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아 참 좋다...”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살기가 힘이 들고, 살아가는 환경과 여건이 척박해도 "더도 덜도 말고 이때만 같아라" 싶은 때가 있고, “couldn't be better than this"라고 할 정도로 기분 좋은 순간들이 분명 있습니다. 물론 그런 순간이 어떤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규범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향이나 분위기, 그리고 느낌이 다르기에 바로 ‘이런 순간이 삶의 진정한 행복이요, 이럴 때가 가장 큰 기쁨’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든지 우리의 삶 속에는 삶의 즐거움과 기쁨을 경험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창 넓은 찻집 창가에 혼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시켜놓고 창 넘어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순간이 좋기도 하고, 조금은 시끄러운 분위기의 찻집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세상 살아가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눌 때가 좋기도 하고, 그런가하면 그냥 차 향기가 좋아서 한 모금 마시고는 입안에 맴도는 향내를 음미하고 또 한 모금 마시고는 찻잔을 가까이 들고 숨을 들이키는 것이 좋기도 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있다고 하면 어디든지 한걸음에 달려가서 맛보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 음식 맛은 그냥 그렇지만 음식점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그 음식점을 갈 적마다 마음이 즐거워지기도 합니다. 또 때론 같이 있는 사람이 좋아서 음식 맛이 좀 덜하고 음식점의 분위기가 좀 그래도 즐겁기도 합니다.

살면서 기쁨을 경험하는 것 중에서 여행도 큰 몫을 하는데 호적한 시골길을 걷는 것이 너무 좋아서 행복하기도 하고, 눈앞에 펼쳐진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기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함께 길을 떠난 사람 때문에 여행이 즐겁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삶 속에는 살아가는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과 크림치즈를 조금 바른 베이글 한 개…….
상큼한 샐러드와 담백한 맛의 스프, 그리고 고소한 샌드위치 한 조각의 점심…….
늘 상 갈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들과 아주 가끔씩 가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

덥수룩한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는 이발..
뜨거운 물에 몸을 담아 묵힌 피곤을 씻어내는 목욕..
한껏 친 공을 따라서 파란 잔디 위를 걷는 골프..
던진 공에 맞아 쓰러지는 스핀 때문에 즐거운 볼링..
펼쳐진 바다만큼 가슴이 시원해지는 바닷가 여행
바쁜 삶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는 편안한 시간..

내 몸에 잘 맞는 옷 한 벌..
신으면 발이 편한 구두 한 켤레..
금세 집안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는 꽃 한 다발..
싱그러운 향내로 내 몸을 감싸주는 향수 한 병..
피부를 촉촉하고 부드럽게 해주는 화장품 하나..
이렇게 우리들의 삶에는 우리가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것들이 우리를 기쁘게 해 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살아가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다음 주일에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을 우리 교회 건축을 위해 약정하여 봉헌합니다. 봉헌(奉獻)이라는 말의 어감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께 헌금을 드리는 것을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삶의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행복을 포기하고 희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우리의 기쁨과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된다고 합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건축헌금을 봉헌하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커피 한잔을 포기해야 하고, 맛있는 식사 한 끼를 참아야 하고, 신나게 치는 골프를 치지 말아야 하니, 그런 삶의 기쁨과 즐거움을 참는다는 것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 봉헌은 주님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차 한 잔 마시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좋아하는 차 한 잔을 주님과 함께 마시는 것입니다. 맛있는 식사 한 끼를 참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식사 한 끼를 대접해 드리는 것입니다. 주님을 위해 신나는 골프를 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라운딩을 하는 것입니다.

지난주간 받은바 은혜를 감사드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주일 헌금 약정은 내가 좋아하는 것, 기뻐하는 것을 포기하는 약정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기뻐하는 것을 주님과 함께 하는 약정을 하는 날입니다.
매일 주님과 함께 커피 한잔을 나누는 약속,
한 주일에 한번 맛있는 음식을 주님과 함께 할 약속,
주님을 위해 옷 한 벌을 사드릴 약속,
주님과 함께 라운딩할 약속,
... 생각만 해도 신이 나고 기쁜 일입니다.
봉헌은 우리의 기쁨, 우리의 즐거움, 우리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쁨, 그 즐거움, 그 행복을 주님과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