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에 워싱턴에는 비가 내리고 주초에는 기온이 60도를 넘기도 했습니다. 한 겨울에 겨울답지 않은 날씨가 찾아 온 것입니다. 성탄주일을 며칠 앞두고 며칠 겨울을 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초여름이 일찍 찾아 오지 않으면 여름 한철 장사가 엉망이 됩니다. 일 년 매출의 삼분지 일, 또는 반이 넘는 매출을 12월 한 달에 올리는 사업들은 날씨가 풀리면 울상이 됩니다. 바깥 날씨보다 오히려 경제적인 한파로 움츠려진 시기에 차라리 추운 날씨가 더 고맙겠다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워싱턴 지역 이미 성탄절의 흥청대는 분위기보다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4대 대통령의 취임식으로 더 들떠 있습니다. 하늘과 땅을 다스리시는 왕의 출생을 축하하는 시기에 마음과 생활이 위축되어 버리고 오히려 4년 임기의 새로운 권력을 축하하고 기뻐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누어야겠습니다.

정치, 경제, 외교 각 분야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서 새로 등장하는 통치권에 대한 기대가 쌓여 가고 있는 동안에도 하루하루를 걱정하고 있는 수많은 형제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수천억 달러의 구제 계획을 발표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서 연방 준비은행 이자를 0 퍼센트로 내리는 등 미국이라는 거대한 항공모함의 항해 방향을 바꾸느라 애를 쓰고 있는 동안에 이미 거센 물결에 지친 인생들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날씨조차도 성탄의 분위기를 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심코 성탄을 맞게 되듯 성탄의 절기에 꼭 살펴야 할 곳을 무심히 지나게 될까 두렵습니다.

성탄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애정과 헌신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차지하는 자리를 다시 한 번 둘러보기를 원합니다. 왕좌에, 아니면 상석에, 아니면 자리도 드리지 않고 있는지. 인생의 분주함으로 인해 주님의 자리도 제대로 챙겨 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탄의 계절에 우리가 꼭 돌봐야 할 이웃들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들을 챙기고, 믿음으로 맺어진 가족들을 챙기는 계절입니다. 멀리 가 있던 자녀들이 돌아오듯이 서로 가족과 형제들에게 돌아가는 계절입니다. 우리의 마음과 정성이 달려가 찾아봐야 할 사람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아직까지 한 번도 거창한 취임식을 가지지 않으셨습니다. 만왕의 왕, 만주의 주이신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왕국이 완성 될 때까지 취임식을 미루셨습니다. 그의 우리에 들어와야 할 양들이 아직도 우리 밖에 있기에 아직은 축배를 들 때가 아닙니다. 아직도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이 있기에 취임식을 준비할 때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객지 여관집 마굿간 구유에서 나시고 목자들의 경배를 받으시며 이 땅에 찾아오신 것은 예수님의 나라에 속하게 될 백성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잘 보여 줍니다. 취임식을 미루신 예수님에게 걸 맞는 축하의 계절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