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에게 약물을 과다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주치의 콘래드 머레이(58)가 잭슨 사망 당시의 상황을 경찰에 진술한 내용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7일 잭슨 사망의 책임을 가리는 공판이 9일째 이어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법원에서는 머레이가 2009년 6월27일 받은 2시간 남짓의 경찰 조사를 녹음한 테이프가 편집 없이 그대로 재생됐다.
테이프에서 머레이는 오랫동안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렸던 잭슨이 수면 마취제의 일종인 프로포폴에 중독돼 있었으며, 숨지던 날에도 잠들게 해달라고 몇 시간이나 애원해 프로포폴을 투여했다고 진술했다.
머레이는 "잭슨이 프로포폴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가 마취제를 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프로포폴을 잭슨에게 투여하기 전 가능한 모든 예방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조사 당시 침착한 목소리로 잭슨과의 관계와 사건 전후 상황을 상세히 설명한 머레이는 2006년 잭슨의 경호원이었던 환자의 소개로 처음 잭슨을 만났다고 말했다.
머레이는 이후 간헐적으로 잭슨을 진찰하다가 2009년 봄, 잭슨에게 영국 런던에서 개막할 컴백 콘서트인 '디스이즈잇'에 주치의로서 동행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잭슨은 머레이에게 한 달에 15만달러의 월급을 줬다.
이날 공개된 경찰 진술에서 머레이는 잭슨이 사망 전날 새벽 1시쯤 콘서트 리허설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머레이는 컴백 콘서트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던 잭슨이 "잠을 자야 리허설을 할 수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고 나중에는 콘서트를 취소하겠다고 위협해 진정제를 수차례 투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녹음 테이프에 따르면 10시간에 가까운 '사투'에도 불구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자 잭슨은 그가 '밀크(우유)'라고 부르며 의존한 프로포폴을 원했고, 머레이는 이를 10시50분께 투약했다.
머레이는 "마취제를 놓고 나서 화장실에 다녀오려고 2분간 자리를 비웠다"며 "잭슨의 침대맡으로 돌아오자 그가 숨을 쉬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망연자실했다"고 진술을 이어갔다.
그는 잭슨에게 2달 동안 매일 밤 프로포폴을 투약했으며, 잭슨은 하루에 15~18시간의 수면 시간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머레이의 이러한 진술과 달리 LA 검찰은 머레이의 통화 기록에는 오전 11시7분께부터 12시까지 전화를 걸고 받은 흔적이 있다며 그가 12시쯤 잭슨의 사망 사실을 발견했다고 추정했다.
검찰은 머레이가 의사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할 수 있는 적절한 장비조차 갖추지 않아 잭슨이 사망했다며 유죄를 주장하고 있다.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을 내리면 머레이는 최고 4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