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의 선교 현안 세미나가 이번에는 ‘북아프리카/중동 재스민 시민혁명과 중동 선교의 향후 대책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22일 서울 삼광교회(성남용 목사)에서 개최됐다. 최근 북아프리카/중동 정세에 대한 선교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한국 주요 교단과 선교단체 지도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이날 세미나는 가까운 미래의 예측조차 힘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 이 지역 상황을 객관적 관점에서 조망해보고 선교적으로는 어떤 대비가 필요한지 논의하는 토론의 장이 됐다.

튀니지에서 서민 경제로 인해 촉발된 시위는 일명 재스민 시민 혁명으로 이름 붙여지며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전역으로 확대되어 왔다. 이집트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으로 이미 새로운 정치적 변화가 시작된 상황이며, 리비아는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저항하고 있는 카다피 정권과 반카다피 세력 간 대립 심화에 의해 촉발된 내전에 서구 국가들의 참전까지 이어지면서 더욱 복잡한 정세를 형성하게 됐으며, 예멘에서도 살레 대통령 축출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악화되며 내전이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알카에다의 적극적인 활동까지 더해져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시리아와 이란, 모로코 등의 나라들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한국외대 터키어학과 김대성 교수가 발제자로 초청돼, 이같은 현재의 북아프리카/중동 정세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전망을 제공했다. 김 교수는 먼저 재스민 혁명은 경제적으로는 가난과 실업 그리고 빈부격차, 정치적으로는 장기에 걸친 독재로 인한 부정부패와 국민에 대한 통제와 억압, 사회적으로는 폐쇄적 국가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의 정보 접촉을 용이하게 만든 오늘날의 인터넷 환경,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발달과 같은 종합적인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재스민 혁명이 민주화에 대한 욕구에서 시작됐다기보다는 지금껏 혁명이 일어난 국가들의 경우처럼 국민 대부분인 빈곤 계층의 부의 불평등에 대한 불만에 기반하고 있기에 이같은 움직임은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부유한 산유국으로는 제한적으로 확산될 것이며, 이집트나 리비아와 같은 국민들이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시리아나 예멘 등의 나라들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진정한 민주화가 가능하려면 언론 자유의 확대,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시민 운동의 활성화, 높은 교육 수준 및 국민의 정치 참여가 가능한 경제 수준의 향상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힌 김 교수는 따라서 지금 일고 있는 혁명이 진정한 민주화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시각을 전했다. 또한 김 교수는 이같은 혁명 이후 사회 개혁의 원동력으로 이슬람이 부상되면서 친서구 정권의 자리를 친이슬람 세력들이 차지하게 하는 변화를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이슬람 근본주의의 영향력 확대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루아침에 큰 변화를 바라기보다 장기적 안목 필요
한국교회만이 할 수 있는 분야 찾아 꾸준히 노력해야


▲패널들이 향후 북아프리카/중동 선교의 방향성에 대해 열린 토론회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KWMA 총무 이영철 목사, 인터서브 선교회 대표 정마태 선교사, 삼광교회 담임 성남용 목사, 한국외대 터키어학과 김대성 교수. ⓒ손현정 기자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한 선교적 평가와 대비에도 선교계 지도자들이 견해를 모으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 교수를 비롯해 인터서브 선교회 대표 정마태 선교사, 성남용 목사(삼광교회 담임, 나이지리아 선교사)가 패널로 참석하고 KWMA 총무 이영철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열린 토론회에서는 최근의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상황이 선교적으로 줄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전망과 앞으로의 이 지역 선교에 어떠한 노력과 자세가 요구되는지 등의 대책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패널들은 대체로 최근 일고 있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선교적으로 볼 때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데 동의했다. 혁명이 이슬람 자체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에 이슬람 안에서의 개혁이 이뤄질 것이고, 이 경우 타 종교에 대한 허용과 수용의 정도는 현재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널들은 중요한 것은 변화가 이뤄지든 이뤄지지 않든 인내를 갖고 이슬람 선교에 꾸준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는 데 견해를 모았다.

정마태 선교사는 “목욕물만 버리지 아기는 버리지 않는 것처럼 이들이 이슬람 자체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은 20년 전 한국과 지금의 한국, 20년 전의 파키스탄과 지금의 파키스탄이 다르듯 몇 십 년이 지나서 이 지역이 어떻게 될까에 대한 기대”라며 “한국 교회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치밀하게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남용 목사 또한 “하루 아침에 큰 변화를 바라서는 안되지만 가능성까지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도 점차적으로 외국의 영향이 더 많이 흘러들어가고 있고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김대성 교수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해서 선교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며 “최근의 상황들을 이들 지역을 더 잘 이해하는 기회로 삼아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인내심을 갖고 선교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지역 선교에 어떠한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지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정 선교사는 “최근 상황들을 보면 이슬람이 무너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가 깨끗해지려면 이 지역들에서 도덕적 타락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는 서구 체제의 도입보다는 이슬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한국 교회가 이러한 분위기를 잘 이해해서 서구 교회의 틀을 가지고 선교하기보다는 한국 교회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 예로 현지 MBB(Muslim Background Believers)에 대한 지원 사역을 든 그는, “앞서 들어간 선교사들을 통한 결실인 이들이 자신들의 나라에서 의욕적으로 다방면의 사역을 해나가고 있고 이를 위한 세계 교회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그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소모될 뿐 아니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직접적인 선교 외에도 이미 이 지역에 들어가 있는 선교사나 팀을 지원하고 연합하는 등의 방법도 추천할 만하다고 전했다.

성 목사는 최근 나이지리아 중부 지역의 이슬람과 기독교 간 충돌 사태에서 볼 수 있듯 두 종교 간의 적대적 관계가 심화되는 것은 사실 각 종교가 자신들의 진영을 강화하려고 하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이슬람에 선교적으로 접근하는 데 있어서는 보다 약자의 자세와 관용의 자세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슬람 선교만큼은 개교회 중심적이 아닌 교단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선교사로서는 이 지역에 나가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 사실인데 조금 기다리다 실적이 없다고 해서 들어오라고 하고 지원을 끊는 식으로는 선교가 될 수 없다”며 “오랜 인내가 필요한 것이 이슬람 선교인만큼 개교회에서보다는 교단에서 장기적이고 전체적인 전략을 세워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한 이 지역에서 기독교인으로서 복음을 실천하는 삶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선교가 될 수 있다고도 강조하며 “무슬림들이 절대적으로 약한 것이 사랑과 용서에 대한 개념인데 기독교인들이 그들과 함께 살며 이슬람에는 없는 기독교의 사랑과 용서를 삶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복음을 전하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아랍 전문가이자 선교사인 고요셉 박사(가명)가 참석, 강연을 전했다. 그는 “이슬람에 대한 이해는 정치와 경제, 언어와 문화, 율법과 경제 등을 모두 고려해 이뤄져야 하고 무슬림들도 각 계층에 따라 이슬람에 대한 이해가 각각 다른데, 이들 각각에 대한 맞춤형 선교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WMA 사무총장 한정국 목사는 “최근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일고 있는 움직임에 세계는 물론이고 현지인들 역시 놀라움을 표현하고 있다”며 “기존의 체제가 붕괴되고 새로운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아노미 상태에서는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게 되고 새로운 종교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할 수 있다. 이는 분명 기독교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따라서 한국 교회는 이러한 상황들을 주시하며 이슬람 선교를 위한 대비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