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을 접한 한국내 췌장암 전문가들은 2009년 스위스에서 생체 간이식이 이뤄진 이후 이미 잡스의 건강이 우려스러운 상태로 접어들었으며, 이후 긴 여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평가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송시영 교수는 "지난해 아이폰4를 발표하는 자리에 나온 잡스의 상태를 볼때 그동안에는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에 순한 약물로 조절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이들 약제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 "암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독성이 높은 항암제로 전환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미 긴 여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짐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질환에 처방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이 1년 전 미국에서 허가된 이후 잡스도 이 약물을 사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방사선동위원소 치료를 위해 유럽을 방문했던 것으로도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췌장암 전문가인 서울아산병원 김명환 교수는 스티브 잡스에 대한 간이식 치료가 결정적으로 그의 운명을 가른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췌장암 세포가 혈액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암에 걸린 잡스의 간을 다른 간으로 갈아치운다고 해서 완치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환 교수는 "췌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경우, 간이식을 통해 췌장암을 치료하는 것은 적립되지 않은, 실험적인 방법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는 암세포의 발원지인 췌장과 혈관 등에 암세포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암에 걸린 간을 다른 간으로 바꾸면 다른 전이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혈액 등에 암세포가 남아 있다가, 이식받은 간으로 다시 전이된다면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간이식을 받았지만, 췌장암이 간으로 재전이돼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간암의 경우 간이식을 통해 완전한 치료가 될 수 있겠지만, 췌장암에서 간으로 암이 전이된 경우 간이식은 결국 일시적인 치료로밖에 볼 수 없는 셈이다.
김 교수는 "또 다른 이유로는 간을 이식한 경우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간 이식을 통해 췌장암이 치료되지 않음에도 면역억제제를 계속 복용하는 것은 환자에게 많은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