젝터로 예배당 스크린에 띄어 놓고 슬쩍 넘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교인들이 차근 차근 재정에 관해서 점검해 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목회자의 사례비 같은 민감한 부분은 지출내역을 여러 항목으로 나누어 놓아서 실질적인 총액을 알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이중장부 작성, 낮은 수준의 분식회계를 하기도 한다. 이는 도덕적이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경제 범죄에서도 죄질이 나쁜 중범죄의 영역이다.

앞에서 언급한 목회자 청빙 절차의 경우도 그렇다 형식적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쳤다 할지라도 목회자의 강력한 의지에 대해 교인이 반대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는 정당한 이의제기를 하는 것 자체를 교회를 어지럽히는 마귀의 역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요즘에는 이런 사람들을 모두 교계 이단인 신천지로 여기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이 계속 되고, 또한 이 문제들이 단순한 한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로 공론화 되면서 교회는 종교적 거룩성은 커녕 사회적 투명성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중세교회는 하나님의 말씀과 교회의 전통을 교조주의적으로 받들고, 비판 자체를 금지시키는 오류를 범하였기 때문에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세속에 대한 교회의 영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오늘날 교회에서 중세교회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연말이 되면 각 교회는 교인총회를 하게 된다. 만장일치로 모든 결정이 난다고 해서 그것이 하나님과 교인 앞에 모두 떳떳한 것이라고 만족하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뜻은 고개를 끄덕인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자기반성과 불편하지만 꼭 해야 하는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