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9일 정례회의에서 제3차 양적완화 등 `특단의 조치'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유럽발(發) 재정위기, 국제 신용평가기관(S&P)의 미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 등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패닉상태에 빠진 전세계 금융시장을 연준이 `구제'해 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는 일단 무너진 셈이다.


물론 연준이 이미 상당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두차례의 양적완화 조치를 취한 상태여서 추가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혹시나' 하던 기대가 `역시나'로 확인되면서 위기감이 쉽게 해소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은행들이 예치한 지급준비금에 대해 연준이 지급하는 이자금리를 낮추는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FOMC 성명을 자세히 살펴보면 경기진작을 위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던 초저금리 기조를 `최소한 오는 2013년 중반까지'라며 특정기간을 명시한 것은 시장의 확신을 강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의 경기상황에 대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약한 것"이라고 평가한 것도 추가 완화조치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연준은 성명의 마지막 부분에 "앞으로 물가안정의 범위 내에서 더 강력한 경제회복세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수단의 범위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추가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미국 투자자문사인 `YCM넷어드바이저'의 마이클 요시카미 수석 투자전략가는 "제3차 양적완화 조치의 문을 닫은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가 패닉상태에 빠진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날 오전 회복세를 보였던 뉴욕증시 다우존스 지수가 FOMC 성명서가 공개된 직후 잠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다우 지수는 장마감 전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뉴욕 소재 `디시전 이코노믹스'의 캐리 리히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오늘 발표는 시장을 진정시키자는 차원에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면서 "시장은 연준이 앞으로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하기 보다는 오늘 당장 행동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금융시장의 패닉이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와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위기 등 장기적인 요인을 반영한 것인데 S&P의 미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촉발제가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준의 파격적인 조치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결국 연준이 앞으로 경기부양과 시장신뢰 회복을 위해 이날 언급한 `필요한 정책수단'을 언제, 어떤 형태로 내놓을지에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