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팎 새로운 분위기 속의 가나안장로교회

로즈웰에 소재한 가나안장로교회는 최근 새로운 바람을 타고 있다. 지난 해 8월, 조현성 목사가 설교 목사로 부임한 이후 최근 몇 년간 겪었던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정리되고 안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아크리스찬대학교에서 풀타임 교수로 사역하던 중, 주일예배 때 설교만 해달라는 부탁에 애써 접었던 목회에 대한 열정을 안고 찾은 가나안장로교회에서 지금은 주일예배, 성경공부, 수요예배, 새벽기도회까지 인도하며 여느 담임목회 못지 않은 목회일정으로 바쁘다는 조현성 목사는 “목회자와 성도가 서로의 처지를 알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 목회가 즐겁다”고 했다.

1988년 10월 이응찬 원로목사에 의해 개척된 가나안장로교회는 1990년 PCUSA 애틀랜타 노회에 가입된 이후 꾸준히 성장해 1997년 현 성전을 구입했다. 특별한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교회 역사가 오래되면서 ‘나이 들어가는 이민교회(Aging Church)’의 전형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조현성 목사가 교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가나안교회는 자체적인 교회 예배당과 기반 시설이 다 잡혀 있고, 오랫동안 섬겨오신 든든한 일군들도 있으셔서 뿌리가 깊은 안정적인 교회다. 교회 행정이나 제직 훈련, 남녀선교회 구성 등 교회가 작다고 미뤄뒀던 부분들을 보강해나가니 성도님들도 더욱 자부심을 갖고 교회 일에 열심이시다. 앞으로의 가능성이 크다.”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은 영원하다


신학대학과 대학원, 미국유학과 개척 등 목회자로 한 길만 걸어왔을 것 같은 조현성 목사는 사실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부모님은 결혼한 지 5년 만에 얻은 장남인 조현성 목사를 하나님께 드리기로 서원했고, 아버지 뜻을 거스릴 수 없어 신학대에 입학했지만 답답한 마음에 제대 한 이후에 다른 길로 가자고 남몰래 결심하고 군에 입대했다.

“인사 서기병으로 행사 때마다 사회를 봤는데, 제대를 6개월 앞두고 회식 때 역시 사회를 보다 부대장이 술잔을 돌려서, 중간에 나와 하늘을 봤는데 갑자기 누가 옆에서 말하는 듯 강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은 일 순간이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은 영원한 것이다’. 사실 부모님을 기쁘게 하려고 신학 공부를 해왔는데, 이후에는 영원하신 아버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자 이 길을 택했고 이후 한번도 후회는 없다(웃음).”

그렇다고 목회의 여정이 쉬웠다는 말은 아니다. 한국에서 서낭당이 있던 오지에 교회를 개척해 자립할 때까지 사역하다 미국 유학을 떠나 뉴욕 지역에서 우연찮게 개척을 했던 일, 플로리다에서 목회를 하면서 가장 크게 부흥했을 때 사임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하지만 힘들었던 기억보다 개척을 통해 신앙이 없던 이들이 믿음을 갖고, 믿음이 약했던 이들이 리더로 세워지는 것을 보는 것이 목회의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고백했다.

▲훌륭하게 정비된 교회 외관과 예배당.


코리안 어메리칸 크리스천으로의 정체성과 자긍심

“이민교회 초기에는 신앙적 필요보다는 사회적인 기능 때문에 모이는 분들이 많아서, 신앙의 뿌리가 약하고 교회 역사가 짧아서 보고 배울 역할모델이 적은 것이 약점이다. 또 교회가 속한 교단의 특징을 살리지 못하고, 서로 다른 교단적 배경을 가진 분들이 모이다 보니 교회 정치나 행정에서 갈등이 있기도 하다. 이런 부분들을 훈련을 통해 강화하고, 정체성과 자긍심을 살려주는데 목회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나안교회는 교회가 속한 미국장로교(PCUSA)의 교단적 특색을 잘 살리는 예배를 드리고 있다. 한인교회 성도들은 대게 ‘빨리 빨리 문화’ 속에서 예배도 ‘뜨겁게 후딱 드리고 가는’데 익숙하지만, 가나안교회에서는 성시교독에 이은 참회기도, 사함의 확신, 성경봉독 등 순서 순서마다 의미를 부여해 차분하면서도 다이나믹한 예배를 드린다. 특별히 어린 자녀들도 참여하는 성경봉독 등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예배의 훈련을 받게 하고, 전 세대가 함께 마음을 합해 거룩한 예배를 드린다는 의미가 있다.

조현성 목사는 무엇보다 이민교회는 ‘코리안 어메리칸 크리스천’이라는 정체성과 개인과 교회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단한 정체성의 기반 위에 이민교회를 섬긴다는 자긍심이 있어야 신앙생활에 활력이 생기고 깊어진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방침이다.

작은 교회지만 제대로 해보자

6.5에이커 대지 위에 아름다운 예배당과 친교실, 교육관, 농구장과 배구장, 야외 친교시설 등을 고루 갖추고 있는 가나안교회 성도들은 ‘작은 교회지만 제대로 해보자’는 조현성 목사의 권면에 다시 힘을 냈다. 조현성 설교 목사와 이두종 교육전도사, 어린이들을 위한 교사들을 비롯해 남, 여선교회, 친교팀, 중고등부 등 속이 꽉 찬 알밤처럼 실속 있게 중요한 기틀이 잡혔고, 무엇보다 지난 일년간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재의 상태를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 봄, 교회 앞에서 모든 성도들이 함께.

“우리교회는 사실 작아도 작은 교회가 아니다. 이민교회 수준에서 본다면 중형교회라고 할 정도로 기반이 잘 닦여있다. 여기에 더해 가족적인 분위기, 모든 성도들이 참여하는 예배와 봉사, 넓은 대지가 있어 어르신들이 소일거리 하실 수 있는 공간, 청소년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시설 등이 있고, 현재는 하이티 성도들에게 교육관을 빌려줘 열정적인 예배를 드리도록 섬기고 있다. 작은 교회지만 좋은 일군을 세우고 훈련시켜 튼튼한 교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

현재 조현성 목사는 교단 노회에서 파송한 당회장이지만 담임목사는 아니다. 하지만 은퇴하기 전까지 교회가 안정되어 훌륭한 담임목사를 청빙해 자리잡게 하는 것이 소박한 소망이라고 했다. 물론 은퇴 전이 아니라 그 전에 이뤄진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창세기에 야곱이 오랜 객지생활을 마치고 형 에서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와 화해하고, 형보고 먼저 올라가고 뒤 따라가겠다고 했던 것처럼 가나안교회가 할 수 있는 한 먼저 안정적인 자리를 찾고 힘을 얻어서 느릴 수 있지만 차분히 교회가 해야 하는 사명을 감당해 나갈 것이다.”

가나안장로교회는 11320 West Road Roswell GA 30075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일 오전 11시 예배 같은 시간 유초등부, 중고등부 예배를 드리고 있다. 수요일 오후 8시 저녁예배, 토요일 오전 6시 새벽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이외에 평일과 주말에 영어교실과 컴퓨터 교실도 열려있다. 문의 번호는 교회 770-552-5505, 셀폰 770-568-969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