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짧은 기독교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활발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나라로, 해외에 흩어져 사는 한인들은 고국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선교에 앞장서고 있다.

교회는 이민사회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미국으로 건너 온 첫 한인들은 인천의 교인들이 중심이 되었으며, 1965년 이후 새로운 이민법에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이들도 교회를 사회활동의 중요한 터전으로 생각했다.

교회를 통해 고국의 소식을 듣고, 교회에서 교제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공항에 내린 첫 순간부터 교회의 안내를 받아 집을 구하고, 직장을 구하고, 자동차를 등록하고, 자녀들을 취학 시키는 등 생활 전반적인 것까지 교회는 친형제 이상으로 도움을 줬다.

교회와 사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교회의 사회정치 참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지금까지 교회가 부패했을 때 사회도 부패했고 교회가 건강할 때 사회도 건강했다.

본지는 이처럼 중요한 기능을 감당하고 있는 뉴욕·뉴저지 지역 40개 교회의 담임 목회자를 만나 청소년 사역, 교회의 사회적 책임, 뉴욕교계의 부흥 등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목회자들의 의견을 듣는다.

1972년, 한인들이 뉴저지에 둥지를 틀기 시작할 때 생겨난 뉴저지장로교회. 김창길 목사는 제6대 목사로 부임했다. 1980년부터 지금까지 30년을 꼬박 목회하며 내실있는 교회로 성장시킨 김창길 목사는 한인 교회를 이끌어 온 공로를 인정받아 오는 10월 22일 미뉴욕시교회협의회(CCCNY)로부터 '올해의 목회자 상'을 받는다. 앞을 멀리 내다보는 열린 자세로 목회하고 있는 김창길 목사는 설교집, 시집 등을 출간한 문학가이기도 하다.


-30여년간 한 교회에서 목회했다. 오랫동안 이민 목회를 해왔는데, 이민 목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민 교회 목회자들은 교인들과 함께 아파하고, 괴로워하면서도 그들에게 하늘나라의 비전을 주는 사람이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 땅에 정착시키는 여호수아처럼, 한인 디아스포라를 미국 땅에 정착하게 하는 것이 이민 사회 목회자의 역할이라 할 것이다. 한인 디아스포라는 이 땅에 소수 민족으로 왔지만, 이민자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주류 사회에 들어가서 영향력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한인 크리스천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이 사람들을 길러내는 것이 이민 목회자의 일이다.

-한인 디아스포라의 사명은 무엇인가.
이 땅에 늦게 정착했지만, 꼭 기여하는 필요한 기독교인이 되어야 한다. 영적으로 침체하고 있는 미국 교회에 부흥이 일어나도록 힘을 주고, 갈라져 있는 교회들을 하나로 묶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인물을 길러내는 장이 되어야 한다.

세계화 시대인데,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에서 세계적인 인물을 길러내야 하지 않는가. 민족과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면서 미국에 자리잡은 한인들이 한국서 사는 이들보다 넓은 비전을 갖고 사람을 키울 수 있다. 또한 미국은 세계적인 언어인 영어 뿐 아니라 스패니시,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쓰고 있다. 그만큼 다문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한인 교회가 건물을 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기르는 일임을 깨닫고, '인재 양성'의 사명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한인 교회 내에서 양질의 교육이 이뤄져야 할텐데, 한인 교회 내 교육의 현주소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한인 교회는 차세대 교육에 대해서 반성해야 한다. 너무 감정적이고, 열정만 갖고 있다. 한인 교회가 눈에 보이는 것, 양적인 것, 홍보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은 적어도 10년, 20년 후에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교회는 한인 디아스포라로서 우리가 이 땅에서 무엇을 하며,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성경을 기준으로 해답을 주어야 한다.

각 교회마다 목적이 있겠지만, 우리 교회의 목적은 '예수의 인격을 닮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분은 예수 그리스도 아닌가. 추상적, 이념적으로 그 분을 닮는 것이 아니라 그 분의 인격을 닮아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존경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 주류 사회 속에서, 변질되어 가는 교회 안에서 소금의 역할을 하고, 무질서 속에서 속에서 빛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한인들이 나와야 하지 않는가. 커뮤니티가 '코리언 고우 홈(Korean Go Home!)'을 외치게 하면 안된다. 한인들을 그렇게 길렀다면, 교회가 그 책임이 크다.

교육은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성경을 배우는 이유도 이것이다. '왜 우리가 이곳에 살아야 하는가', '우리가 이 땅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체성을 알 때 사명감을 갖고 나아갈 수 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더라도 자기만의 것을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 살고 미국의 학문을 했지만 정체성을 갖고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교회가 이화여대, 연세대와 같이 기독교 정신을 심어주는 학교를 동포 사회안에 만들어야 한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과정을 말이다. 한국 사람들, 교육열이 얼마나 높은가. 그저 '좋은 학교만 가면 된다'에서 벗어나 꼭 사회가 필요로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순복음크리스챤학교, 크리스챤아카데미와 같은 기독교 학교를 밀어주면 좋은데, 교회들의 개교회주의가 이것을 막고 있다. 개교회만 잘되어서는 안되지 않는가. 장로교 뿐 아니라 감리교, 침례교, 성결교가 모두 다 잘되어야 한다. 하나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낸 것은 기독교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 세상 사람을 위한 것이었음을 기억하고 교육을 위해 교회들이 힘을 합할 때다.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 데, 지도자와 지도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한인 교회 내 지도자가 부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목회자는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하는데, 헐값이 되어있고, 교회 내에는 교파주의, 개인주의, 물량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 땅에서 하나님의 종으로서 활동하다가 하나님께 갈 것인데 신앙 노선과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 목회자가 말씀을 바로 이해한다면 지금과 같진 않을 것이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사람을 길러내야 기독교가 무너지지 않는다. 정통적인 기독교 신앙 바탕 위에서 이민 사회를 바라보는 목회자를 기르는 것도 하나의 숙제다. 신학교도 바로 가르칠 수 있는 학교,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는 학교가 세워져서 교역자의 질적 문제도 향상되어야 한다. 최소한 전도사, 목사는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기본 상식과 지성, 인격이 겸비되어야 하지 않는가. 매스컴도 큰 교회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교회를 찾고, 목회자도 가려서 소개해줘야 한다. 한국에서, 한인 커뮤니티 내에서 가짜박사 내주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일들은 사전에 막아야 한다.

-교회의 대사회적 책임은 무엇인가.
소금이 녹아지면 보이지 않지만 썩는 것을 막아주고, 빛은 어둠을 밝힌다. 교회 이름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일할 때 그 안에 녹아져서 일해야 한다. 청과협회, 네일협회, 한인회 등 기관, 단체에 들어가서 활동할 때 '기독교인이 있어서 참 바르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교회가 자기 활동을 많이 광고하는데, 어떤 측면에서 생각하면 '열등감의 표시'일 수 있다. 꽃에 향기가 있으면 나비와 벌이 날아오듯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 교회로 찾아온다. 곳곳에서 '교회가 정말 필요하다. 꼭 와달라.'고 당부했으면 좋겠다.

기독교인은 주체성과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 목회자가 공항에 마중나와서 라이드해주고, 자녀 학교 등록해주고, 통역해서 도움을 주고 전도하던 시기는 지났다. 그렇게 교회에게, 목회자에게 신세진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떠났다. 교회에 찾아온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있어야겠다.'고 확고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영적으로 올바른 가치관을 세워주고, 진리를 주어야 한다. '내가 교회에서 덕을 받아서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찾아가야겠다, 교회에 꼭 와야겠다'고 생각하게 해야한다. 교회가 예배 끝나고 빵을 나눠주는 장소가 아니라 그런 매력을 주는 진리의 장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교회 과업과 사역을 통해 이 일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교회들이 힘을 모은다면 사역은 힘을 갖게 되고 쉬워진다. 입양아를 돕는다던지, 2세를 위해 운영하는 한국학교, 토요학교, 여름학교 등 많은 일들이 있다. 그러나 개교회 중심으로 사역이 이뤄지는 까닭에 사역이 드러나지 않는다. 한국 내 사회 사업의 85%가 개신교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교회 별로 활동이 이뤄지고 있어서 힘이 크지 않다. 개신교가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안티 세력이 많지 않은가. 이민 사회도 곧 이렇게 될 수 있다. 우리가 기도하고 잘해야 할 때다.

이민자들이 돈만 바라보다가 몸이 망가지는 것처럼 교회가 풍요로워질 때 타락하게 된다. 교회가 세상을 향해서 풍성하게 나눠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 노인, 갓 온 이민자, 편부모, 장애인 등 도울 대상이 많다.

뉴저지장로교회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10만불을 구제 헌금으로 책정하고 집세를 내지 못했거나 병원에 가야하는 사람들, 불법체류자 등에게 렌트비 등을 지원한다.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장학금도 지불하고 있다. 이민자들에게는 영어, 스패니시 등을 가르치고 있다. 팰리세이드팍에 히스패닉에게 매주 토요일 빵과 커피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히스패닉 형제 자매들이 모여 따로 예배도 드리고 있다. 다민족과 함께 손잡고 갈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한인 교회가 가진 장점은 무엇인가.
한국보다는 교파가 섞여있어서 교세가 덜 작용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권위적인 것이 덜하고 겸손하다. 혁신,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고, 세계적인 안목을 갖고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인 교회가 '에큐메니컬 정신을 살려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개선해야 할 점은.
한인 교회가 정착기를 가고 있다. 내 교회만 챙기는 것보다, 폭을 넓혀서 나갈 수 있어야하겠다. 사회 환경이 우리를 압박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감정적인 면이 있는데, 조금 더 말씀 위주로, 지성적으로 차분하게 나가야 하지 않는가 생각도 해본다.

지금은 한국 것을 그대로 가져다놓는데, 가톨릭을 비롯해서 순복음, 장로교 등 복음적으로 각 교파가 갖고 있는 좋은 점을 다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예배 의식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너무 우리가 감정적으로 나가기 쉬운데, 그렇게 나가지 말고 개교회 주의를 벗어나 대해서 연합하고 통 크게 가야할 때다. 좀 더 그리스도를 위한 에큐메니컬한 교회가 됐으면 좋겠다. 주류 사회와 대화의 창도 넓힐 때다.

또한 사회에 대해서, 한인 사회에 대해서 책임지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독교의 자리를 사회에 뺏길 것이다. 우리가 한인회를 통해서도 일해야 하지만 교회협의회를 통해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힘을 합해서 해내야 한다. 개교회 이름 내지 않고 교회협의회 이름으로 말이다. 교회협의회의 위상이 올라가야 한인 교회 전체가 부흥할 것이다. 아무리 개교회들이 잘한다고 해도 협의회가 유명무실하다면, 교회가 선교 사명을 감당하기 힘들다. 교회 지도자들이 감투를 갖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사명감을 갖고 해야한다. 같은 목회자를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 보는 의식도 필요하다. 교회가 너무 머리를 숙이고 저자세를 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민 교회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이 땅에서 떠날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죽으면 이 땅에서 자녀들이 계속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미주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이 땅에 한인만의 '게토'를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미국화되어야 할 때다. 이 땅에 코리언아케리칸 아이덴티티 갖고, 게토 쌓지 말고 좀 더 미국화되어야 한다. 너무 한국적인 것 같다. 기독교도 실력있게 되면 예수 적게 써도 예수 믿는 사람으로 인정 받아야. 아쉽다. 그런 면에서 열리고, 미래 이끌고 나갈 수 있는. 그래서, 앞으로 이민 교회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의 비율이 한국보다 많다. 또한 신학교에 가는 젊은이들도 많다. 이런 것에서 희망을 본다.

특별히 1세가 복음적인 신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배우면서 신앙한 아이들이 교회를 새롭게 만들면서 한국 교회를 잘 이끌지 않겠는가.

-한인 교회의 2세에 대한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2세에 대한 교육'이라는 말에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2세 교육을 어떻게 1세가 할 수 있는가. 2세는 2세가 가르쳐야 한다. 1세는 오히려 2세에게 배워야 한다. 2세 교회는 그들의 신앙 고백의 터 위에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자리잡아야 한다. 1세가 지배하는 교회가 아니라 2세들만의 기독교 문화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2세들은 한국인이지만 모이면 영어를 사용한다. 미주 한인만의 문화를 갖고 만들어갈 수 있는 기독교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1세는 2세를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로하여금 그들이 신앙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1세들이 2세를 '애'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풍토다. 우리 1세는 분명히 2세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있다. 2세를 1세가 진심으로 존경하고 대화의 상대로 생각해야 한다. 성숙한 이들을 보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그들에게 주신 달란트가 있다. 대화하고 의논하면서 1세들이 갖고 있는 신앙을 보여주고, 2세와 나눌 수 있어야 한다.

2세들이 가진 장점을 몇가지만 말해본다면, 그들은 정직하다. 형식적, 권위적인 모습이 없다. 1세들은 싫으면서도 좋다고 할 때가 많지 않은가. 그러나 2세들은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명확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합리적이다. 1세처럼 '뚝딱뚝딱'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고 단계별로 일을 진행한다. 약속을 잘 지키고, 시간을 지키며, 남을 늘 배려하는 모습도 갖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이민의 노래' 작사를 맡는 등 문학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기독교 문학의 현주소를 진단한다면.
어릴 때부터 글을 즐겨 썼다. 10년 전 한국 문학세계 시 부문 당선이 됐고 시문학 추천을 통해 등단했다. '이민의 노래'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시로 써놓았던 것을 작곡자를 만나 노래 가사로 다듬으면서 탄생된 노래다. 첫 작품이라 그런지 작곡자에게 몇 번을 퇴짜맞으면서 수정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작가가 부족하다. 이해인 수녀와 같이 '기독교 문학'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없지 않은가.

작품이 부족하더라고 세워주고, 밀어주어야 한다. 작가들은 독자들이 감동받을 수 있는 작품을 발표해야 한다. 시중에 설교집이 얼마나 많은가. 설교집이 아무리 많이 나온다 하더라도 읽을만한 작품이 나와야 한다. '기독교 문학'하면 떠오르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후배 목회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오히려 내가 후배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후배들이 훌륭하다. 나는 젊은 새로운 사람들로부터 듣고 배워야 한다.

이민교회는 젊어져야 한다. 박력있게 나가야 한다. 빨리 젊어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