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벅의 어머니 캐럴라인은 네덜란드 청교도 신앙생활의 정신을 이어받은 미국 부인이었다. 그녀는 선교사인 남편 사이든 스트리커를 따라 중국으로 건너와 청강포라는 지역에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해 심한 가뭄이 들었다. 그때 남편은 다른 지방으로 전도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집안에는 세 자녀와 왕이라는 중국인 가정부만 남아있었다.

가뭄이 계속되던 어느 날 캐럴라인이 창가에서 바느질을 하고있는데 밖에서 중국인 남자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비가 오지 않고 가뭄이 계속되는 원인은 서양인들이 이 지방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야. 그러니 오늘 밤 선교사 가족을 죽여 신에게 바치세." 함께 듣고 있던 가정부는 친절히 대해 준 캐럴라인을 보고 울면서 "이번일 만큼은 당신을 도울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캐럴라인은 걱정이 되었고 두렵기까지 했다. 그러나 우상을 섬기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아이들까지 무참히 죽임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골방으로 들어가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오랜 기도 후에 가슴속에서 넘쳐 나오는 어떠한 강한 힘을 느끼며 밖으로 나왔다.

저녁이 되었을 때 캐럴라인은 평소보다 일찍 아이들을 재우고 자신은 창가에 앉아 바느질을 계속하면서 귀를 기울였다. 자정쯤 되었을 때 그녀의 집을 향하여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캐럴라인은 가정부에게 차와 케이크를 준비하도록 이르고 마치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어둠 속에는 이미 여러 중국인들이 와 있었다. 그녀는 집안으로 들어와 자고 있던 아이들을 깨워 옷을 입히고 데리고 나와 노래하고 이야기하며 놀기 시작했다. 그 때 몇몇 중국인들이 마당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소리를 낮추어 친절하게 말했다. "여러분, 어서 들어와서 함께 차와 다과를 나눕시다."

그 때 중국인 한 사람이 "이상하다? 우리들이 무섭지 않은가?"라고 말하자 캐럴라인은 "이웃에 사는 여러분을 무서워할 이유가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건들거리며 집안을 둘러보고 이것저것 만져 보기도 했다. 캐럴라인은 오르간 앞에 앉아 중국말로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비할 데 없는 존귀한 우리 주여...."

찬송이 끝날 때까지 방안은 조용했다. 그 곳에 모인 중국인들은 결국 얼굴을 마주보고 멋쩍어하면서 하나 둘씩 돌아갔다. 캐럴라인은 의자에 주저앉아 안도의 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그 날 새벽 기적처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