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에서 한인 사업가가 동업자를 살해한 뒤 7개월 동안이나 피살자 가족에게 피살자 명의로 "외국에 있다"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州) 오렌지 카운티 경찰은 동업자 크리스토퍼 라이언 스미스(32)를 살해한 혐의로 한인 에드워드 신(33·한국명 신영훈)을 최근 체포했다.


지역 언론은 완전범죄를 노린 신영훈의 수법이 경악스럽다며 자세히 소개했다. 오렌지 카운티 라구나 비치에서 '800 익스체인지'라는 인터넷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신영훈은 작년 동업자 스미스가 보유한 회사 지분을 100만 달러에 사기로 했지만, 지분 매입대금을 주는 대신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스미스를 살해하고 시신을 숨긴 신영훈은 범행을 은폐하고자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했다. 스미스의 이메일 계정을 이용, 오리건 주에 사는 스미스의 가족에게 안부 이메일을 꾸준히 보낸 것.


먼저 사업차 아프리카로 떠난다는 메일을 보낸 뒤 7개월 동안 아프리카 각지에서 보낸 것처럼 가짜 이메일을 띄웠다. 가족들은 스미스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패러글라이딩과 눈보다 더 고운 모래밭에서 샌드보드를 탔다는 이메일을 받고는 흐뭇하게 여겼다. 그러다 콩고를 거쳐 르완다로 떠난다는 이메일이 보내졌고 작년 12월 이후 이메일이 더는 오지 않았다.


가족들은 툭하면 반군과 정부군이 전투를 벌이는 아프리카 땅에서 스미스가 변을 당하지 않았나 걱정이 돼 관계 당국에 스미스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관계 당국으로부터 "스미스가 미국 땅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회신을 받은 가족들은 그제야 그동안 받았던 이메일이 가짜일 수 있다는 의심을 품었는데 평소 스미스가 쓰던 말씨가 아니었고 글이 이상하리만큼 짧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


게다가 스미스가 종적을 감춘 뒤 그의 이름으로 보내진 이메일에는 무미건조한 단어들만 나열됐고 어투가 퉁명스러워 의심은 더 깊어졌다. 가족들은 사설탐정까지 고용해 스미스의 행방을 찾다가 지난 4월 결국 경찰에 실종 신고를 냈다. 경찰은 사설탐정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스미스가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신영훈의 사무실을 수색했다.


신영훈의 사무실은 페인트가 새로 칠해져 말끔하게 단장됐으나 경찰 법의학팀(CSI)은 사무실 바닥에서 핏자국을 찾아냈고 DNA 검사를 통해 이 혈흔이 스미스의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캐나다로 도망치려던 신영훈은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여객기 안에서 경찰에 체포됐고 경찰은 신영훈의 운전기사 겸 비서도 공범으로 체포했다. 신영훈은 6시간에 걸친 신문 끝에 범행을 자백하고서도 스미스의 시신을 어디에 유기했는지는 말하지 않아 경찰과 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스미스의 아버지 스티븐은 "그(신영훈)는 아들인 척 이메일을 보내 우리를 속였다.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신영훈은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자기소개 글에 아내와 세 자녀가 있고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에서 일했으며 동네 교회에서 후진국 보건 지원이나 에이즈 환자 돕기 등 왕성한 자선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써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