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상을 한번 해보자. 일상생활을 하는데 상수도가 중요한가, 하수도가 더 중요한가 ? 물론 생활을 위해선 둘 다 중요한 요소지만 하수도가 더욱 중요하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수돗물이 끊기면 우물을 파거나 옆집에서 물을 빌려 쓸 수 있지만 하수도가 막히면 즉각 뚫는 수밖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 요리, 취사, 세면, 목욕 등에 따른 하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오염된 물이 고인다면 그 악취와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인체 역시 마찬가지다. 제대로 먹고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활한 대소변의 배출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악성 변비나 치질, 오줌소태, 전립선염 등 배출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는 점차 먹고사시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고 결국 영양 결핍에 빠지게 된다. 또 체내에 축적된 대소변 등 노폐물이 미치는 해독은 막힌 하수구의 악취가 차라리 향기로울 정도다.

체내에 쌓인 노폐물은 그때그때 잘 배출돼야 한다. 자동차가 씽씽 달리는 것은 단지 엔진의 성능이 좋기 때문일까 ? 아니다. 만약 달리는 것의 반대 기능인 브레이크가 없다면 자동차는 달릴 수 없다. 멈추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달릴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려면 먹는 것과 배설이 원활해야 한다. 배설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체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신호다.

대·소변을 잘 보지 못하면 체내에 노폐물이 축적된다. 노폐물의 독소로 두통이나 현기증, 복통 마비증상 등이 일어난다. 이런 증상 들은 몸속의 혈액이 탁해져 있다는 신호다. 이런 때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배설을 촉진해야 한다. 특히 소변 배설이 어려워지면 방광염을 일으키는 수도 있으며 신장에 나쁜 영향을 미쳐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임산부가 출산 후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한방에서는 방광의 기가 허해진 탓으로 본다. 병원에선 이뇨제를 처방하기도 하는데 이뇨제는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이뇨제만 처방하면 방광이 늘어져 소변이 줄줄 흘러나와 계속 기저귀를 차야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을 보하는 효력이 이뇨작용을 돕는 약호보다 강해야 이 증상을 완치 시킬 수 있다. 이처럼 산후에 소변을 보지 못해 기진맥진 한 산모에겐 알맞는 한방 치료가 제격이다.

<민간요법>

메밀 : 메밀의 검은 겉껍질은 원활한 변통과 이뇨작용을 돕는다.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 피를 맑게 해주기 때문에 혈관을 부드럽게 하고 혈압까지 안정시켜 준다. 그러므로 메밀로 음식을 만들 때는 될 수 있으면 겉껍질을 함께 빻아 쓰는 것이 좋다.

수박 : 이뇨를 돕는 또 하나의 식품은 수박이다. 수밖에는 시트룰린이란 특수 성분이 있는데, 단백질이 요소로 변해 소변으로 배출되는 과정을 도와준다. 수박이 신장병을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