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에 일어난 7.0도의 강진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아이티로 전 세계의 시선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인명 피해만도 20만명이 이번 지진으로 목숨을 잃고 수많은 이들이 부상을 당하였고, 부서진 건축물만도 2,100동을 넘는다고 하니 사실 현장을 직접 보지 않고서야 그 참사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조차 쉽지 않습니다. 믿음이란 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이 하나님의 섭리임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하나님의 섭리임을 믿는 것임을 잘 알면서도 이런 재해를 경험할 적마다 ‘왜 일까?’하는 물음을 묻게 됩니다. 이번 아이티 재해를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드러내시기를 원하시는 계시가 있으리라 믿으며,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지혜로 허락해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재해를 통한 하나님의 의도와 섭리를 묻는 것과 함께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어려움을 당한 이들을 돕는 일입니다. 이번 아이티 재해를 돕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나라에서, 그리고 각 구호단체에서 구제와 도움의 방법을 모색하고 또 급한 대로 도움을 이미 시작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비록 사는 지역도 다르고, 정치 이념도 다르지만 사람이기에 마땅히 품어야 할 소중한 마음, 아름다운 마음이 아직 우리들에게 있음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식 중에서 지난 주간 어느 신문 칼럼 란을 보다가 ‘우리가 아이티를 도와야 하는 3가지 이유’라고 쓴 글이 눈에 띄어서 무슨 내용인가 싶어서 읽었는데, 전에 도미니카 주재 대사로 근무하며 아이티 주재 대사를 겸임하셨던 인병택 님이 쓰신 글인데, 우리나라가 아이티를 도와야만 하는 이유를 3가지 측면에서 조목 조목 열거하며 도움을 호소한 글이었습니다.

그분이 우리가 아이티를 도와야 하는 이유로 첫 번째 꼽은 것은 우리나라와 아이티간의 우호적 외교 관계입니다. 아이티는 비록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지난 1962년에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국제무대에서 우리를 변함없이 지지해온 전통 우방국으로 그 분의 기억에 의하면 아이티는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크고 작은 유치교섭에 한번도 반대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티는 ‘2012 여수세계엑스포’ 유치전에서 우리의 듬직한 우군이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지지하여 모로코가 아프리카 국가들을 앞세워 세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잘 알려 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아이티는 한국전쟁 당시에도 외교관계가 없던 우리나라에 비록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현금을 지원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우호적 외교적 관계 때문에 우리는 아이티를 도와야 한다고 합니다.

둘째로 아이티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민주주의 이념이 전 세계적으로 정착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아이티는 1492년 콜럼버스의 제 1차 항해 당시 발견된 이후 오랫동안 프랑스와 미국령으로 있었고, 독립한 후에도 종신 독재, 군부 쿠데타 등으로 인해 경제적 열악함과 정치적 혼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아이티를 적극적으로 도와 과거의 역사적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아이티에서 인권과 민주주의가 정착된다면 그야말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전 세계에 제대로 정착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아이티에 건전한 정치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우리는 아이티를 도와야 한다고 합니다.

셋째로 아이티를 돕는 것이 우리나라를 돕는 것이라는 겁니다. 즉, 아이티를 돕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도 직결되는 사안으로 우리 정부가 신속하게 100만 달러를 지원하고 긴급구조팀을 파견키로 한 것은 높이 평가받을 만한 일이지만 1회성 구호활동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아이티 재건프로젝트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구제금을 전달하는 차원에서 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의 도로와 교통시설을 복구하는 무상원조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지난날 당면했던 여러 국난을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극복한 것처럼 아무리 냉엄한 국제관계 속에 살고 있더라도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평범한 격언대로 지금 아이티가 처한 미증유의 어려움을 도와준다면 우리의 국제적 위상도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즉, 아이티를 돕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을 돕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외교관 출신다운 관점에서 아이티를 도와야 하는 이유를 잘 분석해 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가 아이티를 도와야 하는 이유가 우호적 외교관계나 보다 나은 정치 환경 조성, 또는 남을 돕는 것이 우리 자신을 위하는 것이라는 이유도 좋지만, 비록 아이티가 우리를 돕기는커녕 해친 나라라 할지라도, 또한 앞으로 아이티의 정치적 환경이 더 열악해진다하더라도, 그리고 이렇게 돕는 것이 우리나라에 별 이익이 없다하더라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형제와 자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또 다른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재해는 어쩌면 우리가 당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