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9일 초저금리를 오는 2013년 중반까지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뉴욕 시장 주가가 급반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투자자들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경기침체를 정치권에서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연준의 조치가 시장의 폭락세를 멈추게 하고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무디게 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자율 동결 조치만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10일 보도했다. 연 0~0.25% 수준의 초저금리는 이미 3년전부터 유지돼 온 것으로 그 효용도 이제 느끼지 못할 수준에 와 있기 때문이다. 2천5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RBC투자자문의 에릭 라셀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금리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벌써 미미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9일 주식값이 급등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투자자들이 향후 경제가 계속 불안하다고 예상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월가에서 채권투자관리를 하는 미드 브릭스씨는 "연준은 이 문제에 관해서 실탄을 모두 소진해 버렸다"면서 "이제 문제의 초점은 정치권이 이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동안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볼 수 있던 현상으로, 미국과 같은 경제대국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요즘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 재정적자 문제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졌고 정치권이나 금융당국은 이를 해결할만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국민의 신뢰도 땅에 떨어졌다.


미국에서는 부채한도 협상과정에서 정치권이 이해관계에 얽혀 싸움박질만 하면서 투자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미국이 사상처음으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에 처할 위기가 시시각각 다가왔지만 정치권의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이들이 합의한 내용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또 이런 실망은 지난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내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휴스턴에 거주하는 기업인 맨디 윌리엄스 씨는 지난주 정치권의 행태에 실망해 증시 투자자금 1만 달러를 빼내 금에 투자했다. 그는 "일자리를 만들려는 정치권의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도 경제규모가 작은 국가들에서부터 시작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대국에까지 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도 확실한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 런던 웨스턴 자산관리의 마이클 스토리 이코노미스트는 "지도력과 협상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유럽 정치권에서 이를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