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참 많이 가난했습니다.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했지만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기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에 돈이 들어가고 –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지만, 신실하다고 해서 가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전도사 시절부터 보아왔으니까, 벌써 그 어려움이 10년 이상 되어갑니다.

본인들도 힘들었겠지만 지켜보는 사람들도 힘들었습니다. 특별히 목회자의 마음은 참 안타까웠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렇게 신실한 부부를 왜 저렇게 재정적으로 힘들게 하시는지,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눈 한 번만 찡긋하시면 가난은 그 순간 물러갈 것만 같은데, 하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뉴욕에서 차를 운전하며 아틀란타로 돌아오면서 – 오래도록 생각해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저 가정을 저토록 어려운 가운데 계속해서 두시는 까닭이 무엇일까?

지난 주일부터 욥기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설교하고 있습니다. 욥기 앞부분에 보면, 하나님께서 욥을 자랑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욥기 1장 8절입니다.

여호와께서 사탄에게 이르시되 네가 내 종 욥을 주의하여 보았느냐 그와 같이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는 세상에 없느니라

욥을 자랑하는 하나님은 꼭 자식자랑하는 팔불출 부모같습니다. 그러자 사탄이 이의를 제기하지요? 그건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하나님이 축복해주니까 그러는 것이라고! 축복해주지 않는데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그리고 이때부터 욥의 인생은 곤두박질 치기 시작합니다. 욥의 보호막이 되었던 경제적인 부유함이 사라집니다. 아들 일곱, 딸 셋 – 성경적으로 완전한 수는 다 나오지요? 자식도 부모의 보호막이 될 수 있을 터인데, 그 자식들도 한날 한시에 다 죽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욥의 보호막이 되시는 하나님도 사라집니다. 오직 깊은 침묵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욥기 3장은 자신의 태어난 날을 저주하는 욥의 탄식으로 시작합니다. 재물도 다 날라가고, 자식들도 다 죽고, 그리고 하나님도 침묵하고 계십니다. 욥의 주위에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위로를 주겠다고 나타난 친구들은 – 이 친구들이 입을 다물고 있을 때는 위로가 되는 듯 싶었지만, 이 친구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자, 오히려 욥을 더 힘들게 하고 맙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 욥에게는 아직 한 사람이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그의 아내입니다. 욥기에 그 이름도 나오지 않는 아내, 그 아내가 욥의 곁을 끝까지 떠나지 않더라고요!

뒤에 가면 하나님께서 욥을 다시 회복시켜주시는 장면이 있습니다. 재물을 두 배로 축복해주시고, 다시 아들 일곱과 딸 셋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 보아도, 욥의 아내가 욥을 버리고 떠났기 때문에 다시 아름다운 여인으로 처를 삼게 하셨다는 말은 없습니다. 즉 욥의 아내는 끝까지 자신의 자리인 남편의 곁을 지킨 것입니다.

앞부분에서 남편 욥에게 하나님을 욕하고 콱 죽어버리라고, 아주 살벌한 말을 했던 아내였습니다. 언뜻 들으면 남편을 욕하고 하나님을 욕한 아내인 것 같은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남편을 편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당신은 잘못한 것이 없으니 – 그렇게 해서라도, 즉 죽음으로써 하나님께 저항하라고, 당신의 순결함을 주장하라고 하는 것만 같습니다. 만일 이 아내의 생각에 욥이 뭔가 잘못한 것이 있었다면, 친구들처럼 회개하라고 했지 죽어버리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끝까지 남편 욥의 곁을 지킨 아내였으니, 아마 앞부분에서 욥이 자기의 말을 듣고 행여 죽기라도 했으면 이 아내도 남편을 따라 죽었을 여인입니다.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욥이 친구들과 논쟁하고, 하나님께 부르짖으면서 욥기 42장까지 갈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끝까지 곁에서 자신을 지켜준 아내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욥기를 묵상하면서 앞에 말씀드린 부부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참 재미있는 것은 이 두분은, 삶은 그렇게 어려운데 제가 지금까지 보았던 중에 제일 금슬이 좋은 잉꼬부부입니다. 남편에 대한 존경이 아내의 눈에 가득하고, 아내에 대한 사랑이 남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득하고! 아마 하나님이 세상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으신 잉꼬부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단은 아마도 그렇게 주장할 것입니다. 하나님이 축복을 주시니까 저들이 저렇게 잉꼬부부인듯이 보이지만, 재산을 잃고 나면 서로 원수가 될 것이라고!

욥에게서 실패한 사탄은 오늘도 이 부부로 인해서 또 실패합니다. 그리고 어렵고 힘든 가운데서도 함께 손을 잡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성도님들과 그 가정으로 인해서 사탄은 오늘도 또 실패합니다. 힘들고 어렵기에 더욱 더 사랑합니다. 하나님께서 자랑하고 싶으신 가정과 부부가 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