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량
(Photo : 기독일보) 정인량 목사

한 고조 유방에 의해 건립된 한은 점점 쇄퇴하여 때마침 일어난 황건적의 난을 토벌하기 위한 지방 군벌들이 득세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되었다. 공명이 융중에 칩거하고 있을때 멀지않은 신야에서 중원제패의 꿈을 키워가던 유비가 삼고초려끝에 와룡선생이라 불리우는 재사 제갈량을 군사로 영입할때 천하삼분지계의 원대한 플랜을 설파하니 유비는 이를 마음에 담는다.

이를 실천에 옮기는 첫번 시도가 위의 조조와 강동의 오 손권을 장강에서 싸움을 붙이고 그 틈새에 비옥한 형주를 어부지리로 얻는다. 적벽의 교훈은 수군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삼국통일에 야망을 가진 조조가 교만한데 그 대패의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오에 비해 큰 함선을 대량으로 건조하여, 배들을 튼튼한 쇠고리로 종횡으로 연결하는 연환계를 채택한다.

천문지리에 능한 공명은 겨울철에도 때때로 동남풍이 분다는 것을 알고 화공을 사용하여 위군을 장강에 수몰시킨다. 그의 신출귀몰한 전략은 짚으로 둘러싼 경선 수십척을 안개낀 적의 수구에 보내 꽹과리를 치며 빙빙 돌게하니 수십만발의 화살을 공으로 얻는등, 정작 혈투를 아끼지 않는 오의 대도독 주유의 화를 돋우게 하여 결국 홧병으로 죽게 만든다. 이런 정황을 볼때 공명은 교활하기가 짝이 없는 위인이다. 손안대고 코풀고, 남의 식탁에 몰래 숟가락 하나 더 얹어 놓은 격이 된것이다. 그는 삼촌불란지설의 달인으로 그와 담론한 그 어떤 자도 능히 이길수가 없었다. 그는 백우선이란 커다란 깃털부채를 가지고 다니면서 살랑 살랑 흔들어서 대담자들의 마음을 분산시키고는 하였다. 때로는 그의 얼굴을 감출수 있을 만큼 큰 부채뒤에 숨어 포커 페이스를 연출하기도 했던 것이다.

유비는 공명의 장막뒤에 숨어 서촉까지 공짜로 얻게 되었다. 그리하여 두번째 목표를 달성케 된것이다. 오의 끈질긴 형주반환 요구에 관우를 화살받이로 사용한 하책이 결국 주유 노숙에 이어 대도독이 된 오의 용장 여몽에 의해 무너지게 된다. 달이 지는 맥성이란 편에서 장렬한 전사를 한 관우는 결국 공명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오늘날도 자신은 손 가락 하나 까닥 않고 남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영달을 꾀하는 자들이 수두룩하다. 주군을 위해 감옥에 가는 자들, 재계의 총수를 보호하기 위해 영어의 몸이 되기를 마다치않는 월급사장, 심지어 교단의 총수밑에서 육탄 공격수가 되거나, 장렬한 옥쇄를 마다치 않는 의리의 돌쇠들을 흔히 만나 볼 수가 있다. 그들은 모두가 백우선 뒤에서 교활한 웃음을 짓는 현대의 공명의 희생양일 뿐이다. 적벽의 교훈은 조조의 패퇴나 주유의 용렬함이 아니라 공명의 교활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