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의 기도

아침인가 했더니 금방 저녁이 되고, 초하룬가 했더니 벌써 월말이라 분주했습니다. 이젠 또 어느새 한 해가 다 갔다고 떠들어 댑니다. 참 빠른 세월이라 그 누구도 해를 묶어 둘 수 없습니다.

지난 한해 동안도 지구촌은 엄청난 재난과 전쟁, 테러 속에서 신음했습니다. 좋은 뉴스라고는 참으로 희귀했습니다. 더욱이 두고 온 우리의 고국 대한민국은 암담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망할 짓만 하고도 망하지 않고 지탱해 온 기적이 이상하리만큼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몸부림치며 애원하는 신앙동지들의 간절한 기도 덕분임에 틀림없습니다.

인생은 꿈을 먹고 삽니다. 그래서 어둡고 답답한 현실에서도 내일의 소망을 상실하지 않고 전진해 나아가는 것이 독특한 신앙인의 역설적인 생애임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새해 아침에 나는 이렇게 기도해봅니다.
올해는 또 무슨 일이 있을는지 알 수 없지만 일어날 모든 일들일랑 오직 주님께 맡기고 소처럼 터벅터벅 묵묵히 걷게 하옵소서.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8:28) 라고 기록된 말씀을 믿게 하옵소서. 나의 자존심도, 나의 사랑도, 나의 모든 자만도 다 던져 버리고 오직 주님만 앞세우게 하소서. 남보다 갖지 못했다고 비굴하지 않고 더 가졌다고 오만하지 않게 하소서. 세상 친구들이 나를 버려도 결코 외로워하지 않고 행여 주님이 멀어질까 만 걱정하게 해주소서. 내가 가장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그 무엇이 상실된다고 해도 절망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무엇을 하든지 열심히 기도했는데도 성사되지 않았을 때에는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게 하시며 낙심치 말게 하소서. 기도도 안 했는데 놀라운 성취가 주어졌다면 도리어 걱정하며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조심스럽게 기도하게 하여 주소서. 그래서 나의 명예보다는 하나님의 영광만 드러나는 새해가 되게 하여 주시기를 소원합니다.

세상은 종말을 향해 질주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과학문명은 너무나 빠르게 앞서 달려가는데 우리의 신앙생활은 나태와 불신의 감염을 받고 있습니다. 인간의 지혜는 생각나는 대로 무엇이든지 실현하고 있습니다.

MIT대학원생들로 구성된 테라퓨지아(Terrafugia)사는 The Transition 을 개발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는 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하다가 하늘을 날기도 하는 공상과학만화가 이제 이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시판되게 되었습니다. 참 오래 살고 볼 세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명의 이기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데 사용할 것인가,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지가 않습니다. 온갖 범죄에 이용될 것 같다는 생각이 지나친 염려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새해는 어김없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이번 해를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희망찬 새해로 믿고 온갖 부정적인 상념들을 던져 버립시다. 온갖 부조리와 험한 세파를 극복하며 상처투성이인 지구촌을 가슴에 안고 앞서간 믿음의 선진들이 달려간 신앙노선을 따라 전진해 가야 하겠습니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 가노라”(빌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