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미국은 다른 나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미국인의 우월주의적 인식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스스로를 가리켜 로널드 레이건 전(前) 대통령은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로 불렀지만, 어느덧 흘러간 옛말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 미국의 예외주의(exceptionalism)가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고 전했다. 예외주의란 말은 프랑스의 정치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이 1835년에 펴낸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유래됐다. 드 토크빌이 미국과 러시아에 대해 "어떤 섭리에 의해 언젠가 세계의 운명을 떠안게 될 '예외적 위치'에 있다"고 찬양한 이후 200년 가까이 통용돼온 것.
지금은 러시아로 축소된 옛 소련이 무너지면서 미국의 자존심은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은 "신의 선택에 의해 세계의 모델이 되라는 역사적 사명을 부여받았다"고 미국을 신성시했다.
그러나 이제 예외주의를 믿는 미국인은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최근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미국)의 문화가 그 어떤 나라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부시 집권기인 2002년 60%에서 올해 49%로 떨어졌다.
NYT는 예외주의적 태도가 50%를 밑돌기는 이 조사가 실시된 이래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런 결과보다 미국의 미래를 열어갈 젊은이 대부분이 예외주의에 동의하지 않고 있음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외주의에 대한 18~29세 연령층의 응답 결과만 보면 미국은 37%로 미국만큼 자존심이 강한 독일(45%)을 비롯해 과거 세계를 호령했던 스페인(39%)과 영국(38%)에 뒤졌다.
지난달 시사주간지 타임, 이달 초 NBC·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미국 예외주의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타임 조사에선 '지난 몇 년 사이에 미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데 71%가 동의했고, NBC·WSJ 조사에서는 대다수가 '미국은 더는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NYT는 이러한 비관적 흐름을 돌려놓으려면 미래에 대한 투자 등 뼈를 깎는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칼럼을 쓴 찰스 블로우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접고 미국이 예전만 못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러한 토대 위에서 근면과 힘든 선택을 통해 원상회복의 길을 모색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