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장모님이 돌아 가셨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지병을 앓고 계셨지만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갑작스런 내출혈로 응급실에 들어가신 후 신장 기능이 정지되었고 산소호흡기를 달고 며칠 계시다가 편안하게 돌아가셨습니다. 8순 생신을 가족들과 보내고 일주일 만에 가셨습니다.

멀리 브라질의 동생, 서부의 자식들까지, 멀리 대학 캠퍼스에 가 있던 손주들 까지 다 모여서 마지막 임종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가셨습니다.

온 가족이 둘러 선채로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산소 호흡기를 떼자 눈을 가만히 뜨시고 둘러선 자손들을 둘러보는 듯 하다가 눈을 감으셨습니다. 자손들에게도 또한 고인에게도 소중한 순간을 남겨 주셨습니다.

아내는 금년에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하직하게 되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아내의 생일에 돌아가시고 친정 어머니는 결혼기념일을 이틀 전에 돌아가셔서 기일이 둘 다 좋은 날과 겹치게 되었습니다.

장모님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로 빈자리를 채우면서 사셨습니다. 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소시 적부터 일하시고 사업하시면서 가계를 꾸려 가셨습니다. 장인어른을 만나서는 평생을 남편을 하나님 모시듯이 사셨습니다. 아무리 병으로 몸이 불편해도 몸을 쉬는 법이 없이 부지런하셨습니다. 자손들 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후덕하게 베풀면서 사셨습니다.

브라질에 이민 가셔서 동기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시고 미국에 이민 오셔서 새로운 삶을 만드시면서도 후덕한 부지런함은 항상 자녀들과 이웃에게 본이 되었습니다.

교회를 섬기고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아낄 줄 모르셨습니다. 서울에 남기고 오신 상당한 재산을 개척 교회 사역을 위해서 덜컥 바치신 것처럼 교회와 하나님 나라 일을 위해서 드리는 일에는 한 번도 머뭇거림이 없으셨습니다.

돌이켜 보면서 마음에 남는 장모님의 영상이 있습니다. 장모님은 항상 신문을 구석 구석 빠짐없이 읽으셨습니다. 남편에게 다른 것은 다 양보해도 신문은 양보하지 않으시고 뺏다시피 챙겨 읽으셨습니다. 평소에 말씀이 없으시고 늘 풍성한 웃음으로 대해 주시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을 다 아시고 세상 이치를 누구보다 분명하게 살피시고 사셨습니다. 때로는 시사 문제에 관해서 이런 저런 질문을 하시면서 어쩌다 한 마디를 하실 때 아무도 다른 말을 할 수 없는 무게가 있었습니다.

자녀들이 세상에서 꺾이지 않도록 올곧게 키우시고 하나님을 섬기고 교회를 섬기는 흔들림 없는 기초를 만들어 주신 인생은 하나님께서 내리시는 은혜를 누리실 뿐 질곡의 역사를 사셨던 그 시대 어른들 중에서도 시대를 아는 지혜도 한 몫을 했습니다.

앞선 세대가 겪었던 인생의 고난과 신앙의 연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인생을 살고 있는 이 세대입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하나님의 은혜를 누린 자 답게 은혜롭게 사는 인생을 포기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천국에서 지금도 그 넉넉한 미소를 얼굴에 가득 담고 내려다 보고 계실 장모님을 그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