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교회 분규로 인해 심각한 내홍을 앓고 있는 미국장로교(PCUSA) 중서부 한미노회가 8일부로 노회로서의 권한을 박탈당하고 대회 행정전권위원회의 치리를 받게 됐다. 대회 행정전권위 베스 와그너(Beth Wagner) 위원장은 8일 제59차 한미노회 정기노회에 참석해 ‘이용삼 목사와 장로 8인의 파직에 관한 노회와 대회의 결정을 다시 돌려 보낸 총회 법사위원회의 판결문’과 ‘가나안교회 양측이 제출한 서면자료’, 그리고 ‘이날 노회 직전에 열린 공청회’를 종합해 본 결과, 중서부 한미노회가 더 이상 가나안교회 분규사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확인하고 노회의 행정 전권을 대회 행정전권위가 대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회 행정전권위원회는 노회 총무인 임혜환 목사에게 한달 간의 휴가와 두달 간의 휴직을 명령했으며 내년 2월 9일 대회 사법위의 임시재판을 통해 가나안교회 사태의 해결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대회 행정전권위는 위의 사실을 발표한 후 폐회를 선언하고 노회원과 방청객을 해산시켰다. 예정된 모든 노회 순서는 진행조차 되지 못했다.

이날 대회 행정전권위의 개입을 두고 노회원들간의 입장도 첨예하게 갈렸다. 한 노회 행정전권위원은 “대회 행정전권위의 개입이 노회 존속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가나안교회 분규가 장기화되면서 노회 내에 갈등이 심화돼 중재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상위 기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용삼 목사를 지지하는 일부는 “총회 판결 이후 노회원 대부분이 이용삼 목사 복직을 통해 노회 화합을 이루려고 했으나 가사모(가나안을 사랑하는 모임) 측과 결탁된 일부가 이를 전면 차단하기 위해 대회에 노회 주권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날 방청석에서 회의를 참관한 가나안교회 양측 관계자들의 명암도 엇갈렸다. 가사모 측은 대체적으로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이들은 회의가 끝나자 썰물 빠지듯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한 관계자는 “대회 행정전권위의 개입은 미국장로교가 법에 의해 치리되는 교단임을 이용삼 목사 측에게 확인시켜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용삼 목사 측은 한동안 회의장을 떠나지 않고 대회 행정전권위원들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이날 정기노회를 통해 대회 행정전권위 구성을 막고 노회 행정전권위를 해산시키는 등의 절차를 통해 이번 사태 정리를 기대했으나 대회 행정전권위가 개입하며 모든 것이 무산되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한편, 총회 판결 이후 법 해석 문제로 깊은 갈등을 겪고 있는 가나안교회 사태는 2월 9일 대회 사법위 재판에 앞서 오는 19일 가사모 측이 일리노이주 쿡카운티에 제출한 이용삼 목사의 교회 접근금지명령 및 재정감사에 대한 민사소송 결과가 발표되면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