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 4,000m 고지에 사는 낙타과의 동물로는 알빠까(Alpaca), 과나꼬(Guanaco), 비꾸냐(Vicuna), 야마(Llama) 네 종류가 있다.

알빠까, 과나꼬, 비꾸냐는 안데스 인디오들의 언어로 이름이 붙여졌지만, 본래 야먀의 본명은 까르구아(Kargua)였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잉카 제국을 점령한 후 처음 보는 까르구아를 보고 ‘꼬모 쎄 야마’(como se llama, 저 동물 이름이 뭐냐) 물어 본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동물들은 척박한 고산지에서 연명하던 가난한 인디오들에게 추위를 덜어주는 따뜻한 모피를 제공하였고, 먹거리가 변변치 않은 저들에게 훌륭한 단백질을 공급했던 친숙한 동물이다.

알빠까와 야마는 낙타 얼굴에 몸매와 덩치는 양과 비슷하다. 긴 속눈썹과 또렷한 눈망울, 부드럽고 탐스러운 긴 털이 온몸을 감싸고 있다. 티티카카호수 주변이 원산지로 고지대에 잘 적응하였다.

원주민들은 알빠까와 야마를 가축으로 키웠고, 털을 깎아서 옷과 보자기, 침대 이불보를 만들어 사용했다. 생후 일년 미만의 베이비 알빠까의 가슴 부분의 털을 최고로 치는데, 털 70-80%, 화학사 20%를 섞어 직조한 제품을 으뜸으로 친다.

실크보다 부드러우며 가볍고, 양모보다 따뜻하고 통풍성과 내구성이 강하다. 페루 리마에서 개최됐던 APEC 총회에 각국 정상들이 알빠까 판초를 입고 포즈를 취했었는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좋은 모직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알빠까보다 더 좋고, 더 희소가치가 있는 세계 최고의 명품이 있다.

‘안데스의 공주’로 불려지는 비꾸냐다.

비꾸냐 털로 만든 코트는 가볍고 두텁지 않아 착용감이 뛰어나다. 겨울에 입으면 난로처럼 훈훈하고, 여름에 입으면 에어컨처럼 시원한 게 천연 고어텍스 같다.

위험한 천적을 피해 해발 4천-5천미터 고지의 극한지로 올라와 적응한 비꾸냐는 평균 몸 길이 1.45-1.6미터, 어깨 높이 75-85cm, 몸 무게 35-65 Kg 정도이고,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채 야생으로만 자랄 뿐이다.

타조처럼 길고 날렵한 목선 위에 주먹만한 낙타 얼굴을 갖고 있다. 맑게 빛나는 커다란 눈망울은 호수같이 깊다. 날씬한 체구에 맵씨있게 쭉 뻗은 네다리, 몸통 전체를 뒤덮은 연갈색 털, 목과 앞 가슴은 희다.

특히 앞 가슴에 수북한 백색털은 세상 어떤 동물의 털보다 미세하고, 부드럽고 따뜻하다. 얼마나 성스럽게 생각하는지 페루 국기에 그려져 추앙받는다.

옛 잉카제국에서는 비꾸냐 털로 만든 의류는 오직 왕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큰 공훈을 세운 귀족이나 지방 영주들에게 하사하여 대단한 신뢰를 표시하는 징표로 사용되었다. 전국에서 선발한 비르히나 데 쏠(Virgina de Sol, 태양의 처녀)들은 특정한 곳에 거하며 평생 잉카의 황제가 입을 비꾸냐 제복을 짜야 했다.

잉카시대 때 페루, 칠레, 볼리비아 광활한 안데스에 500만 마리 넘게 방목됐던 비꾸냐는 한때 6천 마리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남획되었다. 급기야 멸종 위기에 직면하자 밀렵을 법으로 금했다.

현재 약 15만 마리로 개체 수가 불어났으나 여전히 보호대상이다. 금싸라기 같이 고귀한 비꾸냐 가슴 털을 깍으면 3년간은 다시 깎을 수 없다. 스웨터 하나를 만들려면 비꾸냐 6마리 털이 필요하고, 코트 하나엔 무려 30마리 털이 필요하다.

‘수퍼 리치’를 위한 목도리가 사백만원,
니트가 오백,
반코트가 사천만,
남성용 코트가 오천만원을 훗가 한단다.

완전 명품으로 치장하고서도 공허함에 몸서리치는 부자가 있는 반면, 부실한 중고 옷을 입고서도 마냥 행복한 빈민도 있다.

금년 겨울은 예년에 비해 더 춥고 더 매서울 것이란 기상청의 예보가 서릿발 같다. 비록 비꾸냐 코트는 아니더라도 도시빈민들의 허전한 빈 가슴을 덮어줄 허름한 담요라도 풍성히 안기고 싶다.

(도시빈민선교 참여, 중고차량 기증: 703-622-2559 / 256-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