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장로교회 한병철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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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장로교회 한병철 담임목사

어떤 교육심리학자에 의해 재미있는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초등학생 형과 유치원 동생을 한자리에 앉히고 TV를 시청하게 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외국만화를 보게 한 것입니다. 형은 한글을 읽을 수 있고, 동생은 전혀 모르는데 외국 만화는 그 내용을 자막으로 보여주게 했습니다.

자막을 읽을 수 있는 형이 훨씬 잘 이해하리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형은 그림 보랴, 자막 읽으랴, 그림과 자막의 글씨를 연결시키랴 분주했지만, 동생은 처음부터 그림만 보고 줄거리를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자막의 글씨를 읽는 시간에 훨씬 빠르게 내용을 집중해서 꿰뚫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곤 합니다. 극장에서 자막 없이 영화를 볼 때와 집에서 자막을 틀고 영화를 볼 때 오히려 극장에서 본 것이 기억에 분명하게 남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지식이 있다고 무엇이든 옳은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지식이 있다고 모든 사건을 바로 아는 것은 아닙니다. 시력이 좋다고 모든 사물을 바로 보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도 예수님의 부활사건을 지식의 눈으로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 눈으로 보지 못한 사실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푸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신앙의 눈이 열려야 볼 수 있는 부활사건을 지식의 눈으로 보려하고, 이성의 능력으로 해결하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는 부활하신 예수가 바로 옆에 와 계신데도 알아보지 못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누구시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엠마오로 가고 있던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성령이 그들의 눈을 열어 주시니 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변화된 주님,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복잡한 전체, 뒤엉킨 지식으로는 주님을 볼 수 없습니다. 오로지 신앙의 눈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습니다.

부활은 정보(information)가 아니라 변화(transformation)입니다. 이번 부활절에 이런 변화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