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를 둘로 나누자는 주장이 또 한차례 제기됐다. 2억8천만 전체 미국 인구 중 12%에 달하는 3천4백만명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는 미국 최대의 인구가 거주하는 주다. 두번째로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텍사스에 비해 1천3백만명이 더 거주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가장 적은 인구를 가진 와이오밍에 비해서는 69배나 큰 규모다. 자연스럽게 주를 둘로 분리하자는 주장이 제기될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주를 분리하자는 주장은 주 행정의 효율성이나 주의 규모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지배적 견해다. 캘리포니아는 남북으로 긴 주이므로 행정적 측면을 보면 응당 남북으로 잘라야 한다. 북쪽의 샌프란시스코와 남쪽의 LA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수순이란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있었던 대부분의 분리 운동은 남북보다는 동서를 경계로 해서 일어났다.

<이미지: 이번에 분리를 주장하는 13개 카운티는 얼핏 보면 남북을 경계로 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서부 해안의 진보층과 동부 내륙의 보수층을 경계로 삼고 있다. 이미지의 파란색이 내륙의 13개 카운티들.>

현재의 논의 역시, 민주당 텃밭의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 성향의 보수층이 반발하는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주 분리를 발의한 공화당 소속 제프 스톤은 58개 카운티 중 13개 카운티를 분리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카운티들은 현 주정부의 친이민 정책과 복지 혜택에 반대하는 카운티들이다. 라티노 불법 이민자들의 최대 거주지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에서 스톤이 “불법 이민자들을 돕기 위한 높은 세금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나, 그의 주장에 대해 주정부 측에서는 “극우적 법을 가진 곳에서 살고 싶다면 아리조나가 있지 않은가”라고 응대한 것도 다 이런 맥락이다.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에 분리를 요청한 카운티들은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서부 해안의 주요 도시들이 제외된 내륙의 카운티들로 보수적 백인층이 우세한 곳이다. 자기들에게서 거두어 간 높은 세금이 불법이민자들에게 사용된다는 점에서 위기 의식과 불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인 백인들 입장에서는 농장주의 입장보다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일하려는 민주당 쪽의 정책이 그리 달가울 수만은 없는 것이다. 과거 2009년 촉발된 분리 운동은 가축들을 사육함에 있어서 가축들이 당하는 고통을 최소화 하려는 주민발의안에 반대하며 일어났다. 가축의 생태권을 보장하려면 당연히 농장주들에게 부여되는 금전적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주민발의안이 통과되자 내륙 지역의 카운티들이 해안의 진보적 지역을 웨스트 캘리포니아로, 자신들을 캘리포니아로 나눠 줄 것을 요청하며 분리 운동을 펼쳤다.

이번 분리 운동을 하는 이들은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 등 대표적인 민주당 성향의 대도시를 자신들에게서 떨구어 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