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은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전 1:18)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십자가의 도는 십자가의 길입니다. 십자가의 길이란 십자가에 담긴 깨달음입니다. 십자가에 대한 깨달음은 십자가를 통하여 얻는 진리를 의미합니다. 십자가에는 진리가 숨겨있습니다. 그 진리는 너무 심오하여 “도”(道)라고 하기도 하지만, 십자가는 하나님의 능력이자 하나님의 지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어떻게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가 된다는 것입니까? 그 첫째 이유는 십자가가 인간의 죄를 대속(atonement, 代贖)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대속이란 대리속죄입니다. 우리의 죄를 우리 스스로가 씻을 수 없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피로서 우리의 죄를 씻은 것이지요. 예수님의 언약의 피는 바로 십자가 위에서 흘려졌습니다. “피흘림이 없은즉 사함이 없느니라”(히 9:22)는 속죄의 법칙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에서 흘린 피로 성취된 것입니다. 그래서 십자가는 우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십자가의 길이 가르치는 두 번째 의미는 “옛사람의 죽음”입니다. 이것은 나의 옛사람, 즉 내가 구원받기 이전의 나의 죄악된 욕망과 정욕(sinful nature and desire)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는 것이지요. 이는 갈라디아서 2장 20절이 말하듯이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가르침입니다. 이는 갈라디아서 5장 24절이 말하듯이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는 의미입니다. 십자가의 길은 그러므로 악한 나, 구원받지 못한 과거의 나, 욕심스런 나의 종말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세 번째 십자가의 길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가르침은 성령의 능력 가운데서 내가 누리는 세상을 이기는 힘입니다. 믿음으로 십자가에서 죽은 사람은 이제 세상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입니다. 갈라디아서 6장 14절에서는 나만이 아니라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미 십자가의 능력은 세상의 유혹과 정욕에서 우리를 자유케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내 죄악된 자아가 죽은 사람에게 세상은 속수무책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능력이자 생명입니다. 생명의 성령의 능력은 죄와 사망의 능력을 밀어내고 제압하면서, 우리를 일으켜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이 되게 합니다. 험한 십자가를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