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비슷한 연배이신 분들은 옛날 국민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의좋은 형제”라는 이야기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때는 그냥 가슴 뭉클한 동화처럼 들었는데, 이 이야기가 사실은 제 고향인 예산에서 살았던 이성만 형제의 이야기로 연산군 3년(1497년)에 조정에서 이 형제의 사랑을 후세에 귀감으로 삼기 위하여 형제 효제비를 세워줬는데 이 비가 지난 1978년에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그냥 전설이 아닌 역사적 사실임이 증명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우리 민족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스라엘 민족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으며 바로 이런 의좋은 형제가 살던 현장에 성전이 세워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여느 해보다 살기가 어렵다는 올해 감사절을 맞이하여 받은 축복을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사랑이 회복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옛날에 읽었던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여러분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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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시골에 형제가 의좋게 살고 있었습니다. 형제는 같은 논에 벼를 심어서 부지런히 김을 매고 거름을 주어 잘 가꾸었습니다. 벼는 무럭무럭 자라서 가을이 되자 곧 베어들이게 되었습니다. “형님, 벼가 잘 되었지요 이렇게 잘 여물었어요” “참 잘 되었다. 이제 곧 베어야 할 거야” 누렇게 익은 벼를 바라보며 형제는 기뻐하였습니다.

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형제는 벼를 베기 시작하였습니다. “형님은 동쪽으로 베어오세요, 나는 서쪽으로 베어 갈테니” “그래라 누가 더 많이 베나 내기나 할까?” 형제는 부지런히 벼를 베었습니다. 뜨거운 햇님이 쨍쨍 쬐었습니다. 형제는 온통 땀에 젖었지만 쉬지 않고 베어 나갔습니다. 넓은 논도 어느덧 다 베어 훤한 벌판이 되었습니다. “자, 누가 많이 베었나 한군데 쌓아보자” 형제는 자기가 벤 벼를 각기 쌓기 시작하였습니다. 형님은 동쪽에 커다란 낟가리가 되게 벼를 쌓았습니다. “누가 많이 베었을까?” 서로 대 보았지만 서로 똑같았습니다. 형제는 의좋게 서로 한 더미씩 나누어 갖기로 하였습니다.

그날 밤 동생은 저녁을 먹고 문득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은 벼를 형과 똑같이 나누어 가졌지만 잘 생각해 보니 암만해도 안됐어. 형님 댁엔 식구가 많거든” 동생은 형님에게 벼를 보내 드리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먼저 말을 하였다가는 형님이 받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옳지, 형님 몰래 갖다 드려야지” 동생은 캄캄한 논으로 가서 벼를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자, 이만하면 형님이 더 많겠지?” 동생은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에 형님도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오늘은 벼를 동생과 똑같이 나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했어. 동생은 새로 살림을 시작했으니까 살림에 드는 것이 더 많을거야” 형님은 밤중에 논으로 갔습니다. “영차!” 형님은 자기의 벼를 동생의 낟가리에 갖다 쌓았습니다. “자, 이만하면 되겠지 아마 살림도 도움이 될 거야“ 형님도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동생이 아무것도 모르고 쿨쿨 자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척 기뻤습니다.

날이 밝아서 해가 동쪽 하늘에 뜨기 시작하였습니다. 동생은 논에 나가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젯밤에 그만큼 많은 벼를 형님 낟가리에 옮겨 놓았는데 어찌된 셈입니까? 벼는 조금도 줄지 않았습니다. “참 이상한데, 어찌된 일일까?” 동생은 고개를 갸웃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형님도 논에 나가 보았습니다. 그러나 형님의 낟가리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참 이상도 하다” 형님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 형님은 또 논으로 몰래 나가서 자신의 벼를 동생의 낟가리에 쌓아 올렸습니다. “이만하면 동생 것이 더 많겠지” 형님은 기뻐하며 동생의 낟가리를 쳐다보았습니다. 형님이 집으로 돌아간 뒤, 이번에는 동생이 논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자기의 벼를 끙끙 짊어지고 가서 형님의 낟가리에 잔뜩 쌓았습니다.

그 이튿날 아침, 형님과 동생은 몰래 다시 논에 나가 보았습니다. 그러나 낟가리는 여전히 똑같이 쌓여져 있었습니다. “참 이상도하다” “참 이상도하다” 형님과 동생은 아무리 생각해도 까닭을 몰랐습니다.

다시 밤이 되자, 형님과 동생은 몰래 논으로 가서, 벼를 또 나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깜깜한 어둠속에, 저쪽에서 누가 옵니다. 형님은 우뚝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때 동생도 걸음을 우뚝 멈추었습니다. 이때이었습니다. 구름사이에서 달님이 환히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아이구 형님 아니십니까?” “아, 너였구나!” 이제야 두 형제는 낟가리가 줄어들지 않는 까닭을 알았습니다. 형제는 저도 모르게 볏단을 내던지고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얼싸 안았습니다. 하늘에서 달님이 웃으며 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