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지는 물을 빨아도 빨아도 끝없이 빨아들이는 것만 같다. 그러나 한껏 빨아들이고 나면 물은 스폰지에서 흘러넘친다. 자폐아에게도 그렇다. 작은 행동 하나가 변하는데도 끊임없는 반복이 필요하고, 사람을 알아보는 것만해도 몇 십배의 사랑을 주어야한다.

오는 10월 25일과 26일 휄로쉽교회에서 열리는 워싱톤밀알선교단 주최 제16회 밀알의밤에 소향과 함께 출연하는 정수진 양이 바로 그런 경우다. 정수진 양은 이에 앞서 10월 11일과 12일에는 남가주에서 열리는 밀알의 밤에 희야와 함께 출연한다.

희야는 그간 여러 무대를 통해 잘 알려졌지만 정수진 양에게는 이번 밀알의밤이 정식 데뷔무대다. 수진이도 여느 자폐아들과 다르지 않았다. 피아노 전공을 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첫 무대에 서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기울어야 했던 노력은 정상인의 몇 십배는 들어갔다. 스펀지와 같던 수진이에게 한없는 ‘사랑’을 쏟아 부은 것은 수진이의 엄마 ‘김신덕’씨였다.

처음에는 의사에게 “어떻게 하면 완치될 수 있나요?”하고 물을 정도로 자폐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수진이에게 절대음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피아노’를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수진이가 피아노 연주에 두각을 나타냈고, 또한 본인이 피아노를 전공했기 때문에 도와줄 수도 있었다.

“자폐아에게 최선의 치료는 교육입니다. 밥먹는 것, 화장실 가는 것, 행동 하나하나가 엄청난 학습의 결과에요. 한 가지를 익히려면 수도 없는 반복이 필요해요. 일반학교를 다니면서 남들 하는 만큼 쫓아가려고 쏟은 노력으로 치자면 전교 1등감 일껄요? 피아노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바로 보여서 다행이었어요”

일상에서는 산만하기 짝이 없지만 피아노 연습에 들이는 집중력과 지구력은 남달랐다. 김신덕 씨는 “수진이가 가진 한 가지 달란트를 극대화시켜주신 것 같다”고 말한다.

수진이를 키우면서 지금까지 계속 해왔던 기도는 ‘하나님께서 쓰실 수 있는, 하나님을 증거할 수 있는 모델이 되게 해달라’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혼자 힘으로는 수진이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하셨다. 매 순간마다 하나님의 딸인 수진이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길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유치원에 보내니 장래희망을 적어 내라고 하더라고요. 그 질문을 받으니 막막했어요. 내일 일도 모르는데, 어떻게 한참 후를 기대하겠어요? 수진이를 키우는 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수진이가 하나님의 도구가 되기를 바라면서요.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하고 있으니 하나님께서 이뤄주고 계실 것이라고 믿어요”

그 누구보다도 수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부모를 하나님께서 찾고 찾아 주신 것이라고 믿는 김 씨는 수진이의 연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용기 얻기를 바라고 있다.

“누구나 각각의 은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수진이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요. 저도 힘이 빠질 때는 ‘수진이도 해내는데...’하면서 자신감을 얻거든요”

늘 인간의 생각 너머의 길을 열어주시는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대로 오늘도 김신덕씨와 딸 수진이는 함께 한발짝씩 내딛는다.

문의: 워싱톤밀알선교단 (301-294-6342)