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나만큼은 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아니 절대 울지 않으리라 결심을 했다. 아내가 눈물 콧물 다 흘리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훈련소에 입대하는 날 아침, 아들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축복기도를 시작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내도, 아들도 쏟아지는 눈물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아! 잠시 잠깐이지만 헤어지는 마음이 이렇게도 아프단 말인가?

겨우 기도를 끝내고 집을 나서는 데 아들 녀석은 이제 집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당분간 오지 못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차를 운전하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 볼려고 아들에게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니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또 빡빡 밀어버린 머리를 감추기 위한 모자는 깊게 눌러쓴 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래, 네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니? 그래, 실컷 울어라!” 나는 마음 속으로만 되내이고 있었다.

그래도 기분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아들 녀석도 마음이 풀어지고 있는 듯 싶었다. 휴게소에서 잠시 시간을 내어 차도 마시면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애를 썼다. 아들의 불안한 마음을 가시게 해 보려고 농담도 하면서 숨을 돌린 듯 했다.

휴게소를 떠나서 논산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들이 이런 말을 한다. “아빠. 나, 하나님으로부터 응답받았어!” 귀가 번쩍 뜨인 내가 즉각 물었다. “뭔데?” “응, 이 찬양 시디를 듣다가 하나님이 주신 말씀인데 바로 이거야.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이 찬양 들을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그 음악이 들려 오면서 하나님께서 나에게 메시지를 주신 것 같아!” 얼마나 반가운 말인지. “그래. 정훈아! 바로 그거야! 정훈이 너를 하나님께서 무척이나 사랑하시나 보다. 그래! 두려워 마! 하나님이 너와 함께 하실거야!” 우리는 정훈이가 들었던 그 찬양을 함께 들으면서 그 순간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가 있었다.

논산에 도착해서 이른 점심을 먹고 입대 장소로 들어 갔다. 아들은 불안한 지 화장실을 몇 번씩이나 다녀 온다.

“그래, 저 마음이 얼마나 불안하겠어? 얼마나 안절부절 하겠어?” 미지의 세계, 그것도 자유함이 없는 세계에로 들어 가는 데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으랴!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가슴도 짠해 짐을 어이할 수가 없었다. 집합 30여분 전부터 아들은 말이 없다. 연신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서 웃기도 하지만 그 마음이 어찌 편할 수 있으랴!
나는 정각 1시, 이별의 순간에 아들에게 해야 할 말을 속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정훈아. 힘내. 아빠와 엄마가 너를 위해 기도할께. 아까 하나님께서 너에게 주신 말씀 그대로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하실거야! 힘들 때 기도해. 나는 우리 아들이 자랑스러워!....” 하여간 아들에게 힘을 주는 말들, 용기를 주는 말들만을 하려고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다.

2분전. 말을 막 꺼내려고 하는데 또 가슴이 탁 막혀 온다. 눈물이 또 쏟아지려고 그런다. 말도 못하고 그냥 손만 꽉 부여잡고 있었다.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고 스피커에서는 연병장으로 다 모이라고 한다. 그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딱 한마디. “잘 해!”

아들은 대견스럽게도 손을 흔들며 연병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연신 손을 흔들어댔다.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저 멀리 뛰어가는데 아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1,500여명이나 되는 군중 속으로 들어갔으니 어찌 보일 수 있으랴! 안타까운 마음에 여기 저기 기웃거려 보지만 여전히 아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대오를 정리하고 제법 군인답게 선 신병들 가운데 저 멀리 아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질 않는가? 얼마나 반가웠던지.....

식을 진행하면서 제법 ‘충성’ 소리도 내고 인사도 하는 모습들이 함께 온 모든 사람들도 대견스러운가 보다. 박수에 또 박수가 이어진다. 뒷자리에서는 어느 여인네가 계속 흐느끼고 있다. 역시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어미의 마음이리라.

마지막 순간. 대대장이 소지품 중에서 다시 부모에게 돌려줄 것이 있으면 빨리 다녀 오라고 한다. 내 아들이야 제대로 다 챙겨 갔으니 다시 올 이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어찌 부모 마음이 그럴 수 있으랴!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고 외쳐 댔지만 아들은 그 신호를 아는 듯 모르는 듯 착실하게 그 대열에 그냥 서 있었다. 우리 부부는 그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섭섭한 듯 이렇게 말을 했다. “아이구, 착해 빠져 가지고... 얼른 그냥 얼굴 한번만 더 보고 가지....”

이제 정말 마지막 순간. 부모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 가운데 아들 역시 연신 손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그래. 아들아! 너는 자랑스러운 이 아빠의 아들이다. 너는 해 낼 수 있어! 더구나 하나님이 함께 계시지 않니?” 속으로, 속으로만 아들을 향해 소리를 질러댔다. 자꾸만 눈물은 흘러 내리고.....

다시 서울로 오면서 우리 부부는 마음을 정리했다. 부모인 우리들이 아무리 자식을 챙겨 준다고 해도 어찌 24시간 내내 다 챙겨줄 수 있으랴!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다면 불가능하지 않는가? 아들이 군대가서 무슨 일을 하든 그건 우리 부부가 알 수도 없고 챙겨 줄 수도 없는 일이다. 그저 하나님을 의지하는 수 밖에... 우리는 다시 신실하신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오직 하나님께 다 맡기기로 했다. 우리 부부보다도 정훈이를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터인데 우리가 무슨 걱정을 할 필요가 있으랴!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난 지금. 나는 오늘 아침에도 이런 기도를 했다. “하나님. 저는 그저 하나님의 일만 열심히 할테니까 제 아들, 아니 하나님의 아들 정훈이는 하나님께서 챙겨 주세요. 아셨지요?”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의로운 오른 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추부길 목사 / 한국가정사역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