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의 기독교 계통에는 수많은 급진적 신흥종파들이 기생(寄生)하고 있는데, 이같은 집단들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으로서는 사회적 불안정과 기성교회의 부패와 무력한 영성(靈性)에 대한 반발이 그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이같은 급진적 신흥종파들은 순진한 교회의 성도들의 신앙을 미혹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를 야기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 신학계에서는 저마다 다른 교리적 노선과 신학 체계의 터 위에서 급진 운동에 대한 비판을 함으로 인해, 결국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무성한 신학적 견해의 다양함과 함께 이단론(異端論)의 홍수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현재 한국 기독교계에는 수많은 이단문제 연구기관이 있는데, 문제는 이들 사이에 이단을 분별하고 비평하는 기준이 서로 일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하여 현재 한국교회는 이단에 대한 분별에 있어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시급하게 전체 한국교회와 다양한 신학 노선의 ‘여러 목소리들’을 수렴하여 권위있게 판명할 수 있는 연합적 이단연구의 기능이 제 구실을 해야만 한다.

신학적 입장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좀더 일치적(一致的)이고도 명백하게 특정 급진 세력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그래서 한국 교단 전체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그런 분별의 방법은 없을 것인가? 그런데 이를 위해 대두되는 문제는 ‘무슨 잣대(canon)를 가지고 어떻게 급진운동들을 비평할 것인가’에 대해서이다.
급진 신앙노선을 보여주고 있는 현대의 어떤 집단이나 개인은 아래의 세 가지 유형 속에서 그 특성을 찾아볼 수 있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볼 때 급진 집단들은 이 세가지 특성 중 적어도 둘 이상의 특성을 공유(共有)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강조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어느 한 유형으로 분류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급진 종파의 유형에 따른 특성
신영지주의(Neo-Gnosticism) 유형-종교혼합주의적
신몬타누스주의(Neo-Montanism) 유형-계시적 체험 위주
신도나투스주의(Neo-Donatism )유형-교회분파주의적

최근 한국교회에 큰 영향을 준 빈야드운동(Vineyard Movement)도 역시, 만일 이 운동이 신학적 비평과 성숙화 작업을 통해 온건한 성령운동으로 계속 한국교회에 정착되어지지 않는 한, 필연적으로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급진 성령운동의 면목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심한 경우, 즉 빈야드운동이 급진적 성격으로 발전됨으로 인해 한국교회 내에 접목되지 못하고 배척 당하게 될 때, 이 운동은 자동적으로 신도나투스주의(Neo-Donatism) 유형으로 체질화되어 기존교회와는 분립(分立)되어질 것이다.

여기에 신학자들의 책임이 놓여 있는 것이다. 즉 빈야드운동이 건전한 성령운동으로 계속 확산되어 한국교회를 참으로 풍요로운 생명력있는 교회로 만들어가게 될 것인가, 아니면 빈야드운동이 계속 일부 이 운동을 이끄는 지도자들의 신학적 무지와 개인적인 사심(私心) 그리고 영적인 무분별로 인해 한국교회의 한 시대에 또 하나의 오점(汚點)을 찍는 이단운동으로 발전하게 될 것인가의 그 향방을 이끌게 되는 것이 바로 이에 대한 올바른 신학작업의 필요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의 성과를 기하기 위해서는 이 운동을 조명하되 어느 특정 교단이나 신학 노선에 의한 독자적인 평가를 가능한 한 삼갈 것이며, 보다 포용적인 형태의 연구작업이 전개되어야 한다. 그 까닭은 이 운동으로 인한 또 다른 분파 형성이라든지 무분별한 이단론의 난무(亂舞)로 인해 한국교회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 없도록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교단에서는 이단으로 결의하고 다른 교단에서는 이에 반발하며 대개의 교단들은 침묵방관하는 풍토에서는 이단에 대한 공동대책은 불가능한 것이며, 이 약점을 이용해 이단들은 자기 정당성을 획득하고 세력 확장을 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가지 제안으로서 한국 내의 여러 복음주의적 신학교의 학문적으로 권위있는 교수들에게 이에 대한 평가와 진단을 의뢰하여, 여기에서 나오는 일치된 결론을 따라 성령운동의 가닥을 잡아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가지 숙고할 점은 평가의 방법에 대해서이다. 교회 내의 신흥운동이나 분파집단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현재까지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해 온 방법은 공식화된 어떤 신학 체계나 교리 노선에 비추어 이를 분별해 내는 조직신학적(組織神學的)인 접근방법이다. 그러나 조직신학적인 접근방법에 의한 비평작업은 그 뚜렷한 비교능력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칫하면 비평자의 주관적인 신학적 입장이나 특정 교단의 교리 노선에 치우쳐 조명하게 될 우려가 많다고 하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어떤 신학적인 이슈가 한국교회에 등장하고, 이에 대한 조직신학적 비평의 결론을 내렸을 때, 그 결과를 전체 한국교회가 권위있게 받아들여 적용하는 힘이 약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각 교단과 신학자들간의 교리적 입장의 차이 때문에 서로 심각하게 분립(分立)하게 되는 사태를 우리는 종종 보아온 것이다.

그러므로 좀더 보편적이고도 완숙한 비평의 성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조직신학적 검증의 폭넓은 시도와 함께, 교회사적인 조명에 의한 통찰이 덧붙혀질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필자가 제시하고 있는 기독교 급진 종파에 대한 분별법은 하나의 교회사적 조명으로서, 이같은 분별법을 교리적인 비평과 함께 활용하게 될 때, 현재 난무하는 이단론의 홍수 속에서 사이비(似而非) 집단을 가려내어 이들의 회피할 수 없는 역사적인 오류를 판명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혹된 길에 들어서 있는 개인이나 집단을 진리의 길로 인도하는 데 있어서 적지 않은 통찰력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본다.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장)
* 필자의 영성상담 홈페이지 http://bay.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