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도 오지만, 절망은 안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순절.. 예수님께서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최후의 만찬 때 같이 떡을 떼던 제자들도 결국 다 도망갔습니다. 무덤까지 따라간 제자들은 아무도 없었어요. 오직 힘없는 갈릴리 여인들만.. 오늘 아침내내 그 여인들이 생각나 ‘갈릴리에서 온 여인’이라는 시를 써봤습니다. 예수님도 그렇게 다 버리고 갔는데.. 하물며..”
황경락 회장은 90년 10월 미주 크리스천 문협을 창립한 이래 지금까지 14년간 계속해서 회장직을 맡아왔다. 물려주고 싶어도 물려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의 하소연. 미주크리스천 문협은 서울 중앙문단에 데뷔한 크리스천 문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협회로 현재 북미주의 65명 회원가운데 등단한지 몇 년되고, 저서가 2권 이상 되는 지도력 갖춘 회장 후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14년간 수익이 발생할 리 없는 이 크리스천 문협을 홀로이다시피 이끌어오면서 그는 외롭기도 참 외로웠던 모양이다.
“일반 문협에는 그런 이들이 더러 있는데, 우린 크리스천 문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그런 사람 찾기가 더 힘들어요. 그만큼 인재가 드물지요. 이 곳의 작품 수준도 한국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다들 한국에서 떠나온지 오래됐으니까요. 그러나 다른 나라에 살면서 한국인의 정서를 잊지 않고 한글로 작품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러운 거죠. 한국 작가들도 이 점에 대해선 우릴 존경해마지 않습니다.”
머나먼 타국땅에서 이미 떠나온 나라의 글을 사용해 문학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1세는 그리움의 정서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글을 쓴다손 치더라도 한글, 한국말, 한국문화를 제 살, 제 피로 느끼지 못하는 우리의 2세, 3세들은 어떤 문학을 하게 될 것인가? ‘이민 문학’은 특정한 한 세대, 지금의 1세대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시한부 문학이 될 것인가? 한국에 사는 이들이라면 결코 던지지 않을 수많은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머리를 어지럽혀 온다.
“청소년들 대상으로 문학강의도 해봤는데, 그네들이 거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미국 교육 따라가기도 어려운 판에 한국어를 수준높게 가르칠 수도 없구요. 여기서 태어난 2세들은 그들만의 문학을 따로 일구어가겠지요.
그렇지만, 이들이 코리안인 것은 100년이 지나도 변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아무리 속이 하얀 바나나라고 해도.. 우리 밖에 나가면 다들 코리안이라고 하지, 어메리칸이라고 안하거든요. 코리안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추지 못하면 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도 유지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한국문화를 세계화하는 기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또 아니구요. 저는 사실 한국문화의 세계화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흑인작가들이 쓴 작품을 보면 흑인 작가가 썼다고 해서 아프리카의 전통을 드러내는 거 아니잖아요. ‘흑인으로써 미국에서 인간대접을 못받고 있다.’ 이런 보편적인 인권 침해 문제 같은 것을 건드리는 거지요.”
“현재 저희 문협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은 “한영정선시집”과 “미주이민문학”이라는 두 권의 책인데요. ‘한영정선시집’은 여름 전에 출간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뼈를 깎는 아픔으로 한권씩, 한권씩 만들어내는 책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는 잘 모르지만 아마 역사가 평가해주겠지요.”
책 출간 얘기를 하면서 황 회장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번진다. 그렇게 힘들게 책을 만들어 내놔도 삶에 지친 이민자들이 별로 봐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줘도 안본단다. 그래서 황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읽히는 책이 무엇일까?’, ‘어떤 책을 보고싶어할까?’이며, 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대답도 마련했다.
“보따리 장사, 자영업하는 여기 교민들, 흑인들에게 강탈당해 보지 않은 이들이 없을 정도로 위험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속에서 버는 돈은 단 돈 10불이라도 정말 피눈물나는 돈이지요.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브루클린에서 가게 돌아다니며 수금하는 일을 하는데, 흑인강도 만나서 천 불 빼앗기고 등에 칼을 찍혀서는 혼자 운전해가지고 근처 병원가서 치료받은 적도 있구요, 어떤 이는 조그만 구멍가게 하는데, 권총강도가 캐쉬어 하는 부인을 화장실로 끌고 가는 것을 보고 그것을 막으려다가 총에 맞아 하체장애가 되기도 했어요. 이런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사랑으로 어루만져주는 글이 필요합니다. 위로와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하겠지요. 크리스천 문학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생명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용기와 힘을 주는, 그걸 읽으면 삶의 의욕이 생기고, 기쁨과 감사가 넘치게 되는 그런 문학…!”
인터뷰를 마치며 황경락 목사는 매달 그가 찍어내는 “문학과 신앙”이라는 작은 뉴스레터를 플러싱 일대에 돌리기 위해 일어섰다. 그는 이 작은 뉴스레터가 얼마나 세상을 바꾸겠냐마는, 펜실베니아 교도소에 있던 한 죄수는 이것을 보고 감동이 되서 하루 36전 정도 되는 교도소 월급을 모아 우표값으로 5불씩 보내오기도 했다. 지금은 출감해 크리스천 문협의 회원이 되어 있는 그 한 사람, 그 한 사람을 위해서 그는 이 뉴스레터를 돌린다며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황경락 회장은 90년 10월 미주 크리스천 문협을 창립한 이래 지금까지 14년간 계속해서 회장직을 맡아왔다. 물려주고 싶어도 물려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의 하소연. 미주크리스천 문협은 서울 중앙문단에 데뷔한 크리스천 문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협회로 현재 북미주의 65명 회원가운데 등단한지 몇 년되고, 저서가 2권 이상 되는 지도력 갖춘 회장 후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14년간 수익이 발생할 리 없는 이 크리스천 문협을 홀로이다시피 이끌어오면서 그는 외롭기도 참 외로웠던 모양이다.
“일반 문협에는 그런 이들이 더러 있는데, 우린 크리스천 문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그런 사람 찾기가 더 힘들어요. 그만큼 인재가 드물지요. 이 곳의 작품 수준도 한국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다들 한국에서 떠나온지 오래됐으니까요. 그러나 다른 나라에 살면서 한국인의 정서를 잊지 않고 한글로 작품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러운 거죠. 한국 작가들도 이 점에 대해선 우릴 존경해마지 않습니다.”
머나먼 타국땅에서 이미 떠나온 나라의 글을 사용해 문학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1세는 그리움의 정서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글을 쓴다손 치더라도 한글, 한국말, 한국문화를 제 살, 제 피로 느끼지 못하는 우리의 2세, 3세들은 어떤 문학을 하게 될 것인가? ‘이민 문학’은 특정한 한 세대, 지금의 1세대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시한부 문학이 될 것인가? 한국에 사는 이들이라면 결코 던지지 않을 수많은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머리를 어지럽혀 온다.
“청소년들 대상으로 문학강의도 해봤는데, 그네들이 거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미국 교육 따라가기도 어려운 판에 한국어를 수준높게 가르칠 수도 없구요. 여기서 태어난 2세들은 그들만의 문학을 따로 일구어가겠지요.
그렇지만, 이들이 코리안인 것은 100년이 지나도 변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아무리 속이 하얀 바나나라고 해도.. 우리 밖에 나가면 다들 코리안이라고 하지, 어메리칸이라고 안하거든요. 코리안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추지 못하면 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도 유지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한국문화를 세계화하는 기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또 아니구요. 저는 사실 한국문화의 세계화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흑인작가들이 쓴 작품을 보면 흑인 작가가 썼다고 해서 아프리카의 전통을 드러내는 거 아니잖아요. ‘흑인으로써 미국에서 인간대접을 못받고 있다.’ 이런 보편적인 인권 침해 문제 같은 것을 건드리는 거지요.”
“현재 저희 문협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은 “한영정선시집”과 “미주이민문학”이라는 두 권의 책인데요. ‘한영정선시집’은 여름 전에 출간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뼈를 깎는 아픔으로 한권씩, 한권씩 만들어내는 책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는 잘 모르지만 아마 역사가 평가해주겠지요.”
책 출간 얘기를 하면서 황 회장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번진다. 그렇게 힘들게 책을 만들어 내놔도 삶에 지친 이민자들이 별로 봐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줘도 안본단다. 그래서 황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읽히는 책이 무엇일까?’, ‘어떤 책을 보고싶어할까?’이며, 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대답도 마련했다.
“보따리 장사, 자영업하는 여기 교민들, 흑인들에게 강탈당해 보지 않은 이들이 없을 정도로 위험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속에서 버는 돈은 단 돈 10불이라도 정말 피눈물나는 돈이지요.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브루클린에서 가게 돌아다니며 수금하는 일을 하는데, 흑인강도 만나서 천 불 빼앗기고 등에 칼을 찍혀서는 혼자 운전해가지고 근처 병원가서 치료받은 적도 있구요, 어떤 이는 조그만 구멍가게 하는데, 권총강도가 캐쉬어 하는 부인을 화장실로 끌고 가는 것을 보고 그것을 막으려다가 총에 맞아 하체장애가 되기도 했어요. 이런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사랑으로 어루만져주는 글이 필요합니다. 위로와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하겠지요. 크리스천 문학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생명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용기와 힘을 주는, 그걸 읽으면 삶의 의욕이 생기고, 기쁨과 감사가 넘치게 되는 그런 문학…!”
인터뷰를 마치며 황경락 목사는 매달 그가 찍어내는 “문학과 신앙”이라는 작은 뉴스레터를 플러싱 일대에 돌리기 위해 일어섰다. 그는 이 작은 뉴스레터가 얼마나 세상을 바꾸겠냐마는, 펜실베니아 교도소에 있던 한 죄수는 이것을 보고 감동이 되서 하루 36전 정도 되는 교도소 월급을 모아 우표값으로 5불씩 보내오기도 했다. 지금은 출감해 크리스천 문협의 회원이 되어 있는 그 한 사람, 그 한 사람을 위해서 그는 이 뉴스레터를 돌린다며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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