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장애인 선교단의 핸드벨 콰이어, Gloria Ringers를 창단하고 단원들을 훈련시키기 시작한지 벌써 일년이 되었습니다. 특수 교육이 전공이 아닌 제가 따로 교육을 받기 위해서 펜실바니아에 다녀오기도 하고 특수 그룹을 지도하는 다른 지휘자들과 끊임없는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조금씩 실력을 쌓아오던 우리 Gloria Ringers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일년 사이에 수없이 많은 사연을 머금고 한살이 된 모습을 지난 10월 16일 밀알의 밤에서 선을 보였습니다. 지난 일년간 교회나 지역 행사에 우리를 초청해서 연주를 보고 들으신 분들의 감동도 적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자신의 삶을 통해서 이루어야 할 하나님의 계획이 있습니다. 그것이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정상인으로 태어났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전혀 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실수로 장애를 만드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장애를 주신 것은 그분이 우리의 장애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시는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장애인이 아니고, 제 주변에는 장애인도 없습니다. 지금 Gloria Ringers를 지도하는 일은 제가 계획한 일도 아니며, 제가 이런 일을 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음악을 전공하고 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이제까지 살아온 그 어느 순간에도 장애인들과 함께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족속아 진흙이 토기장이의 손에 있음 같이 너희가 내 손에 있느니라”고 하셨습니다. (예레미야 18:6) 토기장의의 손에 있는 진흙은 멋진 그릇이 되고 싶다고 해서 멋진 그릇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멋진 그릇이 되고 싶은데 하찮은 그릇을 만든다고 해서 하찮은 그릇이 되기를 꺼리면 토기장이는 그 흙을 쓰지 못하고 버리게 됩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멋진 일들을 하고 싶겠지만,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일이 아니면 우리 맘대로 그 방향을 바꾸거나 계획을 변경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분의 뜻에 순종하면서 결국에는 내게 허락하시고 명하신 것이 내가 원했던 것보다 내게 훨씬 유익한 것임을 깨닫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실 때가 언제이든 “주여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 (이사야 6:8) 라고 대답할 마음으로 오늘도 연습에 임합니다.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게, 특별하게 태어난 사람들이 특별하게 태어난 이유를 찾으려 합니다. 장애로 인해서 특별해진 우리가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로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 지난 일년간 제 가슴 속에 쌓인 크고 작은 수많은 감동과 보람을 여기에 일일이 쓰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일이 하나님께서 제게 하라고 하시는 일들 중에서 가장 멋진 일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Gloria Ringers를 초청해서 저희를 만나보신 분들은 모두 동감하시리라 확신합니다.

이제서야 갓 걸음마를 시작한 단체이고, 일반 단체에서는 겪지 못하는 어려움도 많이 겪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일을 계획하신 분은 사람이 아닌,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부족한 저와 우리 단원들을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음악감독 문호선(hosunmoon@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