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 애난데일에서 블란서 안경점을 경영하는 한만수씨(60세)의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이 경제불황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사회에 훈훈한 미담으로 전해지고 있다.

며칠전 블란서 안경의 한씨는, 한인 이양규씨(59세)를 안경점으로 초청하여 무료로 검안하고, 난시에다 노안으로 시력이 약해진 이씨를 위해 최고급 안경을 제작하여 선물했다.

미국에 온지 3년째인 이씨는 2년 전부터 굿스푼선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토요일 한주일에 두번 도시빈민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230여명 가까운 불우 이웃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주방장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되는 급식 준비는 2시간여 계속된다. 큰 밥솥 3통에 쌀을 씻어 밥을 짓고, 고기를 다듬어 다지고, 야채를 다듬어 국과 고기 볶음을 만들어내야 한다. 2시간여 땀이 흥건하게 젖도록 만들어진 밥상은 일자리를 잡지 못해 한끼 끼니가 걱정되는 이방인 나그네들과, 거리에서 방황하는 도시빈민들을 위해 푸짐하게 나눠진다.

며칠전 수요일, 봉사자 이씨에게 큰 어려운 일이 생겼다. 굿스푼에 몰려 온 80여명의 도시빈민들을 접대하고, 남은 우동으로 늦은 점심을 하고 난 후 우체국에 들렀다가 외투에 두었던 지갑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당일 굿스푼에 와서 이발도 하고 점심도 먹었던 온두라스 출신 홈리스 후안 라몬(31세)이 이씨의 주머니를 털어 지갑을 훔쳤던 것이다.

이씨의 지갑엔 현금과 수표, 신분증과 신용카드가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영주권 수속 중에 있는 처지라 돈은 고사하고 신분증만이라도 찾고 싶어 거리로 흩어진 라티노 빈민들을 찾아 다니며 수소문했다. 8시간이 지난 그날 저녁 극적으로 신분증과 신용카드는 돌아왔다. 지갑 속에 있었던 250달러의 현금과 수표 두 장은 없었다. 알코올중독자이면서 홈리스인 후안 라몬의 술값으로 사용되고 말았다.

지난 11월부터 실직한 상태에 있던 이씨가 잃어버린 현금은 난시에다 노안이 심각해져서 안경 교체를 위해 푼푼히 모아 두었던 것이다. 신분증을 다시 찾은 것 만으로도 감사하며 꾸준히 봉사를 계속하던 그의 이야기가 블란서 안경의 한씨에게 들려진 것은 한 주 뒤였다. 한씨는 선뜻 이씨를 위해 무료로 안경을 맞춰 선물하였던 것이다.

한만수씨는 “불황의 여파가 안경점에도 심각하지만, 빈민을 위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꾸준히 봉사하는 이씨의 처지를 듣고 생각할여지 없이 돕고 싶었다”며 겸손히 선행을 숨기려고 한다.

한씨가 블란서 안경점을 인수한 것은 7년 전이다. 한씨의 이전 이력이 이채롭다. 대한항공에서 승객의 안전을 위해 26년간 훌륭하게 일했던 베테랑 사무장 출신이다. 한씨는 최근 어려운 관문을 뚫고 공인 안경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퇴근 후 저녁이면 졸음과 씨름하면서 5년 동안 실습한 결과 전문 안경사 자격증을 얻게 되었다.

굿스푼선교회 김재억목사는, “한씨는 앞으로도 도시빈민들을 위해 선행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하였다”며 “안압으로 인해 두통이 심하고 시력 상실이 염려되는 페루 출신 길례르모 바르가스씨(53세)가 다음 번 수혜자로 안경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고 전했다.

언제가 끝인지, 그 끝을 모르는 경제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베풀어진 사랑이라 한 겨울 눈 속에 핀 매화처럼 더 값지고 아름다운 사랑의 나눔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