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바지는 허리의 모양을 따라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주름이 있는 바지"와 "주름이 없는 바지"입니다. 허리선에 세로로 난 주름이 없는 소위 일자바지는 허리에 군살이 없고 키가 크고 날씬한 사람을 위한 옷입니다. 옷 맵시도 뛰어나고 보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배들레햄'이 많은 사람들은 일자바지가 불편합니다. 허리춤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간신히 꿰맞춰 입지만, 앉거나 일어설 때 순간적인 압력으로 배가 윗배와 아랫배로 나누어지면서 호흡 곤란을 일으킵니다. 바지의 천이 아직 새 것일 때는 괜찮지만, 여러 번 세탁해서 입게 되면 언제 폭발(?)할지 장담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주름바지는 천이 겹쳐 있어서 조금 과하게 식사를 하거나 순간적인 동작을 할 때 주름이 펴지면서 옷이 팽창하는 것을 막아 줍니다. 참 편안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청바지 같은 꽉 끼는 바지를 잘 입었는데, 이제는 허리에 주름이 여러 겹 잡힌 주름바지가 편안합니다. 쉽게 말하면 몸이 많이 불어났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바지뿐만 아니라 모든 옷들이 여유가 있는 넉넉한 옷이 좋습니다. 특별히 보여 줄 것도 없는데, 곡선미를 살리고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는 꽉 붙는 옷보다는 여유가 있어서 안정감을 주는 옷이 저나, 보는 사람들 모두에게 좋은 느낌을 줍니다.
옷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성격도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부드럽고 넉넉한 사람들이 좋습니다. 젊을 때는 소위 '까도남'(성격이 깐깐하고 도도한 이기적인 남자를 이르는 은어)이나 '도도녀'(차갑고 날카롭지만 튀는 외모를 가진 젊고 화려한 여자를 이르는 은어)같은 사람들이 매력이 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온화하고 자상한 따뜻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실수나 허물을 자신의 넓은 주름으로 감싸 줄 수 있는 따듯함이 묻어나는 분들이 참으로 고맙고 존경스럽습니다. 조금 어리숙해 보이고 모자라 보여도 자꾸만 옆에 가고 싶은 분들이 좋습니다. 얼굴에 밥풀 하나 붙을 수 없을 만큼 차갑고, 깐깐한 사람은 젊은 사람이든 연세가 드신 분이든 가까이 가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리 힘이 센 장사라도 '자라'의 움츠린 목을 뺄 수는 없다고 합니다. '자라'가 그만큼 힘이 세고, 질기다는 뜻일 것입니다. 하지만 '자라'를 따듯한 난로 옆에 갖다 놓으면 5분도 안 되어서 목이란 목을 있는 대로 다 빼고 졸고 있답니다. 돼지도 자빠뜨리려고 하면 짧은 다리로 얼마나 잘 버티는지 모릅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끄떡도 안 합니다. 하지만 돼지에게 다가가서 배때기를 쓰다듬어주고, 등어리를 긁어주면, '꿀꿀꿀' 하면서 팔다리를 다 뻗고 알아서 스스로 자빠집니다. 동물들도 따듯하고 부드러운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산삼으로 깍두기를 담가 먹은 사람처럼 혈기 충만한 '똑똑이'보다는 풀죽도 못 먹은 것 같지만 항상 인자하고 온화한 '평온이'가 언제나 사랑을 받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