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 50번째 생일을 맞았다. 미국 대통령이 재임중 50세를 맞은 것은 이번이 3번째이다.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된 오바마의 50세 생일을 맞은 심정은 가볍지만은 않을 듯하다. 전세계를 긴장시키며 벼랑 끝까지 갔던 부채협상이 겨우 타결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40% 초반대로 떨어졌다는 경고신호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변화'의 기치를 내걸고 대선 도전에 성공한지 만 3년도 되지 않아 이제는 정반대의 정치적 공격에 맞서는 힘겨운 싸움도 진행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밤 백악관에서 가족 및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조촐한 생일 파티를 열었다. 이에 앞서 오후에는 백악관 블루룸에서 고위 보좌관들이 오바마에게 생일 축하 인사를 전하는 간단한 행사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상황을 감안한 때문인지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의 파티는 없었다.

다만 생일 전날인 3일 오바마는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를 방문해 모처럼 지지자들과 흥겨운 만남을 가졌다. 이날 2천400여명의 참석자들은 가수 제니퍼 허드슨의 선창으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며 오바마의 50회 생일을 축하했다.

오바마는 최근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이 자리에 온 이후 흰머리가 약간 늘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괜찮다"고 50세를 맞는 심경을 밝혔다.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남편의 생일을 맞아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오바마의 `흰머리'를 언급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미셸은 `흰머리'라는 제목의 이메일 형식의 글을 통해 "모든 미국 가정들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알고 있는 선택들을 버락이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이는 결코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가 흰머리를 얻은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젊음 뿐만 아니라 연륜도 강조하는 것으로 오바마의 메시지도 바뀌고 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나이는 들고 있지만 더 현명해 지고 있다(older-but-wiser)'는 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오바마는 최근 "되풀이하지 않을 실수들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할 만큼 나는 충분한 나이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빠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서머캠프 때문에 아빠 곁을 떠났던 큰 딸 말리아(13)도 이날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미 언론은 재임중 50세를 맞은 오바마가 `개인적으로 큰 획'을 긋게됐다면서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하는 모습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제프 블래터 FIFA(국제축구연맹) 회장을 비롯한 세계 각국 지도자들도 오바마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