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기에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특히 시의 경우가 더욱 그러하다. 시어의 특성상 그 정서와 분위기를 다른 언어로 바꾸어내는 것이 까다롭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언어 실력은 물론이고 시인과 시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시의 많은 갈래들 가운데서도 신앙시의 경우에는 시인의 신앙심이 뿌리에 자리잡고 있기에 그 시가 담고 있는 바를 보다 충실하게 옮기기 위해서는 번역자 역시 시인과 같은 신앙의 눈으로 시를 대할 수 있어야 함은 자명해 보인다.

창조문예사를 통해 발간된 18세기 영국 시인 사무엘 테일러 코리지(Samuel Taylor Coleridge, 1772~1834)의 장편 시집 ‘노수부의 노래(The Rime of the Ancient Mariner)’와 영미권 신앙시선집인 ‘영혼의 노래’, 이 두 편의 시집이 반가운 이유는 오랜 세월 세계의 독자들에게 은혜를 끼쳐 온 영미권 대표 신앙시들을 우리에게 소개해 줄뿐 아니라, 번역자의 진솔한 신앙의 물감으로 채색된 시들이 주는 감동 때문이기도 하다.

번역자인 이정호(숭실대 영문학과 졸업, 서편탐약품 회장) 장로는 전문 영문학자나 번역학자는 아니기에 영문학이나 번역학의 관점에서 보기에는 다소 미흡함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들 신앙시들의 면면에 흐르는 은혜의 물결들은 영시문학 애호가이자 신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오랜 길을 걸어 온 그의 펜 끝에서 억지스러움 없이 자연스럽게 재현되고 있다. 이 장로는 기독교 문학 발전을 위해 월간 ‘창조문예’ 후원회장으로 섬기고 있으며, 2003년부터 창조문예에서 영미권 신앙시들을 번역해 소개해 왔다.

평론가들로부터 언어를 선별하는 탁월한 감각을 인정받아 온 그는 짧은 기간이지만 자신의 뚜렷한 문체를 확립했다는 평을 듣고 있기도 하다.

한편 시 번역의 어려움들을 알기에 “이 시집에서 생기는 탓은 당연히 모두 저의 것”이라고 고백하면서도, 독자들이 “시집에서 신앙적 유익을 얻는다면 순전히 하나님의 영광”이라고 밝힌 그의 말에서도 볼 수 있듯, 영문학적·번역학적 접근을 뛰어넘는 구도자적 행위로서의 번역의 흔적 또한 찾을 수 있다.

‘노수부의 노래’는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와 함께 18세기의 대표적인 영국 시인으로 손꼽히는 코리지가 남긴 7부, 143연, 630행에 달하는 장시로 노수부의 회개와 고백을 통해서 신앙의 본질과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영혼의 노래’에는 지난 2003년부터 ‘창조문예’를 통해 소개되어 독자들로부터 사랑 받았던 신앙시 50여 편이 실렸다. 다양한 시인들이 노래한 아름다운 은혜의 세계를 통해 독자들은 문학적 소양은 물론 신앙의 성숙 또한 기대할 수 있다.

두 시집 모두 영한대조 편집을 통해 독자들이 시인들의 고백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