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지역 한인교회들의 연합과 사랑이 시카고의 추운 겨울을 녹이며 2009년의 대미를 장식했다. 12월 13일 아가페장로교회에서 열린 2009 사랑나눔음악회는 “시카고 지역은 교회 연합이 잘 안된다”, “한인들이 사랑 나눔에 인색하다”는 통념을 깨며 시카고 교회와 한인들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사랑나눔음악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시카고 지역 20개 교회에서 모인 50여명 출연진이 무대에 섰다.

2백여 한인들이 성금 기탁해 7200불 모금

결코 실망스럽지 않은 결과다. 당초 목사부부합창단, 찬양컨서바토리, 갈릴리감리교회 등 주최측은 “순수하게 한인들의 작은 정성을 모은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보통 음악회를 개최할 때 한인기업들이나 사업체로부터 받는 대규모 후원이 이번 음악회에는 없었다. 2백명의 한인들이 작게는 5불 이하, 많게는 1백불 이상 후원해 7200불이 모금됐다. 행사 팜플렛 마지막장에 후원광고가 7개 게재됐으나 모두 명함 사이즈의 작은 크기로 정성을 모았다. 또 음악회에 앞서 사랑 나눔에 동참하지 못했던 한인들을 위해 음악회 중에 헌금 순서가 있었고 현재 집계 중이다. 이 헌금까지 합치면 총 모금액은 7200불을 넘게 된다.

모든 출연진 자비량 봉사, 헌금은 전액 전달

▲이번 연주회를 기획, 구상해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성공적 개최를 감사하는 전성진 목사
불경기에 음악회를 통한 모금이 잘 이뤄질 수 있느냐는 우려도 물론 제기됐다. 한인들이 내는 성금에서 1500불 가량의 행사비를 먼저 충당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행사장 대여비, 팜플렛 제작 및 인쇄, 각종 광고홍보비, 솔로 및 특별 출연자들 사례비, 행사 후 청중들을 위한 식사 대접비 등 행사 자체를 위해서 드는 돈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한인들이 사랑을 나누고자 내는 헌금의 일부라도 행사비로 손댈 수 없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번 음악회에 참여하는 각 교회들이 행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별도의 헌금을 하기로 했다. 쉽게 말하면, 사랑을 나누자고 음악회에 서는 그 사람들부터, 그 교회들부터 사랑 나눔의 헌금을 하라는 것이었다. 갈릴리교회, 새롬교회, 생명감리교회, 아름다운교회, 애플톤시온감리교회, 유니티침례교회, 은혜침례교회, 임마누엘침례교회, 종려나무교회, 진리등대교회, 천국가족선교교회, 트리니티교회, 하나교회, 한인서부교회가 행사비를 헌금했다. 아가페교회는 행사 두달 전부터 교회 건물을 연습 장소와 행사 장소로 무료로 개방했다. 교회들 외에 특별출연한 테너 이동영 씨를 비롯해, 바이올린 최정수, 첼로 최정도 군도 자비량으로 섰고 테너로 출연한 갈릴리교회 박성효 집사는 6장의 팜플렛을 밤새워 수고비 없이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려했던대로” 행사비는 적자가 났다. 그러나 주최측은 헌금 7200불은 전액 불우이웃에게 전달하기로 했고 모자란 행사비는 이번 음악회 실황 CD를 제작 판매해 충당하기로 했다.

교회들의 연합으로 수준높은 연주 선보여

헌금에 동참한 2백여 한인들, 무대에 선 50여명의 출연진, 음악회를 찾은 3백여 한인들이 음악이란 매개체로 아름다운 교회 연합을 이뤘다. 이 음악회는 헌금 모금은 물론 행사 개최 자체가 “잘 안될 것이다”라는 우려를 낳아 왔다. 교회 연합 자체가 어렵다는 시카고에서 교회들이 연합해 여는 음악회는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40개 교회에서 100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연습이 시작되자 20개 교회에서 50명만이 참석했다. 처음 예상에 비해 절반 정도다. 그러나 20개 교회가 연합했고 다른 교파의 다른 교단에 속한 다른 교회를 섬기는 성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음악회는 성공적이라 평할만하다. 음악적 수준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이날 출연진들은 클래식 명곡 모짜르트의 대관식 미사, 헨델의 메시아를 아름다운 조화 속에 연주하며 상당한 수준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